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데이터와 함께 호흡하는 사람이다. 화성시 스마트도시과 빅데이터팀장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내가 하는 일은 데이터로 행정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숫자 속에서 도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데이터는 차갑고 무뚝뚝하다. 그저 팩트로만 존재할 뿐이다. 나는그 차가움 속에서도 따뜻한 데이터의 힘을 믿는다.
2024년 12월 6일, 제1회 화성 데이터 포럼이 열렸다. 장소는 수원대학교 미래혁신관. 밖은 한파로 차갑고 매서운 날씨였지만 최근 폭설에 비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하지만 실내는 따뜻했다. 아니, 뜨거웠다. 화성시가 대학생과 만들어낸 에너지와 열기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으니까.
이번 포럼의 부제는 ‘대학생과 함께하는 데이터 콘서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행사는 딱딱한 데이터 분석의 장이 아니라, 젊은 상상력과 혁신이 춤추는 무대를 바라며 기획했다. 공공데이터 전문인재 양성교육, 화성시 데이터공모전, 데이터포럼까지 모든 게 처음인 일이었다. 열심히 손품을 판 덕분에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대학생이 참여하였다. 공모전에 참가한 53개 팀 중 최종 선발된 10개 팀에 대한 시상을 진행했다. 5개 팀은 데이터로 도시의 문제를 풀어내려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대학생들의 발상은 창의적이었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문제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교통 취약 지역. 의료 접근성 부족. 화재 위험 지역. 이 단어들은 우리 도시의 약한 고리를 보여준다. 학생들이 던진 아이디어 속에서 앞으로의 도시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만큼 그들은 훌륭했다.
대상팀은 교통배달부랑 이름의 팀이었는데 동아리에서 만났다고 했다. 각기 다른 조건의 지역에 맞는 맞춤형 제안인 자전거 인프라 확충과 광역버스 예약 시스템 개선 등을 제안했다. 교통 약자를 위한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접근 방식이 매력적이었다. 한편, 또 다른 팀은 동탄의 트램 노선을 최적화해 교통 체계를 혁신하려 했다. 누군가는 의료 취약 지역을 찾아내 이동형 의료서비스를 구상했고, 누군가는 화재 위험 데이터를 활용해 임시 소방대를 배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모든 아이디어는 단순한 데이터의 조합이 아니다. 그 안에는 ‘사람’이 있었다. 숫자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꿰뚫어 본 시선과 더 나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깃들어 있다.
이 날 유일한 전문가 강연자인 서울연구원 김준철 박사님의 특강도 잊을 수 없다. 그는 데이터가 단순히 행정의 도구로 머무르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었다. 스마트 교통, 안전 관리, 맞춤형 정책 설계. 그의 이야기는 마치 도시를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 묘사하는 듯했다.
그의 강연을 들으며 데이터란 마치 불완전한 지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방향은 제시하지만, 길을 걷는 건 결국 사람이다. 데이터는 모든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을 찾으려는 노력 속에서 변화할 수 있다.
데이터포럼은 대학생들의 아이디어와 전문가들의 경험, 행정가들의 실행력이 만나는 융합의 장이었다. 우리는 데이터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사람 속에서 해답을 찾는다. 데이터는 우리가 걸어갈 길을 비춰주지만, 그 길 위에서 발걸음을 떼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8년 전 빅데이터 추진계획의 앞표지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사람을 향한 기술, 화성시 빅데이터 추진계획. 데이터를 다룬다는 것은 차가운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를, 사람을 이해하려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한 것이다. 이 행사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도 우리 팀원과 화성시 연구원이 보여준 열정과 노력은 따뜻한 데이터를 위한 우리의 발걸음이다.
데이터는 우리가 남긴 흔적에서 비롯된다. 많은 이들과 함께 만든 오늘의 발걸음은 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흔적이 될 것이다. 오늘의 발걸음이 내일의 방향이 되고 우리를 만든다. 나는 내년에도 이 포럼을 계속할 것이다. 그때는 더 많은 아이디어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시간과 공간을 채울 것이다. 데이터는 여전히 차갑겠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또 한 번 따뜻한 이야기를 찾아낼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