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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urel Oct 28. 2024

지랄총량의 법칙

누구나 지랄하는 시기는 온다

수영을 해본지가 몇 년 된 거 같은데 요즘 가끔 귀가 먹먹하다고 해야할까... 울지 않았는데 울고 난 기분이 든다. 코로 숨을 쉬기가 힘들고 가슴은 답답하고 너무 울어서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고 꺽꺽거리고 있는 상태. 그런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둘째는 아기 때부터 애교가 많았다. 항상 마음이 따뜻하고 배려심이 깊어서 이 집안 T들 사이에서 상처 입은 영혼을 달래주는 유일한 존재였다. 너무 무더운 여름날 나 혼자 주방에서 문 닫고 밥을 하고 있을 때 엄마가 무얼 하고 있나 들여다보고는 이렇게 더운 데서 밥을 어찌하냐고 말하는. 그러나 그 밥은 제일 잘 먹는.     

그렇다고 자기 일을 안 하는 편도 아니어서 대충 들어간 초등영재원에서 과학부장관상을 타와서 고민거리가 없었다. 늘 짜증을 내는 누나와 비교가 되기도 하고 거의 6년 넘게 사춘기 –ing 중인 첫째에게 다친 마음을 둘째에게서 위안을 삼곤 했다. 그래 너 아니었으면 이 집구석 벌써 나갔지.     


그런 둘째가 중학생이 되었다. 원래도 순하고 대화도 많이 하는 편이라 크게 걱정 안 했다. 너무 걱정을 안 했나.. 그러던 이 아이에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잘 다니던 학교를 갑자기 가기가 싫다고 하는 거다. 나 닮아 낯을 많이 가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좀 오래 걸리는구나 싶었는데 자기랑 대화가 통하는 친구가 없단다. 이게 무슨 소리? 그러면 지난 1학기는 어떻게 다닌 거야??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청소년 상담을 시작하고 학교 담임선생님께 도움을 구했다.     


작은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누나가 외대부고를 들어가니 뭔가 결심을 한 듯 자기는 대전에 있는 대학을 가야겠다고 했다. 참 충청도스러운 표현이다. 우리 집에서는 이런 걸 충청도스럽다고 한다. 부모님 고향이 충청도인 아빠를 따라 하는 말투인데 이 게임의 룰은 이렇다. 만약 목이 마르다고 한다면 절대 직접적인 표현을 하면 안 된다. “물을 마셔야겠다” “물 좀 갖다 줘” 대신 “목이 마르네” 또는 “물이 어디 있지?” 같은 반드시 간접적인 말로 자신의 의사를 대신해야 한다. 여기에 동반되는 중요한 행동지침은 본인이 물을 가지러 가지 않는 것이다.     


아무튼 상도 탔고 본인도 카이스트를 가고 싶다고 하니 내 마음은 분주해졌다. 이왕 갈 거면 고등학교는 과학고가 나을 것이고 마침 집 가까이에 아이가 잘하는 IT 쪽으로 특화된 영재고가 있으니 수학, 과학만 좀 더 하면 가능할 듯도 싶었다. 1학기엔 중학교에 적응하느라 못 보낸 수학학원을 미리 약속한 대로 2학기가 되자마자 등록하고 딱 일주일 다니고는 아이가 병이 났다.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비염인데 초등학교 때부터 한번 걸리면 학교도 2주씩 못 나가서 어쩔 수 없이 이제 막 등록한 수학학원을 그만두었다.


그러더니 이제 과학고를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 과학고 가기 싫을 수 있지. 노력하기 싫을 수 있어. 그런데 뜬금없이 유튜버가 되겠다고 한다. 그래 유튜버 좋지. 다른 사람들이 유튜브로 돈 많이 버는 거 보면 정말 부럽더라. 하지만 내 자식이 되는 건. 다른 문제더라. 사실 내 자식이 유튜버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나도 참 깨어있는 척했는데 아니었구나.     


지난주도 아이는 5일 내내 학교를 안 갔다. 첫날은 내가 안 깨우면 어쩌나 보자 싶어서 안 깨웠더니 정말 안일어났다. 10시가 넘어 일어나더니 잠시 당황 그러더니 다시 잔다. 그래 어차피 오늘 하루는 못 가겠다 싶었는데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갈 생각을 안 한다. 보다 못한 내가 하루는 늘 그랬던 것처럼 깨워서 학교 앞까지 차를 태워 내려놓고 왔는데 다시 돌아왔다. 환장하겠다.   

   

뭐가 문제일까. 그래 내가 잘 못 키운 거지. 아무리 아파도, 비염 때문에 콧물이 숨을 못 쉬게 흘러내려도 학교를 보냈어야 했어. 초3 땐가 영어학원 보내달라고 했을 때 보냈어야 했는데. 아들을 영재고에 보낸 친구가 그러니까 진즉에 사춘기 오기 전에 학원뺑뺑이를 시켰어야지 이제 와서 우는 소리하면 어쩌냐고 하는데 할 말이 없다. 쳇. 남자애들 사춘기가 이런 건지 알았나. 그때 가고 싶어 하던 영어학원도 자리가 없어서 못 보낸 거야. 대기 걸어놨었는데 왜 전화를 안 해준 거야. 내가 더 자주 전화해서 자리 있나 물어봤어야 했나. 후회스럽다. 이제 어쩌지.     


지난주 딱 5일만 쉬기로 하고 아이는 주말에 친구들까지 불러서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 다시 학교 가는 날. 가까운 거리를 차를 타고 가면서 아이가 묻는다. 도대체 학교가 좋은 점이 뭐냐고. 딱히 생각나는 말이 없어 하기 싫은 것도 해야지라고 해버렸다. 이런.. 학교가 안 좋다는 걸 인정해 버렸네. 뭔가 상담선생님 말씀처럼 그래 학교 가는 게 힘들지 그래도 가야지 라고 하고 싶었는데 말이 그렇게 밖에 안 나왔다. 사실은 5일을 쉬고도 그렇게 얘기하는 아이에게 화가 났기 때문이다. 더 길게 얘기하다가는 또다시 폭발할 것 같았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신이 내가 자만할까 봐 끊임없이 내려주는 시험 같다. 너 큰아이 서울대 갔다고 세상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고 그러시네. 한번도 세상 만만하게 본 적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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