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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 Dec 05. 2022

접어둔 페이지

22.11.28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할 때면 접어둔 페이지를 펼친다. 보통은 내 마음 가는 대로 알아서 잘 살아가는 듯한 나이지만 어느 날엔 갑자기 길을 잃는다. 그럴 땐 새로운 책 말고 이미 읽었던 책을 찾는다.


책을 읽으면서 가끔 페이지를 접어둔다. 정해진 기준 없이 언젠가 해 먹어보고 싶은 요리 레시피, 계절에 대한 기가 막힌 표현들, 작가만의 슬픔을 받아들이는 방식 등을 책 속에서 만났을 때. 그저 내 마음에 들어오는 순간 그 페이지를 접는다.


주로 세 가지 방식으로 책에 표시를 남기는데 첫째는 색연필로 밑줄 긋기, 둘째는 인덱스 붙이기, 셋째는 종이 끝을 접기. 두서없어 보여도 ’ 페이지를 접는 ‘ 행위는 미래의 나에게 남기는 일종의 응원, 혹은 남의 손을 빌린 편지이다. 미래의 내가 스스로 해결 불가능한 마음에 빠져있다면 접어둔 페이지를 펼쳐보게끔. 미래의 나도 결국엔 나니까 지금 내가 남겨둔 것들 중 다시 마음을 다져주는 문장을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런 마음으로 계속해서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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