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한 시간짜리 통근버스. 처음엔 '이 시간을 알차게 쓰자!' 하는 마음으로 책을 들고 탔다. 하지만 웬걸. 버스 안은 마치 영화관처럼 캄캄했다. 아마도 회사 측에서 승객들의 꿀잠을 배려한 모양이다.
독서등이 있긴 했다. 그런데 이게 웃긴 게, 아무리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마치 목각폰처럼 모양만 독서등이다. 할 수 없이 휴대폰을 켰다. 유튜브도 보고, 전자책도 읽고, 강의도 들었다. 그런데 이게 또 함정이었다. 어둠 속 휴대폰 불빛을 보다 보면 어김없이 눈이 감겼다. 고개를 까딱까딱, 옆 사람 어깨에 기대서나 침 흘리며 잠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마법 같은 물건을 발견했다. 관절처럼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무선스탠드였다. 가격도 착했다. '이거다!' 싶어서 바로 주문했다. 오늘 처음으로 그 스탠드를 켰다. '강원국의 인생공부' 책을 펼쳤다. 불빛이 참 좋다. 내 책만 살짝 비추는데, 딱 읽기 좋은 밝기다. 게다가 옆자리 승객의 단잠도 방해하지 않는다. 마치 도서관에서 혼자만의 공간을 가진 것 같은 기분이다.
오늘 가져온 책 서문에 강원국 작가가 그랬다. 인간은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공부한다고. 그렇다면 이 작은 스탠드는 내 생존 도구 중 하나가 된 걸까? '신환철님의 생존율이 5% 상승하셨습니다.' 인공지능 비서가 말해줄 것 같다.
창밖으로 아침 햇살이 비친다. 잠든 승객들 사이에서 나만 쏙 비추는 이 작은 불빛. 덕분에 오늘 아침은 더 특별하다. 이제 내 통근 시간은 더 이상 졸음과의 싸움이 아닌 책과의 데이트 시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