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은 어려워
가끔 강연, 혹은 교육을 들으러 가는 경우가 있다. 사실 늦공부를 하는 바람에 마흔에서 오십 줄이 넘도록 거의 7년을 강의를 들었으니 또래와 비교하면 ‘경청’을 제법 한 편이다.
그렇게 많은 강연자의 강의를 듣다 보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자주 느낀다.
그것이 특정한 전문분야의 것이건, 아니면 일반적인 일상 또는 인생에 대한 담론이건 그렇다.
유튜브에서 유명하다는 종교인도 그렇고 정치가, 철학자, 예외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의 앎은 유한하고, 경험치도 유한하기에 자신이 알고 있고 체험으로 느낀 부분에 대하여 더 강조하고 그게 평균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잣집에서 인심 난다고, 평균적으로 부유하게 사는 나라일수록, 그 나라에서도 중산층 이상일수록 ‘입양’을 잘한다.
문화적 차이도 있지만 스스로 여유롭고 행복하게 아름다운 세상에서 자라 보니, 어려운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긍휼함’ 이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성급한 일반화의 단면인지 모르지만, 평균적으로 그러하다.
거꾸로 생각하면 힘겹고 어렵고 자기 살기도 바쁘면 타인에 대한 긍휼함은 덮어진다.
회사에 입사하는 신입 사원들에게 늘 오리엔테이션 삼아 하는 이야기가 있다.
‘ 입사 순간부터 너의 선배, 동료, 후배, 심지어 내 말조차도 믿지 말아라. 서로 ’안 믿는 ‘ 게 ’ 믿어주는 ‘ 것이라는 해괴한 역설을 꼭 이야기한다.
다른 조직, 다른 사회생활은 어떨지 몰라도 이건 긴 군 생활에서부터 체험으로 겪어온 경험치다.
누구나 다 ’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
근간에 ’ 정의‘ ’ 자유‘ ’ 평등‘ 이런 좋은 생각이 바탕으로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가족과 자신이 속한 모둠과 사회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아시다시피 ’ 자유’라는 개념과 ’ 평등’이라는 개념은 교묘하게 같은 뿌리인척 하지만 사회 구조상 대척점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현재 인류의 대다수는 헌재화가 되어있건 말건 원초적으로 자본주의적 삶을 산다.
자본주의는 엄밀한 의미에서 경제론이 아닌 인간의 본능적인 부분에 기반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타인보다 잘 사는 것. 그러기 위해 합법적 이거나 혹은 불법적으로 타인의 것을 가져와야 내가 잘 산다는 개념이다.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도 타인에게 무료로 재미를 제공하는 대신에, 타인의 시간과 생각을 빼앗아 현금으로 바꾸는 시스템이다.
통계적으로 구글링 1회당 구글에서는 150원 정도를 번다고 한다니.
엊그제 학부모 초청 교육인 ’ 성을 둘러싼 부모와 아이의 동상이몽’을 들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 또한 그리 공정한 사람은 아니니 순전히 내 경험치 안에서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강사님께서 강조한 것들은 공식 통계에서 특정 부분을 확대한 것이 있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우리 독서 모임에서 읽은 ’ 불안세대‘에 등장하는 사건들 일부일 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혹은 볼 수 없는 곳에서 더 많은 성폭력이 존재한다.
나는 생물학적 남자지만, 남자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산수(傘壽)에 이를 지경이 되어도 그놈의 동물적 본능에서 그리 자유롭진 못하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에 버스 종착점에 살았었는데, 등교를 위해 버스 뒷좌석에 타면 뒤에 오르는 사람들의 면면을 잘 볼 수 있었다.
흔히 관용적 표현으로 말하는 ’ 처녀‘가 타면 버스에서 앉거나 서 있던 남자들 – 국딩 고학년~ 허리 굽은 할아버지 – 이란 남자들은 다 힐끗거리며 돌아보곤 했다.
지금도 그리 다르지 않다.
나중에 커서 보니, 배울 만큼 배웠다거나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거나, 인격적으로 혹은 종교적으로 인정받는 사람들도 그리 다르진 않았다. 순전히 내 경험치에 의하면.
강사님께서 ’ 남자는 참지 못한다’라는 말 자체가 문제라고 하였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남자만의 세계에서 살았다. 무려 30세에 이르도록.
그동안 거쳐 간 선생들.. 교관들, 교수들. 이 모든 남자란 약간의 개인차가 있을 뿐 크게 차이가 없었다.
모든 남성이 잠재적인 성범죄자는 물론 아니다.
그러나 본인도 인식하지 않는 방법으로 성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아이들에게 ’ 성‘에 대해 올바른 인식? 같은 걸 교육하여 해결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성별을 떠나서, ’ 인간‘ ’ 타인‘에 대한 존중을 가르치고 몸에 익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또한 나의 경험이지만, 온전한 수컷들의 집단에서 그나마 누나 혹은 여동생이 있는 친구들은 좀 더 여성에 대해 성별 무관한 인간으로 대하지만 남자들만의 형제로 자란 친구들은 여성에 대해 더 많이 무지하고 더 많이 과격했었다.
환경의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번 지정된 책인 ’ 불안세대‘는 딱 맞는 주제인 것 같다.
처음으로 E BOOK과 종이책을 모두 샀다.
강의도, 책도. 그냥 일반 독자로는 도저히 다룰 수 없는 무언가에 벽을 느끼게 만든다.
딸, 아빠가 나이가 제법 들었어도 성교육은 힘들어.... 아빠도 잘 몰라.
정작 아빠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남자와 여자가 한 방에서 잠만 자도 애가 생기는 줄 알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