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뚜기 Jul 04. 2024

아름다운 색깔의 나라 모로코 1편

라바트, 살레, 페즈, 마라케시 위쪽 산 마을의 여행기

모로코, 말만 들어도 너무 가보고 싶은 나라이지 않은가?

이번에는 수공예 공방을 모티브로 사역하는 팀과 함께 모로코라는 곳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재빨리 항공권을 검색했지만, 미리 발권한 팀과 같은 비행기가 없어서 혼자서 날아가야 했다.

모로코는 북아프리카 서쪽 끝에 있는 나라이다.

그냥 모로코라는 말만 들어서는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비행기로 9시간 반을 날아가서 다시 또 8시간을 타고 가니 정말 멀게 느껴졌다. 가기 전에 지도라도 좀 살펴보고 갈 것을 잠시 후회했다.


도착한 다음날 아틀라스 산맥이 자리 잡은 지역으로 이동했다. 렌트한 차가 좀 작은 차여서 제일 뒷좌석에 구겨 앉아서 잠시 점심을 먹은 것을 제외하고는 10시간을 넘게 달려서 갔다. 큰 나라이다.

모로코에서 지진이 났던 지역은 마라케시라는 큰 도시에서도 2시간 정도 더 산으로 올라가야 하는 곳이었다.

마라케시는 한 tv프로그램에서 장사천재 백종원이 가서 음식장사를 했던 곳이다.

산으로 올라가는 곳곳에 지진으로 인해 지어진 임시 막사들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5월이라 그런지 수목이 무성해서 지진의 큰 피해정도는 눈에 띄게 보이지는 않았다.

가장 높은 마을에는 구호의 손길이 적을 거라는 예상으로 몇 달 전부터 제일 꼭대기 마을을 방문하고 있던 분과 함께 다 늦은 저녁에 마을에 도착했다.

높은 아틀라스 산맥에 있는 마을

마침 구호품을 나누어 주고 있던 터라 우리가 구호품을 나누어 주는 사람인 듯 마을 사람들의 환대가 호의적이었다. 프랑스식? 중동식으로 볼을 비비며 인사하고는 호호아줌마처럼 생긴 나이 많은 할머니를 따라 산마을 위로 올라갔다. 일단 말이 안 통하니 통역해 주시는 분의 안내대로 무작정 따라갔다. 산으로 올라가며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또 어디 골짜기로 내려가니 집들이 나타났다. 곳곳에 임시로 지어놓은 집(숙소)들이 보였다.

나름 시스템을 갖춘 수도와 숙소들
임시숙소 같아 보이는 집들

그중 제일 좋아 보이는 집으로 안내해서 따라 들어갔다. 우리는 여자들만 있다 보니 주방옆 거실(빈 공간 같은 곳)로 안내받았다. 어디서 플라스틱 의자와 탁자가 나타나서 세팅되고 차를 대접받았다.

외국인들 그것도 극동 아시아인들 집에 오니 사돈에 팔촌인지 마을 아이들인지 구경을 살짝살짝 왔다.


꼬맹이 아이들이 엄마품에 또는 자기들끼리 한자리씩 차지하고는 동그란 눈알을 굴리며 신기한 듯 우리를 쳐다보고 앉아 있었다. 내가 보기엔 초등학생 고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들어왔다. 마치 자기는 다 성장해서 아이들이 노는 것과는 다르다는 시크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할머니는 손님을 위한 쿠키를 꺼내놓았고 아이들은 오로지 과자에만 눈이 집중되어 있었다. 시크한 표정의 아이에게 쿠키를 하나 먹으라고 권해 주니 도도하게 고개를 흔든다. 


비록 지진으로 무너진 터전을 다시 재건해야 하지만, 한 마을에 가족들이 다 모여사는 모습들이 너무 좋아 보였다. 도시의 개인문화에 길들여진 우리는 낯선 이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는데 여기는 아이들이 신나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함빡 웃는다. 마음이 환대로 꽉 차는 느낌이다.


사실 밤 9시가 다 되었기에 수업은 내일 하려나 생각했었지만, 그날 밤에 수업이 있었다. 수공예 수업을 위해 마을 이장이 자리를 마련해 주었고 여성들이 모였다. 꽉 찬 방에서 열심히 자이언트얌가방을 설명해 주고 2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의 가방을 강사님이 다 만져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성공적으로 수업을 마치고 행복하게 각자 가방 하나씩 들고 흩어졌다.


늦은 밤 수업이 끝나고 이장님과 한 청년이 랜턴을 비추어 주며 우리가 잘 숙소로 안내해 주었다. 아까와 같은 길이라 어리둥절했는데 차를 대접받은 바로 그곳이었다. 이번에는 두 번째로 차 대접을 받은 거실로 안내를 받았다. 아~ 여기서 자는구나! 오늘 밤은 씻을 수는 없다는 걸 눈치로 알아챘다.


하룻밤 신세 진 현지 거실

높은 지역이라 날씨가 쌀쌀했지만 한국에서 가져간 핫팩덕에 염려와 다르게 잘 자고 일어났다. 집 앞 개울에서 세수를 하고 아침에는 리본코르사주 수업을 했다.

배우러 오신 분들은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얼떨결에 하나씩 다 만들어주고 이쁘게 옷에 달아주었다. 어여쁜 여인들이 활짝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어달라 했다.

모로코식 손대접 차와 쿠키들, 집 바로 옆에 있는 계곡
설탕덩어리


산 옆으로 흐르는 계곡에서 노는 것을 보여주는 아이들

아름다운 것들을 전해주고 위로하는 시간이후에 우리는 점심 전에 산에서 출발했다. 내려가는 길에 산마을 사람들이 알려준 찐 올리브 유를 사려고 들렸지만, 이미 품절 ㅜㅜ

올리브유 사러 간 사이에 다리 좀 펴 봅시다 ㅎㅎ

올리브유는 그냥 난 안 먹는 걸로~

우리는 마라케시에 들려 유명한 바샤커피점에 들러 우아하게 한 잔 하고 가기로 했다. 

바샤커피!! 생각만 해도 리프레시가 될 것 같았다. 마라케시에 구글 맵을 찍어 바샤커피를 찾았지만, 잘 찾을 수가 없었다.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그래도 바샤커피는 놓칠 수 없다!!

주차장을 찾아 주차를 하고 구글 맵이 인도하는 곳으로 무작정 걸어갔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산에서 있을 때와는 천지차이이다. 시장길을 이리저리 가다가 보니, 이런 반대방향이쟎아.

다시 20분을 헤매고 물어물어 바샤커피를 찾았다. 박물관과 같은 장소에 있었다. 

바샤커피만을 위해 박물관에 들어갔지만, 매표소에 이미 매진이라고 했다. 

올리브유도 바샤커피점도 다 솔드아웃 ㅜ 아쉬어서 입구 사진만이라도 찍어야 했다. 

하필 리모델링 중이어서 더 찾기 힘들었던 바샤커피점과 마라캐시 박물관 입구

잠시 마라케시의 더운 열기를 맛보고 우리는 무사히 라바트로 저녁에 돌아왔다. 나중에 네이버로 검색하니 바샤커피는 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무려 3시간씩 기다려서 들어가는 곳이었다. 

돌아오는 고속도로의 모로코 저녁하늘

다 늦은 저녁에 라바트 숙소에 도착했다. 내일은 라바트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하니 이제 모로코를 볼 수 있을 듯하다.

작가의 이전글 하얀 오얏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