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섭섭하지 읺게(243)
10월이 도착했다!
9월의 마지막 날, 나는 결코 쫓아내듯 9월의 등을 떠밀지는 않았다.
떠나는 9월이 섭섭하지 않게 마지막까지 알찬 마무리를 하고 떠날 수 있도록 등을 살짝 밀어주었을 뿐!
아침 8시 30분쯤, 열한 명의 우리 마을사람들은 소풍 가는 아이처럼 다소 들뜬 표정으로 이장댁 마당에 모여들었다.
마을 가꾸기 동아리 회원들의 선진지 체험학습 겸 가을 나들이가 있는 날이었다.
8시 40분 출발~ 다소 이른 시각이었지만 여유 있게 하루를 운영하기 위해 우리 이장님이 일정표를 그렇게 짠 것이다.
하늘은 적당히 구름으로 가리어지기도 하고, 높고 낮게 흘러가며 신비로운 볼거리를 연출하는 구름쇼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아직은 초록이 우거진 산과 노릇노릇 곡식이 익어가는 들판, 예쁜 가을꽃들이 어울려 강물처럼 흘러가는 차창 밖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하루쯤 일상을 벗어나 이렇게 남이 운전하는 차에 실려 흔들려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너무 행복하다.
첫 번째 목적지는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의 장류체험관!
(얼마 전 우리 마을에서도 맛된장을 만들어 팔았다. 호응이 아주 좋았었다. )
민속마을처럼 잘 가꾸어 놓아, 관광객들이 즐겨 찾을 수 있도록 장류 특화단지가 조성되어 있었다.
체험관에 도착하여 남자나 여자나 모두 앞치마를 착용하니 제법 그럴듯해 보였다.
<오늘의 체험 4가지>
1. 고추장 피자 만들기:
고추장소스가 들어가서 담백하고 쫄깃하니 맛이 있었다.
2. 간편 고추장 담기:
메주가루, 고춧가루, 식혜는 밥알을 건져내고 물만, 우리는 준비된 재료를 잘 섞는 일만 했다.
3. 떡메 쳐서 인절미 만들기:
옛날의 돌쇠, 장쇠가 되어 돌아가며 쿵덕쿵덕 떡메를 내리쳐보았다.
밥알이 톡톡 씹히는, 콩고물 범벅의 인절미! 전통의 맛이 살아있었다.
4. 튀밥 튀기(뻥튀기) :
기계를 손으로 돌려가며 기압을 맞추는 체험을 했다. 압이 채워지면 준비된 쌀을 기계에 넣고 "하나 둘 셋 뻥이오!"를 외쳤다.
비닐터널에 우박처럼 쏟아지는 쌀 튀밥!
시중에서 파는 튀밥보다 훨씬 고소했다.
네 개의 체험을 마친 뒤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장류박물관까지 둘러보고, 가까운 곳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두 번째 목적지는 담양, 이번에는 죽녹원만 둘러보는 것으로 했다.
주민등록상 65세 이상은 무료입장이라서
11명 중 세 명만 유료입장했다.
울울창창한 왕대나무 사잇길을 천천히 걷는데 대부분 그늘로 이어지고 날씨도 선선하여 걷기에 아주 좋았다.
발 부상이 완전히 낫지 않은 나는 발이 아파서 조금 힘들었지만, 일행들에게 신경 쓰이게 할까 봐 힘들지 않은 척 조심했다. 끝까지 따라 걸을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조금 올라가다 족욕이나 하겠다고 샛길로 빠졌다. 이웃에 사는 미애씨가 자기도 족욕하겠다고 함께 남았다.
잠깐씩 걸었지만 몇 시간을 서서 애쓴 발에게 대나무를 우려낸 따뜻한 물속에서 15분간의 온전한 쉼을 누리게 해 주었다.
가만히 쉬면서 생각해 보니 8월은 찜통더위와 폭우와 맞서 싸우느라 힘들었고, 나는 8월 14일 발에 부상을 입어서 지금까지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그렇게 불편한 8월을 넘겨 9월에도 활동은 여전히 불편했지만, 꼭 참가해야 하는 행사를 두어 개 치렀다.
절뚝거리며 우리 은성이 시낭송대회를 데리고 나갔고(금상수상), 전북문인대동제 오프닝무대에서 시낭송을 해서 갈채를 받았다.
그리고 9월~ 전국시낭송대회에 출전하여 작은 성과를 거뒀다.
동인시화전 준비, 시낭송행사 준비와 몇 군데 동인지에 쫓겨가며 원고를 보냈고, 일곱 번째 시집 발간 후 인사받느라 나름 바빴었구나! 10월도 비슷하게 다가오고 지나가리라.
이렇게 조금은 바쁜 듯이 오늘을 살아갈 수 있음이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런 일인가!
이만큼의 건강이 내게 있고,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