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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환철 May 21. 2024

쿠키 한 조각에 깃든 세계 평화

사실 나는 찐 I였다고

점심시간, 회사 구내식당에서 식사 줄을 기다리는데 다른 부서에 근무하는 팀장님이 나타났다. 세계인의 날 기념으로 로비에서 외국인들이 직접 만든 쿠키를 나눠준다며 받으러 간다고 했다.  갑자기 무슨 소린가 싶었지만, 팀장님의 눈빛은 ‘같이 가자’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전 사무실로 가겠습니다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식사를 마치고 내 발걸음은 일행과 함께 로비로 향했다. 아, 내 소중한 점심시간.



시청에 도착하니 로비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테이블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저기서 쿠키를 나눠주는 건가?’ 싶었지만, 줄은커녕 사람도 없었다. 뻘쭘하게 서 있자니 어색한 마음에 커피를 주문했지만 기다림이 길게만 느껴졌다. 나는 어색함을 감추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아니, 내 뒤에? 언제부터? 졸지에 줄의 맨 앞에 서게 된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저 멀리 시장님까지 등장했다. 갑자기 분위기는 엄숙해졌고, 나는 괜히 혼자 온 것처럼 쭈뼛거렸다. 잠시 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플래시몹인가? 카메라까지 설치되어 있길래 혹시 내 모습이 찍힐까 봐 슬금슬금 옆으로 숨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춤을 추던 한 이 내 손을 잡더니 무대로 끌고 나가려는 게 아닌가! 나는 있는 힘껏 손을 뿌리치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맙소사, 이건 아니지! 겨우 빠져나오긴 했지만, 혹시 그 사람이 무안해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괜히 나 때문에 분위기를 망친 건 아닌지 미안함이 밀려왔다.


저 중앙기둥 어딘가에 제가 있어요

플래시몹이 끝나고 공연한 분들이 시장님과 사진 촬영까지 마친 후, 드디어 쿠키를 받았다. 쿠키 하나에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지다니, 정말 내 인생 최고로 비싼 쿠키였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난 그냥 밥이나 먹고 싶었다고. 진짜로.



p.s. 맛있는 거 먹을 때 생각나는 아내에게 줬는데 맛있단다. 그럼 됐지 뭐 ㅎㅎㅎ


이 사건을 기록하려고 사진 찍는데 지나가는 분들이 주고 간 국기


#세계인의 날 #화성시 #수제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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