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사내 기획 스터디 #즐클럽
나는 BX팀 소속의 브랜드 기획자다. 팀은 팀장님을 포함해 총 8명인데, 나를 제외한 모두가 디자이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기업의 BX팀은 디자인 조직인 경우가 많다.
내가 입사하기 전 우리팀도 그랬는데, 10년이 된 기업이 브랜드로서 한 번도 깊이 고민해본 적 없었다는 (이전)팀장님의 판단 아래 '브랜드 기획자' 포지션을 열었고, 운이 좋게 5000명이나 되는 기업의 단 한 명의 브랜드 기획자로 팀에 합류했다. 입사 후에 팀장님은 더 이상의 기획자 채용은 없다고 하시면서, 없는 포지션을 겨우 만든만큼 그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큰 부담감, 또 그만큼의 책임감과 그보다 아주 조금 더 큰 흥미로움으로 하루하루 일하고 있다.
아무튼, (이전)팀장님이 기획자라는 건 나에게 안도를 주었다. 그렇게 하루, 한 달, 반 년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부터 팀장님은 더 이상 우리의 팀장님이 아닌게 되었다. 당시 팀장님은 컬처팀(사내문화 담당)과 BX팀의 팀장을 겸하셨는데, 컬처팀에 집중하고 BX팀은 디자이너 팀장님으로 바뀐다셨다. 다행인 건, 바뀐 팀장님은 함께 일하던 디자이너 선임님이셨는데 기획력도 좋으셔서 기획자로서도 배울 점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아무튼, 팀에 오롯이 홀로 '기획'을 담당한다는 건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그 기획이라는 일이 우리가 몸담은 '브랜드'를 다룬다는 건 그 부담을 딱 곱절만큼 높였다. BX팀이 9층에서 6층으로 자리를 옮기고 디자인실로 소속을 바꾸기 며칠 전, 컬처팀 세 분을 초대했다. 그리고 이전 팀장님이 7명의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는 '나홀로 기획자'로서 부담가질까 걱정되어, 입이 마르게 해주시던 말씀으로 PT를 시작했다.
"같은 기획자니까~ 모르는 거 있으면 컬처팀에 물어보고, 잘 안풀리면 컬처팀에 물어보고, 궁금한 건 컬처팀에 물어보고.." 아직 아무것도 못 물어봤는데, 이렇게 헤어지려니 덜컥 겁이나서 제안하는 [기획자클럽]
그렇게 컬처팀 세 분께 동의를 구했고, 다행히 큰 고민없이 수락하셨다. 우리는 매주 한 번씩 모여 미리 정한 주제에 맞춰 자유 형식의 기획을 공유했다. 또 업무 관련된 고민 사항들도 가감없이 주고 받았다. 그렇게 10번을 만났다.
주차별 주제는 아래와 같았다.
1주차. 클럽 규칙 정하기
2주차. 조용한 퇴사
3주차. 1일 1쓰레기 1제로
4주차. 나의 모든 일
5주차. 지도 만들기 워크샵
6주차. AI와 사회변화
7주차. 혼자 공부하는 데이터 분석 with 파이썬
8주차. 역발상 트렌드 2023
9주차. 색각이상
10주차.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임의 방식으로 주제를 정하고, 자유롭게 발표를 준비한다. 3주차에는 실제 한 주 동안 1일 1쓰레기 1제로를 실천한 경험을 전하기도 했고, 6주차에는 챗GPT를 공부한 내용을 전했다. 또, 9주차에는 회사 사옥 내에서 색각이상자들이 불편을 겪을 요소를 찾아보기도 했다. 우리는 그렇게 무언가를 기획했다.
숫자 '10'은 변화의 이유가 되기 좋다. 예를 들어,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기업 홈페이지를 개편한다거나하는.. 그래서인지 10번의 모임을 한 [기획자클럽]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한 분은 퇴사를 앞두었고, 또 다른 한 분은 팀장이 되셨다. 각자의 이유로 [기획자클럽]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다만, 새로 컬처팀에 합류하신 두 분을 소개받았고, 첫만남에서 [기획자클럽 Phase 2]를 제안했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모임을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