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강력한 카드 '아님 말고'의 참 의미
선택의 용기가 삶을 바꾼다
비가 내리던 어느 저녁, 회사 복도에서 걸음을 늦췄다. 오후 내내 이어진 회의, 다가오는 마감일, 그리고 관련 기관과의 중요한 협상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에는 비가 제법 내리고 있었고,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마치 누군가 속삭이듯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 순간 오후의 협상이 떠올랐다. 그들은 나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었고, 나는 이를 거부할 수도 그렇다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이 '아님 말고'의 힘을 느낀 것은 그날 저녁이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 상대방의 표정을 살피던 그 순간 나는 문득 '아님 말고'라는 생각이 떠올렸다. 그들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으며 다른 길을 선택해도 충분하다는 그 묘한 자신감. 일상에서는 별 의미 없이 쓰던 말이었지만, 협상 테이블에서는 그야말로 판도를 뒤바꾸는 한 수였다. 그 말은 나에게 마치 배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즉 '최선의 대안'과 같았다. 협상 결렬 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존재하는 한 나는 어떤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그날, 나는 결심했다. '이대로라면 더 이상 이 사업 진행하기 어렵겠습니다'라는 말로 상대방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 상대방은 예상치 못한 나의 반응에 당황했고, 우리의 관계는 잠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잠시 후, 관련 기관은 다시 우리에게 연락해 왔다. 그들은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협상에서 진짜 힘은 자신의 배트나를 얼마나 탄탄히 준비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직장 생활에서 '아님 말고'는 단순한 협상 기술 이상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이 말을 더 자주, 더 넓은 영역에서 활용하게 되었다. 첫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도 그랬다. 사무실에서 혼자 자료를 검토하던 나는 발표 전날 밤, 참으로 긴장이 되었다.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한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잘 못해도 괜찮아, 아님 말고." 발표가 망해도 내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는 강단에 올랐다. 그 결과 예상외로 발표는 성공적이었고 동료들은 내 발표를 높이 평가했다. 그때 깨달았다. '아님 말고'라는 마음가짐이 내게 오히려 자유를 준다는 것을.
물론, 세상 모든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 배트나 가 없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순간도 찾아온다. 몇 년 전, 나는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그만두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 했다. 한밤중에도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던 그 결정. 마치 나를 따라다니는 그림자처럼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그러나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실패하면 끝이었다. 나는 배수의 진을 치고 매일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했다. 길을 잘못 들어도 되돌아갈 길이 없었기에, 오직 전진만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리고 결국, 사업은 성공적으로 완수했 고, 나는 비로소 배수의 진이란 말이 얼마나 무거운 선택인지 깨달았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상황에서 배수의 진을 칠 수는 없다. 때로는 그저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럴 때, 내가 배운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은 바로 상대방의 배트나를 파악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선택지가 무엇인지, 그들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협상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전략이다. 예컨대, 1911년 루스벨트 대통령의 참모가 저작권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 그들은 상황을 역전시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해 협상의 판도를 바꾸는 기술은 때로는 배트나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자신을 설득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요구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준비한 대안을 믿으며, 때로는 '아님 말고'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용기는 우리를 더 자유롭게 하고 그 선택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아님 말고'라는 마음가짐은 협상뿐만 아니라 삶의 여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이 마음가짐은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과도한 부담을 덜어주기도 한다. 또한, 자기표현에 있어서도 타인의 반응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게 해 주고 더 솔직하고 창의적인 접근이 가능해진다. 도전적인 상황에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더 많이 탐색할 수 있게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상대방에게 집착하지 않도록 도와주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인생을 끌고 갈 것인가, 끌려갈 것인가? 이는 우리의 선택과 준비, 그리고 '아님 말고'라는 그 작은 한마디에 달려 있다. 모든 결정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겠지만 결국 우리가 내린 선택이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당신의 내일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