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금메달 땄어요(252)
토요일 아침 식탁에 앉은 아이의 얼굴이 벌겋다. 밤에 약을 먹여 재웠는데도 이마와 볼이 따끈따끈하다.
금요일 밤부터 머리가 아프다 해서 약을 먹고 잤는데도, 아침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태권도 품새대회가 있는 날인데...
아침도 입맛이 없다고 먹는 둥 마는 둥, 기운이 없어 보이고 얼굴엔 열기가 가득하다.
하필 할아버지는 스크린골프 월례대회가 있는 날이고, 할머니는 세 곳의 행사가 있어 종일 바쁠 예정이었다. 그나마 아빠가 쉬는 날이어서 다행이긴 한데, 은성이 컨디션이 안 좋아서 어째야 할지 걱정이었다.
그런데도 은성이는 대회에 참가해야 한다며 약을 먹고 나섰다. 대회장까지는 체육관차로 이동한다 하여 아빠가 체육관에 태워다 주고 왔다. 은성이는 오후시간으로 대진표가 짜 있어서 점심 먹고 참관하러 간다고 했다.
할미가 따라가야 하는데, 가서 사진도 찍어줘야 하는데... 그보다 아픈 애가 힘들어 보이면 대회고 뭐고 병원으로 데려가야 할 텐데, 할미는 할미대로 행사에 빠질 수도 없고 속만 타들어갔다.
제 아빠가 있으니 알아서 하겠지! 미루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군산 행사를 마치고 점심도 건너뛴 채 전주 행사장으로 달려가서 일을 거의 마칠 무렵 아들로부터 문자가 왔다.
"은성이 금메달 땄어요."
"아이고, 우리 강아지 잘했다.~"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아파서 대회나 치렀을까 걱정했는데, 두 번의 겨루기를 무사히 치르고 높은 점수로 당당히 중학년부 1등을 했다고 한다.
할미가 못 가서 겨루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지도 못했는데, 미안하고 속상했다.
시합을 치르고 나와서야 병원에 들러 왔다는 얘기를 듣고 저 쪼그만 아이가 그런 강단이 어디에서 나왔을까! 속으로 놀랐다.
' 녀석, 제법인데~!'
우리 강아지 은성, 오늘도 어리광 부리며 할아버지 무릎을 전세 내어 뒹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