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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May 11. 2024

*옥구향교 춘기 석전대제

옛것을 살려 오늘을 돌아보다(158)


5월의 풀과 나뭇잎새들은 초록이라는 한 가지 단어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

적어도 열 가지 이상 진하기와 밝기를 차등하여 다르게 불러줘야 할 만큼 야들야들하고 싱그럽고 아름답고 설레고 사랑스런 '초록이'들의 향연이다.

저렇게 아름다운 초록이들과 함께 피워내는 흰색과 보라 빛깔의 꽃들은 또 얼마나 향기로운지!

그런 오월은 사랑해야 할 이름, 감사해야 할 이름들이 유난히 많은 달이다.

그중의 하나로 엊그제 문화원주관  어르신들의 지역탐방 행사에 참가했을 때, 옥구향교도 일정에 들어있었다. 그곳에서 오늘의 행사 '석전대제'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 속으로 시간을 내어 꼭 구경 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석전대제(釋奠大祭)는 옥구향교가 주관하고 군산시가 후원하는 큰 행사로 이 지역 유림들이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께 드리는 큰제사라고 한다.

AI가 인간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시시각각으로 발전하는 세상에, 유림을 찾고 '공자왈 맹자왈'이 무슨

고리타분한 이야기냐고 콧방귀를 뀔지도 모른다.


나 역시 향교와 서원을 몇 군데 문학기행에서 가보기는 했지만, 문화적 가치가 있는 곳으로 잘 보존되어야 할 곳이라는 정도 밖에는 아는 것도 감동도 별로 없었다.

우리 집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옥구향교마저도, 작년 6월 문우들 몇 명과 처음으로 방문했었다. 

그때 고맙게도 향교 전교님이 아는 분이어서 유림복장에 두건까지 착용하고 옛 선비가 되어 명륜당에서 짧은 강론을 듣는 특별한 체험을 했었다.

짧지만 그날의 체험으로 향교나 서원에 대한 생각이 보다 친근감 있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옥구향교 대성전은 전라북도 지방문화재 96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이곳 옥구향교가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것은 공ㆍ맹자뿐만 아니라, 단군을 모신 단군성조와 현충사, 최치원선생을 모신 문창서원 및 최치원선생이 어렸을 적 이곳에 올라 글을 읽었다는 자천대(정자)까지 붙어 있다는 점이다. 한 번 걸음으로 서너 곳을 둘러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또한 이곳에는 수령이 오래된 배롱나무 여러 그루가 있는데 꽃이 피기 시작하는 6월 말경 그 아름다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향교는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지방의 교육기관이었다. 아울러 유교를 대표하는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인데, 이곳 옥구향교는 공자를 비롯한 안자, 증자, 자사, 맹자 다섯 성현과 우리나라의 성현 22인의 위패를 봉안하여 해마다 제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나는 시작시각보다 40여분 일찍 도착했다. 미리 행사장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을 요량이었다.

외삼문과 내삼문 사이의 널찍한 아랫마당에 차일(천막)이 쳐있고, 품계에 따라 색깔이 다른 관복을 갖춘 제관들과 연옥색 도포를 입고 두건을 쓴 유림들이 바쁘게 오가며 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여성회원도 세 분 있는데 옛날 복색으로 갈아입고 오가는 모습을 보노라니 사극을 찍는 촬영장에 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제례행사 내내 여성회원들이 맡은 역할이 너무 미미하고 남성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전교님(노장용)을 비롯 많은 제관과 유림들이 집례관의 진행에 맞춰 정성을 다하며 경건한 몸가짐으로 제를 지내는 모습이 묵직하게 가슴에 스며들었다.



우리는 편리함과 실용성만 중히 여기고 정신이 너무 가벼워진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향교나 서원의 행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충, 효, 예를 되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이런 체험을 한번 하게 해 보면 어떨까? 권하고 싶다.


개막식 처음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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