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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말을 거네 28

아치를 아시나요

by 능선오름

28

"벽돌아, 벽돌아. 너는 무엇이 되고 싶니?" 근대 건축 거장 루이스 칸이 물었다.

그러자 벽돌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저는 아치가 되고 싶어요."

강연에 나선 루이스 칸이 청중 앞에서

"모든 재료는 되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다"는 의미로 말했다는 일화인데 건축학도 대부분이 강의 시간에 듣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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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는 기원전 2500년 경 인더스 문명에서 최초 적용이 되었다고 하며

그 후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아시리아, 에트루리아를 거쳐 고대 로마의 건축물에서 두드러지게 발달되었다.

그 기술을 기반으로 중세의 성당들이 건축되었다고도 할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 건축물중 아치를 이용한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 석굴암 등의 건물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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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칸이라는 유명한 건축가가 아치 구조를 언급하기 이전에 이미 많이 쓰였다는 말이다.

아치는 적은 재료로 상부의 중량을 버텨내는 좋은 방식이며,

이 구조를 길게 이어가면 서양건축에서 볼트라고 부르는 궁륭이 완성된다.

아치가 중심부를 기준으로 한 바퀴돌면 돔이 완성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고대에서는 석굴암의 돔 구조가 대표적이라 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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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를 거꾸로 뒤집으면 현수교의 구조가 된다.


원래는 구조적 문제로 시작되었던 아치는 현대에 이르러서는 디자인적 요소로도 많이 쓰인다.

실내장식에 있어서도 아치를 만들면 어딘지 모르게 클래식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건축구조가 고대로부터 발달해온 가운데 가장 바뀌지 않는 구조가 바로 아치라고 할 수 있다.

수학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콘크리트와 강철이 많이 쓰이는 현대건축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인류는 아치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되었지만 아직 그 한계는 있다.

대공간 구조라거나 교량, 터널에 있어서는 아치 이상의 구조가 없다.

이것은 사람이 물구나무를 서서 일상을 살아갈수 없는것과 같이 지구의 중력을 거스를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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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를 보면 판도라 행성이 나오는데,

여기에는 하늘에 둥둥 떠있는 천공의 섬이 등장한다.

물론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영상이지만 공상영화라도 어느정도는 현실성이 있어야 그럴 듯 할거라 어떤 의미인지 찾아보니,

그 섬에는 ‘상온초전도체’에 해당하는 자원이 행성에 있었고 이 자원을 탈취하기 위해 지구인들이 행성을 침공하는 것으로 설정이 되어 있었다.


초전도체란 자기장의 영향으로 공중에 뜰 수 있는 물체를 말하는데,

별도의 에너지가 없어도 자기장에 의해 물체를 띄운다는 이야기다.

이걸 적용하는게 조금 다르지만 자기부상 열차 같은 것인데,

1911년 절대온도(영하 273.15°C)에 가까운 영하 268.8℃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것을 발견한 이래 오랜기간 과학자들의 숙제였다.

그러다 2020년 영상15도 이하에서 초전도가 되는 물질을 발견했다고 들었다.


물론 이게 상용화 되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영화 아바타처럼 거대한 섬이 허공에 떠있을 정도의 물질이 존재한다면 건축의 구조와 개념도 많이 바뀔 것이다.

기존의 중력을 중심으로 설계되던 많은 건축물이 중력에서 자유롭게 된다.

그러면 공상영화에서나 볼법한 기이하며 구조가 무한대로 자유로운 건축도 가능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구인이라 그런지 그렇게 허공에 둥둥 떠서 산다는게 별로이긴 하다.


사실 도리없이 선택한 아파트 구조에서 살면서도,

내가 잠든 아래층으로 수십 세대가 있고 내 방의 천정 위에도 수십 세대가 잠들어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진 않다.

초전도체가 개발되어 건물이 둥둥 떠있는다해도 사람은 중력에서 자유로울수 없지 않은가.

판도라 행성의 종족들처럼 허공을 날고 날다가 떨어져도 잘 다치지 않는 신체를 가지지 않은 이상 말이다.

아직은 초전도체의 세상이 오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오랫동안 교량과 터널은 아치 구조를 선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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