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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Apr 14. 2024

10주년 세월호 기억식

* 잊지 않을게, 끝내 목이 메었다(153)

오늘(4.13) 오후 2시부터 이성당 앞 야외 공연장에서 세월호 10주년 기억식을 했다. 어느새 야속한 세월 10년이 흘러갔다. 그날 캄캄한 바다에 가라앉아 피어보지도 못한 아이들은, 청춘들은 지금 어디서 꽃으로 피고 있을까? 나비로 날고 있을까? 색색의 고운 꽃들은 앞다퉈 피어나고 하늘을 뒤덮었던 벚꽃들이 눈송이처럼 난분분 지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더러는 잊고 가끔은 생각하며 때때로 눈물을 글썽였던가? 그러나 끝내 돌아오지 않는 사랑하는 아들 딸의 단원고 2학년 엄마 아빠들은, 그날 그 시간에 끝 닿을 수 없는 그리움과 슬픔으로 머물고 있다.

아픈 4월이 우리 곁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있다. 잊지 않을게 ~


야외행사라 혹여 날씨라도 궂으면 어쩌나 마음 졸였는데 다행히 바람도 없이 햇볕이 순한 봄날씨였다. 어느 해 기억식에서는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쳐서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파도에 휩싸이는 듯 갈팡질팡하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다행히 온화한 봄날씨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여러 개의 부스가 차려지고 잊지 말자는 약속을 걸며 조촐하지만 다양한 행사들이 차분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청소년부터 청장년 어른들까지 차분하고 알차게 행사는 이뤄졌다. 

보여주기식 동원도 없이 지나가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자발적으로 관객이 되어 자리를 메우고 함께 해 주었다.
우리 시낭송예술원 회원들은 차(茶) 봉사 부스를 하나 차지하고, 행사장에 온 사람들에게 무료로 따뜻한 차와 물을 제공했다.


10주년 기억식에서
차 나눔 봉사부스에서 한국시낭송예술원(회장 채영숙) 회원들
잊지 않을게!  서명에 동참하며...
앞치마를 두른 채 추모시를 낭송함


그리고 식전 행사로 무대에서 10여 명의 회원들이 세월호 추모시를 낭송했다.

오늘 나는 함민복 시인의 <아, 숨 쉬기도 미안한 사월>을 낭송했고, 나의 시 <미안하다, 예전엔 몰랐다>는 다른 낭송가(양주영 낭송가)가 낭송해 주었다.


시를 외우고 낭송연습을 할 때부터 자꾸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누르느라 애를 먹었다. 낭송자가 감정에 먼저 무너지면 안 되기에 담담하게 전달하려고 꾹꾹 마음을 눌러야 했다. 그래도 끝내 목이 메었다.




* 아,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함민복



배가 더 기울까 봐 끝까지

솟아오르는 쪽을 누르고 있으려

옷장에 매달려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

나 혼자를 버리고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이겨냈을

바보같이 착한 생명들아, 이 학년들아


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없음을 가능케 한 우리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 반성도 부끄러운 죄다


쏟아져 들어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 가녀린 손가락들

나는 괜찮다고 바깥 세세상을 안심시켜 주던

가족의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보았을 공기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아! 이 공기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미안하다, 예전엔 몰랐다 / 전재복



흐드러지게 피어버린

영산홍 붉은 물결이 서럽다

너희들의 생환을 간구하며

꽃이 피는 일조차 아픔이 된다는 것을

생살 에여 선혈 뚝뚝 떨어지는 아픔을

꽃들이 대신 울고 있는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돌아오지 않는 너의 이름을

부르다 부르다

억장 무너지는 탄식으로

아비는 저 바다에 깊이 가라앉고

어미의 멈출 줄 모르는 눈물은

끝내 바다로 흘러가

몸부림이 되는 것을

끝 모를 출렁임으로 통곡하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함께 울어주는 일 밖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어서 미안하다

이 땅의 못난 어른인 것이 정말로 미안하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아들아 딸들아


함민복 시인의 '아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낭송 일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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