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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말을 거네 29

트러스 구조

by 능선오름

일상에서 흔히 보는 교량들을 아래에서 지나다 보면 많이 보이는 구조가 있다.

삼각형이 빼곡하게 밀집한 트러스 구조가 그렇다.

아마도 일상에서 접하는 건축의 구조중 아치 다음으로 많은 게 트러스 아닌가 싶다.

그러면 왜 트러스라는 구조를 적용하는 것일까.


트러스(truss)는 여러 개의 직선 부재를 한 개 이상의 삼각형 형태로 배열하여 각 부재를 절점에서 연결 구성한 뼈대 구조를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삼각형들이 연속으로 이어진 구조가 트러스 구조다.

그러면 왜 이런 모양으로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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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은 구조적으로 가장 안정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한쪽 모서리에 힘을 받으면 나머지 두 군데 모서리로 힘을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흔히 구조를 설명할 때 많이 나오는 방식 중에 복사용지를 이용한 것이 있는데,

두 개의 갑 티슈 갑 사이에 복사용지를 올리면 당연히 가운데가 쳐진다.

그런데 복사용지를 접고 접어서 단면에 삼각형태가 연속되도록 접어 박스 위에 올리면 처지지 않는다.

이와 같은 실험으로 스파게티니 면을 마시멜로에 꽂아 구조를 만들어보는 실험예도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만약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삼각형 형태가 아닌 정방형 형태였다면 그 오랜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대체로 트러스 형태가 적용된 교량이나 타워 같은 구조물은 디자인보다는 그 기능에 초점을 두고 설계된 것들이다.

경제적으로도 가장 적은 양의 부재를 사용하므로 효율이 좋다.

단점은 트러스 구조라고 해도 길게 만들어질수록 진동이 발생할 수 있으며 진동이 과하게 가해지면 붕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교량은 대개 긴 경간일수록 트러스구조를 이용한 아치의 형태를 적용한다.

그게 훨씬 안정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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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전통구조 지붕을 보면 완전한 트러스는 아니어도 트러스 구조라고 할 만한 구조들이 보인다.

특히 한옥의 구조는 사방 기둥에 서까래와 대들보를 연결하여 뼈대를 만드는데,

벽체가 힘을 받는 방식이 아닌 기둥들과 연결보로 구조가 자립하는 형태다.

그런데 서양건축에서는 이와 같은 구조를 르 코르뷔지에가 1915년 혁신적 개념의 건축이론 ‘도미노(Dom-Ino House)’ 시스템으로 소개한다.

조금 다르긴 해도 그 성립시기를 본다면 원조는 동양의 고건축 구조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물론 실제 당대의 재료와 공법으로 현대건축의 문을 열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구조를 놓고 보자면 이게 르 코르뷔지에의 독창적인 ‘발명’이라고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이런 형태는 독일어로 ‘틀’을 뜻하는 라멘구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런데 그 ‘틀’은 기본적으로 정방형체 사각틀을 서로 연결해서 입방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 형태는 재료를 적게 쓰고 안정적인 구조를 만든다는 장점이 있는데,

세워진 사각틀에 사선으로 부재를 추가해서 연결하면 그 구조물은 더 큰 안정성을 갖게 된다.

이 역시 트러스 구조의 차용이라고 할 수 있다.

사각형으로 틀을 만들면 흔들림이 생겼을 때 형태가 불안정해지는 반면에,

사각형에 대각선 형태로 트러스 구조가 만들어지면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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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지에의 돔이노 시스템은 그 트러스의 역할을 바닥판과 상판슬래브가 대체한다.

콘크리트로 이뤄진 판재가 네 개의 기둥을 잡아줌으로써 뒤틀림을 막는 구조로 완성되는 것이다.

이 바닥과 천장이 만약 삼각형 부재로만 연결되고 그 위에 얇은 판재를 깔아놓는다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물론 길이에 따라 중간에 추가적인 수직기둥은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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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도 내부 구조는 기본적으로 트러스 구조다.

자유의 여신상의 구조를 설계한 이는 바로 파리의 에펠탑을 설계한 오귀스트 에펠이니까.

거대한 여신상을 만든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고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로도스섬의 청동거상이 56년 만에 지진으로 쓰러졌다고 하는데,

만약 자유의 여신상과 같은 구조였다면 멀쩡했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만드는 건축물은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는 게 당연하며,

특히 모든 토목건축은 중력과 싸울 수밖에 없다.

중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므로 어떤 구조를 만들어야 중력에 의해 받게 되는 무게가 덜 할까, 어떤 구조라야 자연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눈비에 강할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어떤 측면에서는 아주 오랜 기간을 버텨내고 있는 교량이나 건물들을 볼 때 오히려 경이로울 지경이다.

인간이 만든 인공구조물이 그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다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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