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디자인 시스템팀에서 일할 때 제대로 알아듣는 게 없어서 머릿속에서 여러 단어들과 질문들이 떠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당시 매니저의 책상에는 늘 책이 한 두권 놓아져 있었고 내게 도움 되는 책들을 추천해 주고 빌려줬었다. 그때 추천받아 읽었던 책들은 지금도 가끔 꺼내보곤 하는 보물 같은 친구들이 되었다.
첫 번째는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는 친절한 가이드 같은 책으로 제목은,
<Laying the Foundations>이다.
디자인시스템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디자인 시스템을 가지고 일할 때 효과적인 소통방법, Foundation이 뭐고, Component, Pattern이 뭔지 하나씩 짚고 넘어가주는 꽉 찬 알짜배기 강의 같은 책이다. 디자인시스템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 공부하고 싶다면 이 책을 가장 먼저 추천한다.
두 번째 책은 <Atomic Design>이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보는 UI를 어떤 식으로 계층별로 나누고 쪼개서 어떻게 디자인시스템화하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물론 이 책에서 소개된 그대로 똑같이 쪼개서 디자인시스템을 만드는 경우보다는 제품의 특성에 따라 적용이 다를 것 같지만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더없이 좋은 책이다. 책을 덮을때 쯤에는 기존에 보던 UI를 그전과는 조금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을 때 즈음에 내가 속해있는 팀의 디자인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었는데 이 책을 다 읽어본 뒤에는 왜 엔지니어와의 콜라보레이션이 효율적이지 않았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고 결국 코드나 디자인이 Atomic 단위로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세 번째 책은 <Form Design Patterns>이다.
이 책은 저자가 각각의 패턴(여기서 말하는 패턴은 버튼과 같은 작은 단위의 컴포넌트보다 더 큰 범주로 다양한 컴포넌트들이 모인 집합을 말한다)들을 어떻게 디자인했는지, 어떤 이유들로 A와 B 중 A를 고르게 되었는지 등을 쉽게 풀어썼다. 예를 들어 로그인 패턴에서 아이디를 입력하는 Input이 있고 여기서 에러 메시지는 어디에 위치시키는 게 적절했는지 간단한 상황들과 함께 설명해 준다. 한 가지 정답의 디자인이 있다기보다 왜 그러한 결정을 했는지 감안하며 읽으면 자신의 디자인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에도 참고가 될 만하다.
여기까지 소개하고 보니 표지가 다 노랑이다. 내가 노란색을 좋아하는 건지 노란색을 고르는 출판사들이 많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책도 노란색이다.
네 번째 책은 디자인 시스템과는 큰 관련은 없지만 UI/UX 쪽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은 <Hooked>라는 책이다. (이 책은 한국어판도 있던데 한국 책 표지를 찾아보니 검은색이다.)
몇 가지 예시들을 들면서 어떤 과정으로 사람들이 제품에 사로잡히게 되고 습관까지 형성되는지에 대해서 쉽게 풀어가는데 꽤 재미있게 잘 쓴 책이다.
인터넷에도 정말 많은 정보들이 있지만 데스크탑이나 모바일로 보다 보면 자꾸 내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아서 ebook이나 종이책으로 읽는 것을 선호할 때도 많다. 특히 나의 경우 영어로 된 소설은 다음장으로 넘기기가 참 힘들 때가 많은데 이렇게 관심분야나 정보 위주의 책은 읽기가 한결 수월했다. 한글로 된 디자인시스템 서적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