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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뚜기 Nov 23. 2024

어른의 그림책을 읽고

날 대접해 주는 책

10월 어느 날 지인이자 브런치 작가인 하늘기쁨작가의 인스타에서 '어른의 그림책'과 '어른의 글쓰기' 책이 맘에 들었다고 했다. 난 이 언니의 것을 잘 따라 한다. 좋은 영향력을 흘려보내는 언니라 그냥 사버렸다. 책을 사고 나서 물어봤다.

“이 책이 어떤 게 맘에 들었나요?”

“뭔가 깊은 내면을 가진 작가 같아서…. 문장이 하나하나 너무 예쁘고 진정성이 있어서 좋았어 ㅋ 글 쓰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지는 그런 글 있잖아.”

“어른의 그림책이 좀 더 좋긴 해. 그림책의 메시지를 마음에 담게 풀어줘서 그랬나 봐”

화가이자 작가인 하늘기쁨 작가님의 감상평마저도 잔뜩 쌓여있는 책 중 이 책을 먼저 보고 싶게 만들었다.


글쓰기 클럽에서 11월에 읽을 책을 추천받는다고 했다. 난 사실 책을 빠르게 읽지 못한다. 처음으로 가입한 글쓰기 클럽의 첫 번째 책은 아예 반도 읽지 못했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바빠서 읽지 못했다는 핑계를 삼을 수도 있지만, 암튼 읽지 못했다. 처음에는 재밌다 하면서 읽다가 바쁜 일이 생기면 뒷전으로 밀려지는 책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어른의 그림책’을 같이 읽고 싶다고 추천했다. 이 책이 선정되어 함께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지하철에서도, 잠시 여행을 가서도 내 품에 꼭 간직하고 읽게 되는 마법이 있는 책이었다. 뭔가 나를 굉장히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그런 책이었다. 문장마다 적절하면서도 가장 예쁜 단어를 골라 글을 쓴 것 같이 느껴졌다. 찬찬히 풀어가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와 그림책이 함께 어우러져 또 하나의 그림책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동시에 나도 서정적인 그녀의 마음으로 풍덩 들어가 버린 기분이었다. 그림책에 나오는 모든 주인공이 마치 내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책이라면, 이런 글이라면 정말 쓰고 싶다. 읽는 사람을 대접해 주는 책이다.


11월 통영의 따스한 어느 날에 어머니를 돌봐드린 후에 시간이 좀 남았다. 주변에 가볼 만한 곳이 많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목적을 향해 살기만 했었다. 이번에는 지인이 추천해 준, 걸어서 몇 분 밖에 안되는 책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검색해 보니 수요일부터 문을 연다고 했다. 오늘은 화요일인데. 혹시나 해서 가보았다. 역시 휴일이었다. 나처럼 허탕 친 사람들이 한두 명 눈에 띄었다. 어떤 여자 분은 문 닫힌 책방 앞에 자기가 주인처럼 의자에 앉아 있었다. 고요한 오후 통영의 봉숫골 거리를 여유롭게 걸어보니 꽤나 재정적으로도 여유있는 사람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건물 사진을 몇 장 찍고는 오다가 발견한 건너편 생선구이 집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사장님, 1인분도 되나요?”

“네~ 들어오세요”

시골 인심은 서울과는 사뭇 다르다. 2 인상 같은 1인 상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싱싱한 굴과 멍게, 그리고 가리비까지…. 맛깔나게 무친 통영식 나물이 식탁을 가득 채웠다.(좀더 친절한 작가라면 이 상위에 무엇이 차려져 있는지 나열할 것 같다. 그래서 사진을 찾아 보았다. 브런치에는 사진이 올라가니 다행이다. 나의 게으름을 다음 번엔 고쳐보겠다.) 거의 2시가 다 된 시간이라 나는 허겁지겁 먹어 치우고 있었다.

‘밥은 안 주시나? 생선구이인데 생선은 언제 나오지?, 상차림이 1인분 치고는 너무 화려한데 혹시 2인분 돈을 달라고 하시면 어떡하지?’ 별별 의문과 의심의 생각들을 하는 동안 잘 구워진 3마리의 생선이 접시 위에 올려져 나왔다. 따뜻한 치자 밥과 미역국이 함께 나왔다. 마음속에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 오늘 계 탔나 봐’. 엄마 모시고 한 번 더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떠오른다면 이 식당은 찐인 것이다.


맛있게 먹고 계산을 하려고 카드를 내밀었다. 차마 얼마냐고 물어보지 못했다. 생선이 세 마리나 나왔고 반찬도 싱싱하고 푸짐했으니 2인분 가격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 같긴 했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냐면 식당 메뉴에 생선구이 정식(2인 이상)이라고 적혀있기 때문이었다. 1만 5천 원을 결재했다. 1인분 가격이었다. 안도와 함께 괜시리 서울 가격을 떠올리며 한숨을 살짝 쉬었다.


밥을 잘 먹고 집으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도서관에 들렀다. 진작에 황유진 작가의 인스타를 팔로우했고 그녀가 추천한 그림책이 보고 싶어졌다. 어린이 도서관에 들어가서 그림책을 보기로 했다. 황유진 작가의 인스타에서 추천하는 그림책을 이것저것 검색해 찾아보았다. 내가 찾는 책은 없는 것 같았다. 한참을 찾다가 도서관 사서에게 물어보았다. ‘아 그 책은 유아코너에 있어요’ 이런! 어린이책 코너에서 혼자 찾기를 10분 넘게 하고 있었다니. 너무 어른이 되어 버렸나 보다. 진작에 물어봤으면 될 것을.

유아 코너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되어 있다. 신을 벗으니 가벼워진 기분이다. 내가 찾은 책은 “안녕 나의 등대”. 이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나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서울로 가기 위해 대여섯 시간의 운전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23년의 사역을 접고 다음 시즌을 찾고 있는 나에게 뭔가를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나의 인생은 그만두었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도 나만의 빛을 내가 사랑하는 곳을 향해 비출 수 있다.' 이런 마음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이 '어른의 그림책'을 보게 되면서 진행되었다. 잔잔하면서도 가슴 깊이 전해오는 그런 책을 접하게 되어 감사하다. 북토크를 하는 다른 멤버들도 이 책이 좋다고 다들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나도 책을 추천해 준 하늘기쁨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책 하나로 이렇게 감사가 퍼져나가다니. 나도 이런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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