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잎이 매력인 에버잼 고사리
초등학생 시절 강낭콩 키우기는 매번 실패하였고 작은 화초마저도 끝까지 키워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보내기 일쑤였다.
화초는 사람만큼이나 예민하여 섬세한 손길로 가꿔주지 않는 이상 키우기가 힘든 생명인 것 같다.
그렇게 화초에는 눈길마저 주지 않았던 일생에 초록빛 생명에 관심이 생긴 건 최근 들어서이다.
부산 초량에 위치한 화분 공방에서 내가 원하는 색 조합으로 화분을 만들었었다.
만원 추가금을 지불하면 공방에서 제공하는 식물을 심을 수 있었는데 당시 자취방 이사를 앞두고 있었던 터라 짐을 옮기다가 혹시나 깨지지 않을까 싶은 걱정에 식물은 들이지 않고 한참 동안 비워 놓았었다.
최근에 자취방을 옮기게 되었고 오랫동안 허전하게 덩그러니 있던 화분이 안쓰러워 (사실 제작 비용이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비어있는 모습이 더 가여웠다.) 집 근처에 위치한 꽃집을 찾아갔다.
꽃집 사장님께 채광, 바람 등 내 방의 조건을 말씀드리며 추천을 부탁드리니 세세하게 골라주셨고, 그중에 에버잼 고사리라는 화초를 알게 되었다.
수형이 하늘 방향으로 곧바른 데다가 풍성하게 자라는 이파리가 꽤나 매력적이었기에 주저 없이 바로 선택하였다.
물은 흙이 말랐을 때 즈음 촉촉하게 적셔주고 바람 잘 부는 창가에 두면 좋다고 말씀해 주셨다.
과거 화초 전문 살인범이었던 내가 과연 어느 정도의 크기까지 잘 키워낼지는 아직 모르지만 내 화초를 탐내시는 엄마에게 내가 끝까지 잘 키워서 큰 화분으로 분갈이해야 할 때면 양도해 드리겠다고 장담하였다.
사람도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대하면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다르다고 하였다.
식물도 말은 못 할 뿐 사람과 같은 생명을 지닌 개체이지 않은가?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색이 탁해지고 바삭거리는 것이 예민한 인간과 큰 차이가 없음이니 풍성하게 자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여 보살펴야 할 것이다.
내가 직접 만든 화분 속에서 영양분 가득한 흙과 함께 부드러운 햇살을 받으며 풍성하게 잘 자라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