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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 Mar 09. 2023

자신과 닮은 책을 가져간다

남의 손에 들린 책을 훔쳐보며 한 생각


어쩜 손님들은 하나같이 본인과 꼭 닮은 책을 고를까. 가방에서 꺼내는 책들도 모두 각자를 닮은 듯하다. 사실 책을 보고 사람을 봤는지, 사람을 보고 책을 보았는지 스스로도 무엇이 먼저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뭐가 먼저이건 간에 손님들은 저마다 자신의 얼굴 같은 책을 데려오고, 데려간다.

생각해 보면 나도 그래.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편은 아니나. 늘 결이 비슷한 것들을 가까이한다. 내 독서목록도 어쩌면 나의 얼굴과 닮아있을까? 분명 그럴 테지. 내가 오늘 읽다 덮은 그 책의 제목과 내가 자주 짓는 표정이 꼭 어울릴까? 분명 그럴 거야.


결국 우리 책방의 서가도 ‘내 취향’대로 고른 책들이라, 내가 보이고 싶은, 혹은 보고 싶은 표정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혼자 읽고, 혼자 감동하는 독서습관이 오래 이어지다 보니 새로움이 부족한 듯하여 요새는 남의 서가를 훔쳐보길 즐긴다. 좋아하는 카페에, 책방에 가서, 좋아하는 사장님이 모아둔 책들의 등을 보며, 저 제목은 꼭 사장님이 지은 것 같다 생각을 하며. 닮고 싶은 가게의, 닮고 싶은 주인의, 그 주인을 닮은 책들을 읽다 보면 나도 그를 닮아 내가 꿈꾸던 그런 사람이 될까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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