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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 Dec 10. 2022

한숨 같던 하루

크게 숨을 쉬어본다

우리 집 어린 개는 한숨을 자주 쉰다. 개를 처음 키워보는 나는 개가 한숨을 쉬는 줄도 처음 알았는데, 우리 개가 유난히 많이 쉬는 편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조금 웃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종종 “왜 이렇게 한숨을 쉬어?”라는 얘기를 듣는데 우리 개는 나를 따라 하는 걸까.


나는 힘든 일이 있어도 잘 울지 않는다. 다만 숨을 한 번 크게 쉴 뿐이다. 나도 모르는 새 쉬는 한숨도 있겠지만 평소의 나는 자세를 고치고, 숨을 크게 고르는 일을 좋아한다.


내가 의도하여 이렇게 뱉는 숨들을 <안도의 숨> 혹은 <안정의 숨>이라고 부르고 싶다. 하루가 무사히 지나감에 있어 안도하는 마음로 눈을 조용히 감고 후, 내뱉는 숨. 마음이 붕 떠 두 다리가 공중에 있는 불안정한 기분이 드는 날에 허리를 곧게 펴고, 갈비뼈를 열고 숨을 천천히 깊게, 또 길게 뱉어본다. 분명 몸 안의 것들을 몸 바깥으로 내보냈음에도 마음과 몸이 묵직하게 중심을 잡는다.


해가 짧아져서 금세 어둠이 내린, 손님이 이제 막 다 나간 책방에 앉아 오늘은 <안도의 숨>을 크게 쉬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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