어느 추운 겨울날 이른 아침,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20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이웃 주민으로 보이는 한 젊은 남성이 내가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나는 본체만체 무심하게 고개를 돌려 거울이나 보려던 순간 젊은 남성이 내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그 순간 내 몸의 반사 신경이 반응하듯 나도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이는 내가 얼마 전 부산에서 살고 있는 친구네 집에 들렀다가 경험했던 일이다. 나는 약간 의아해서 나중에 친구에게 물었다.
“보통 이웃 주민끼리 인사하나?”
“어 그냥 가볍게 인사하제”
내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는, 아니 내가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10년 가까이 서울에서 살며 거주했던 아파트 단지들에서는 아파트 주민끼리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지금도 잘 없다. 가끔 몇몇 할머니들께서 인사도 건네주시고 말도 걸어주신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다 보니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건네고 나누는 장면, 어딘가 낯설지 않고 익숙했다.
나는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는데, 아파트나 호텔 등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모든 사람이 그러지는 않았지만) 아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그들이 먼저 내게 인사를 건넸고 그러면 나도 웃으며 짧게 인사를 건네곤 했다.
그리고 멀리 미국까지 갈 것도 없이, 부모님이 거주하고 계신 지방 도시만 방문하더라도 엘리베이터에서 이웃끼리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외국에서건 부모님이 계신 도시건 그런 일들을 경험할 때마다 그저 ‘아 외국이라 다르구나’, ‘아 이 동네가 좀 특이하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가볍게 넘겼었는데, 이번에 부산에서도 같은 경험을 하고 나서 새롭게 느꼈다. 특이한 곳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인 것을. 물론 서울도 동네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했던 서울의 여러 아파트들만큼은 그랬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무엇이 맞다고 할 수도 없는 거지만 한번 생각해 보았다.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안 하는 이유가 있을까?’
‘안 하는 게 당연하니까’, ‘모르는 사람이니까’, ‘인사하면 그 사람이 날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정도가 내 머릿속에 떠오르긴 했는데, 나는 굳이 하지 않을 이유도 딱히 찾지 못했다. 그저 ‘안 하는 게 당연하니까’ 정도가 나에게는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비록 조금은 다른 의미로 쓴 글이긴 하지만 내가 지난번에 브런치에 올린 글 ‘당연한데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아래링크 참고)와 같이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조금은 어색하고 머쓱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앞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만나게 되는 주민분들에게 짧게라도 먼저 인사를 건네 볼 생각이다.
그 겨울날 아침, 부산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웃주민과 주고받은 짧은 인사 덕분에 차갑기만한 금속 덩어리로 둘러싸인 엘리베이터 내부에 조금이나마 온기가 더해진 것 같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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