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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게 Apr 25. 2023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강아지들은 점잖다

가볍지 않다는 것에 대한 안도_02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는 강아지를 위한 커피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가만히 앉아 스케치를 하고 책을 보고 글을 쓰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강아지들을 볼 수 있는데, 하나같이 점잔을 빼고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카페에서 사람들이 하는 행동과 개들이 하는 행동에 큰 차이가 없는데, 차이라고는 의자와 바닥 중 어느 것을 더 선호하느냐의 차이뿐이다.



  가만히 앉아서 카페 안팎의 풍경을 구경한다. 주변 사람들이 무얼 하나 살펴보고, 입이 심심하면 커피를 마시고 간식을 먹는다. 햇볕이 묻은 가구와 바닥을 보기도 하고 계절의 변화를 창 밖으로 가늠한다. 다른 테이블에서 경쾌하게 떨어진 숟가락에 놀라 쳐다보기도 하고, 같이 온 사람에게 짐짓 쉰소리를 하는가 하면, 옆사람이 치는 타자의 경쾌한 음에 몰래 귀를 쫑긋거리도 한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를 만나 반갑게 인사할 때도 있지만 카페에서라면 으레 가져야햐는 점잔을 잃지 않는다. 카페에 있는 동안은 조용히 나 혼자 사색하는 일과 동행자가 하는 일의 속도를 맞춘다. 마실 수 있는 커피 종류가 퍼푸치노 한 가지지만 절대 투정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 강아지들은 한결같이 그렇게 점잖다.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고, 가끔은 사람보다도 카페에 잘 어울린다.



   강아지를 오래 키워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매번 이질적인 경험으로 느껴진다. 집에 애완동물이 있는 이들은 새삼스러운 일이겠지만, 같은 공간에 서로 다른 종의 생명체가 각자의 생각 속에서 커피를 즐기고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내게는 매번 놀라운 경험이다. 그것도 카페에서. 강아지는 강아지만큼의 공간을 자기 것으로 차지하고 사람은 사람대로 각자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동물원처럼 철장도 없고 가끔 목줄도 없으며 나를 제외하고는 서로를 별반 신기해하지도 않는다. 강아지는 냄새를 슬쩍 맡아도 쉽게 다가가지 않으며 사람은 강아지가 귀여워도 함부로 만지지 않는다. 서로의 의향과 서로 간의 거리를 존중한다. 그 모습들이 모두 자연스럽다. 자연스럽게, 커피도 카페라는 공간도 인간의 전유물이 아닌 강아지의 유희가 된다.



    아주 어린아이가 미술관에서 짐짓 뒷짐을 지고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고개를 갸우뚱한 체 노려보고 있다면, 강아지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조용히 창 밖의 풍경을 보며 사색에 빠져 있다면. 그렇게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이들을 곁에서 볼 때면, 마스크 속에서 남몰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여러분들도 분명 참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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