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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우 Jul 14. 2023

제습기 틀고 자는 여자

우리 집은 에어컨이 총 5개 있다. 거실에 1대,  안방에 1대, 아이들 방에 각각 1대씩 총 2대, 남편방에 1대, 시스템 에어컨도 아닌데 에어컨만 5대 있다. 가족도 5명인데 에어컨도 5대. 그러고 보니 1인 1대씩이다. 이 집에 이사 왔을 때 전 주인이 거실 에어컨, 안방 에어컨, 아이들 방 에어컨 한 대씩을 무료 옵션으로 놓고 간 까닭이다. 에어컨은 나머지 2개는 추가로 설치한 것이다. 5개 중 3개는 공짜로 얻었지만 자고로 10년 가까이 된 에어컨이란 말씀.


처음에는 에어컨을 잘 쓰긴 했는데 에어컨 3대를 한꺼번에 가동하려니 냉방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참고로 트윈 원도 아닌 쓰리 원이다.) 게다가 거실이 넓은 편이라 시원해지려면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주방에서 음식을 할라치면 주방의 열기 때문에 거실의 온도는 상승하곤 했다. 결국 냉방비 때문에 거실의 에어컨 작동 횟수가 적어지고 그나마 제일 시원한 아이들 방에서 이것저것 하기도 하고 자기도 했다. 그러나 함께 자는 것도 시간이 지나니 불편했다. 아이들과 함께 자면 시원하기는 하지만 편하게 잘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에어컨이 있는 안방에서 혼자 에어컨을 켜고 잘 것이냐 아니면 냉방비 절약상 에어컨을 끄고 버틸 것이냐를 고민했다. 남편은 자기 방에서 에어컨을 풀가동하며 자는 탓에 추워서 남편의 방에서 같이 잘 수가 없다. 결국 고민 끝에 아이들과 남편 없이 홀로 안방에서 자기로 했다. 에어컨 없이. 장마기간이라 밤에도 끈적거리기도 하고 더워서 에어컨 없이 못 잘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다 꿉꿉함을 날려줄 제습기를 가동하기로 했다. 물론 에어컨에도 제습 기능이 있지만 에어컨의 제습과 제습기의 제습 그 느낌은 좀 다른 듯했다. 그리고 년수가 오래된 안방 에어컨의 가동력이 좀처럼 신통치 않았다. 어쨌든 에어컨 대신 제습기를 틀어 놓으면 어느 정도 습기는 잡을 수 있으니 쾌적한 습도 상태로 자면 더위는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예상은 적중! 제습기를 50%로 해주는 스마트 제습으로 설정하니 오히려 더울 것 같았던 안방의 온도는 처음에는 더운 듯 느끼나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거실의 온도보다 낮게 느껴졌다. 게다가 뽀송뽀송함은 그야말로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오! 이 방법 정말 괜찮은데? 선풍기도 필요 없다. 제습기 하나만 있으면 밤에 자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제습기 물통에 채워져 있는 물을 보면 뿌듯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통을 비울 때 그 쾌감이란. 제습기를 틀 때는 방안의 문들을 다 닫아야 해서 사람 없을 때만 가동하라고 했어서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었지만 실상 해보니 괜찮은 듯했다. 조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면 잠에 들기 전에 제습기를 끄고 자기도 한다. 아니면 시간을 설정하거나 적정 습도를 예약 설정하고 자면 된다. 하여튼 오늘도 난 제습기와 함께 잠을 잘 것이다. 뽀송뽀송하고 쾌적함 속에서. 혹시 또 모르겠다. 아직 열대야가 온 것은 아니라서 그때까지 제습기 하나로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일단은 제습기로 버텨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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