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남아있으면 하는 부산역 지하상가의 작은 식당
한 달 전, 이직하는 회사에서 연봉협상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연히 부산역 지하상가에 작은 식당이 있는 걸 알게 되었다.
부산역 1번 출구 쪽에서 더 안쪽으로 가다 보면 찌개 정식, 고등어 정식 등을 파는 작은 식당 2곳이 있다.
연봉협상하던 날 고등어가 너무 먹고 싶었고 단돈 7,000원의 고등어 정식을 먹었다.
아주머니의 연륜 있는 깊은 손맛이 담긴 한상이었고 반찬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 들어있었다.
배도 많이 고팠던 터라 한 그릇 뚝딱 하게 되었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최근, 퇴근길에 갑자기 생각이 나 오랜만에 들르게 되었다. 회사 근처에서 돌아다니다가 저녁 7시에 갔는데 딱 마감 직전이라 마지막 손님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내 앞 순서에 손님 두 분이 막 착석한 상황이라 나도 막차를 탈 수 있었던 것이다.
메뉴가 다양해 한참 고민하다가 처음에 먹었던 고등어 정식을 주문했고 처음에 먹었던 때와는 다른 구성의 반찬으로 한상 가득 차려주셨다.
게장에 깻잎무침이라니. 공깃밥 한 그릇이 부족할 정도의 알찬 구성들로 이루어진 반찬들이었다.
안 그래도 늦은 시간에 방문했었어서 (지하상가라 점심 이후에는 손님이 많이 없어서 일찍 닫으시는 것 같다.) 괜히 죄송한 마음에 부랴부랴 해치워 먹었다. 남는 반찬 없이 싹 긁어먹고 싶었지만 정말.. 양이 많았다.
다 먹고 나가는 길에 계좌이체 해드리는데 날 보시던 사장님이 "예전에도 한번 오셨었죠?"라고 하셨다.
한 달 전에 처음 방문했던 날 어떻게 기억하시냐고 놀래니 그때 너무 맛있게 먹었던 모습이 생각나서 기억에 남는다고 하셨었다. 괜히 민망했다. (ㅋㅋㅋ)
주말 잘 보내라는 사장님의 따뜻한 말씀에 사장님도 좋은 주말 보내시라고 답하며 옆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내 입술 위에는 김치 양념이 잔뜩 묻어있었다.
나를 단번에 기억하시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