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에 기대] 진짜 보수 가짜 보수 따로 있나

2025. 04. 04. 그 이후

by 장권

2025년 4월 4일, 제20대 대통령 윤석열 파면. 현대사에 한 줄이 더 쓰였다. 환희에 찬 시민들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작’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새롭지는 않다. 사필귀정이다. 민주주의를 향한 선열들의 거룩한 희생과 총칼에 맞선 저항 정신을 거름 삼아, 오늘날의 우리가 공고히 지켜 온 우리의 주권. 원래부터 우리의 것이었다. 또 한 번 우리는 합(合)을 이루어냈다. 다만, 안티테제의 수준이 너무 처참해서 웃음이 난다.


미친 노인네. 책이나 더 읽지, 왜 노년에 유튜브에 빠져 가지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고 싶지 않지만 상식적인 행동이어야 비판할 가치가 있지. 이런 걸 요즘 말로 ‘보법이 다르다’고 한다. 보통은 긍정적인 의미로 특출 난 상황과 사람에게 붙이지만, 파면이 되어 기쁜 마음으로 이 미친 자에게도 붙여 주려고 한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법이다.


내가 성인이 된 지 12년 11개월 동안 총 4명의 대통령이 이름을 올렸다 내렸고,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했다. 대통령직이 청기 백기도 아니고 이게 무슨 난리람.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지금의 나는, 내가 성인이 된 후 세 번째로 선출된 대통령의 임기 아래 있어야 한다.


보수의 텃밭 TK의 막내딸로서 부모님과 끝없는 투쟁에서 질린 나는 홍기를 올리는 척을 했으나, 사실 늘 청기를 올렸다. 비밀 선거의 원칙이 이 글로 인해 깨졌지만, 뭐 부모님들도 모르시진 않았으리라 짐작해 본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나를 떠보는 움직임이 한 차례 더 포착됐다. "니 누구 뽑을 거고." 나지막하게 전화선을 통해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 나는 국정원의 무전보다 더 긴밀한 음성으로 말했다. "안 알려주지. 비밀 투표는 국민 기본권이다." 엄마는 말했다. "이재명은 뽑지 마래이." "왜?" "대통령 될 사람인데 인성이 그래가 되겠나." 역으로 묻고 싶었다. 그럼 보수 정당에서 나온 대통령 중에 인성 괜찮은 사람이 있었냐고. 대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김문수는 안 뽑을 거고, 이준석도 파이다. 하여튼 비밀 투표다."


내란 척결을 향한 국민의 기대는 날이 갈수록 거세어졌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내심의 의사를 비친 모든 유명인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소위 '2찍'이라고 낙인찍으며 역사를 모르는 우매한 사람으로 몰아갔다. 실수로 사진을 올렸으며, 특정한 의도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표명해도 여론은 바뀌지 않았다. 투표 직전, 국민의 내란 종식에 대한 염원이 가시화되는 순관이었다.


이토록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만 해도 원색적인 비난을 받은 사례가 있었던가. 기호 2번을 찍은 20대 남자에게 소위 '이대남'이라는 멸칭을 부여한 제20대 대선에서는 '성별 갈라 치기'의 일환으로 일부 지지층이 비난을 받았다지만, 이번엔 남녀노소 불문하고 빨간색만 입었다 하면 비난 대상이 되고 말았다.


'진짜 보수주의자'를 주창하며 정당을 옮긴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보수의 가치가 '질서와 원칙, 법치를 지키는 것에서 온다'라고 했다. 법치를 훼손하는 세력에겐 당파 논쟁도 필요하지 않다. 합당한 처벌과 재발 방지가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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