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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Dec 21. 2024

남의 떡에 제사 지내기

출간기념회에 다녀왔어요(199)


'남의 떡으로 제사 지낸다'라는 말이 있다. 남이 수고하여 차려놓은 상에 슬쩍 얹어서 제 조상의 재를 지낸다니, 얌체 짓을 나무라기 전에 궁핍한 처지가 먼저 그려진다.

오죽하면 그랬을라고!



어쨌거나 남의 덕에 실속도 차리고, 상을 차린 이에게도 해 될 일이 없다면, 크게 탓할 일은 아닌 것 같다.


12월 20일, 이제 열흘 남짓 남은 한 해의 끝자락에서 뜻깊은 자리에 초대를 받았다. 그것도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은성이까지 실한 역할을 줘서 축하무대에 할미와 손녀가 함께 섰다.

군장대학교 구근완교수의 첫 시집 출판기념회에 초대를 받은 것이다.


식전행사인 축하공연의 출연진을 보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인맥이나 지역사회의 인지도를 보면 유명한 연예인을 부르고도 남을 분인데, 같은 교육동지로  아마추어 성악가를 부르고, 장애가 있는 소년의 애쓴 흔적이 고스란히 보이는 팬풀룻 연주, 유명세가 붙지 않은 열정적인 싱어송라이터의 연주가 감동을 주었다.


오랜 기간 교육자며 봉사활동의 리더로서, 지역사회 중심을 잡아주는 지도자로서 사회 각 계층에 대한 세심한 배려라는 것을 느꼈다.


작가의 첫 시집의 평을 부탁받았을 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손을 내저었다. 그럴싸한 프로필 한 줄 없이, 혼자 좋아서 글이나 쓰는 내 자신을 내가 잘 아니까. 그러나 한사코 내게만 받겠다 한 이유를 오늘에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늘 속에 가려져 있는 사람에게 내민 응원의 손길이 아니었을까?


85편으로 묶은 시집의 첫 번째 독자가 되어, 고마운 마음을 담아 감상문을 써 보냈더니 적지 않은 양의 페이지를 내주었다.


축하의 마음을 담아 격려의 말을 전하는 중


오늘 축하자리에서 격려사를 부탁했을 때는 흔쾌히 그러마고 했다. 우리 은성이의 출연요청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은성이는 구근완 작가의 시 낭독을 하기로 했는데, 너무 짧은 것 같아서 태권도 품새시연을 추가했다.

은성이의 여덟 살 인생에 역사적인 날이었다.


어린이는 자기 혼자뿐인 무대에서 떨려서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품새시범도 시낭독도 떨지 않고 잘했다.

열띤 박수를 받으며 은성이의 희망은 한 뼘쯤 쑤욱~ 자랐을 것이다.

남의 떡에 근사한 제사를 지낸 셈이다.


태권도 품새 '고려' 시연 중인 은성
구근완시인의 시를 낭독하는 은성


오늘 첫 시집을 세상에 선보인 구근완 시인의 건필과 정진을 기원하며, 시인의 시가 깊은 울림으로 독자들의 가슴에 가 닿기를 바란다.



#가온누리 여백의 미(구근완 시집)

#출간기념회


축하케잌 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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