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환철 Sep 05. 2024

당연한 것에 대한 당연하지 않은 생각

기다림의 하루를 보내며


의회에서 추경심의가 있는 날이다. 추경은 추가경정예산의 줄임말로 모든 행정절차에 필요한 수입과 지출계획을 수립하는 걸 예산이라 하고 행정부에서 작성한 예산을 입법부(국회, 도의회, 시의회)에서 심사승인을 한다. 1년 계획을 담는 걸 본예산이라고 하고 중간중간 국도시 지원이나 환경요인에 의한 변경사항을 담는 걸 추경이라고 한다. 심사는 행정부나 입법부 양측 모두에게 중요한 사항으로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

10시부터 기다림의 시간이 흘러갔다. 복도엔 어림잡아 60여 명이 넘는 관리자들이 다음 순서만을 기다렸다. 사람들은 동료들과 업무이야기나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누군가는 문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하지만 대기 시간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한 시간 반, 긴 대기 끝에 이어진 심의는 비교적 빨리 끝났고, 추가 설명이 필요한 사항이 있어 점심식사 후 자료를 작성했다. 심의가 마치는 시간을 사전확인 한 후 설명을 위해 갔으나 우리보다 먼저 온 팀이 있어 또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림의 하루를 보내며 나는 궁금해졌다. 매번 반복되는 이런 기다림의 시간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순간 떠오른 생각이 있어 적어본다. 스마트폰이 손에 없는 사람은 없고 대부분의 시간을 그것과 함께 보낸다. 그렇다면 의회에 맞춘 의회운영 앱을 만드는 건 어떨까?

가상대기실을 제공하고, 디지털 알람을 보내고, 일정이 변경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는 앱 말이다. 개별 의원면담이나 보고도 이렇게 하면 참석자들은 굳이 대기실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자유롭게 다른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앱을 켜면 가상대기실이 열린다. 여기에 들어온 사람들은 화면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지정참여자가 30분 전 가상대기실에 입실하지 않으면 회의알람을 전송한다. 가상대기실에는 오늘의 회의 일정이 뜨고, 회의 시작 10분 전에 앱이 진동하며 알려준다. “회의가 곧 시작됩니다.” 그러면 각자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실제 회의실로 이동하는 것이다. 기다림의 시간은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얇아진다. 이 간극을 통해 사람들은 더 이상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디지털 알람 기능도 있다. 이 알람은 의회가 시작되기 전에만 울리는 것이 아니다. 예정된 일정이 변경되면 즉각 알림이 오고, 회의가 지연되면 다시 알림이 온다.  '회의 시작이 15분 늦춰졌습니다. 이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세요.' 같은 메시지로, 사람들은 불필요한 대기 시간 동안 짜증을 내기보다 잠시라도 더 유용하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의원 전용앱에는 의회반경 안에 있으면 온라인상태로 표시하고 아니면 오프라인으로 표기한다. 사람들은 이 시간을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을 진행하며 보낼 수도 있다.

이 앱은 일정의 실시간 업데이트를 제공한다.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도 누구도 당황하지 않게, 일정이 변경되면 즉각적으로 모든 참석자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오전 회의가 예상보다 길어져 오후 일정에 영향을 미칠 때, 앱은 이를 빠르게 공지해 준다. 덕분에 참석자들은 그에 맞춰 다른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이 앱을 통해 관련자들은 더 이상 의회 시작 전과 후에 대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러한 개선이 의회의 권위를 훼손한다고 주장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의회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관으로서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줄이고 행정부가 시간을 보다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혁신을 한다면 이는 의회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조치이자 혁신이 아닐까? 의회는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운영 개선하는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개선은 의회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역할과 책임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기다림은 늘 우리 일상에 있다. 하지만 이 기다림 즉 유휴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시간이 무의미할 수도 유의미할 수도 있다. 이 글도 아침 출근길 버스에서 작성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앱이 기다림의 시간을 단순한 낭비가 아닌 준비와 휴식의 시간으로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 어제의 기다림이 오늘의 변화를 위한 계기가 된다면 그 시간은 헛된 것이 아니리라. 우리는 이러한 개선을 통해 기다림의 의미를 다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