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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림이스트 포로리 Mar 21. 2024

고생이 참 많으십니다.

나는 층간소음 가해자입니다.

집청소를 하고 있는데 관리사무실에서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소장님과 한분이 더 오셨다.

소장님은 여전히 난감하신 얼굴로 오셨다.


"아이고, 중간에서 고생이 참 많으시네요. 차라도 한잔 드릴까요?"


소장님은 거절하시며 거실을 주욱 둘러보셨다.


"보시는것처럼 바닥에 매트도 깔려있구요. 애기들 실내화도 신기구요. 주의하고 있어요. 그런데 한낮에 세탁기 돌리지 밤에 돌려야 하나요? 그것마저 시끄럽다고 하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의 말이 변명일지 모르겠으나, 나는 정말 피곤해져 있었다.


"이거 바닥매트 좋은건데요?"


같이 오신 관리소분은 매트 위에서 콩콩 뛰시며 말씀하셨다.


"가정용 아니고, 업소용이에요. 매트를 지금깐것도 아니고 저도 이사온지가 벌써 5년인데 그때 깔은거에요."


하나씩 변명하고 있는내가 너무도 구차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가해자인것을.


"다른게 아니고, 아래집하고 이야기좀 하시라고 중재하러 왔어요. 그래도 서로 얼굴 마주보고 이야기하면 낫지 않겠어요?"


다행이도 시댁에 아이를 맡기고 청소를 하고 있던지라 흔쾌히 아랫집으로 다함께 내려갔다.

아랫집은 아주머니 홀로 계셨다. 


관리사무실은 서로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며 중재하러 왔다고 했다.


아래층아줌마는 딸이 하나 있는데 내년에 학교를 간다며 학교가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많이 예민해서 7시면 잠을 재우는데 너무 시끄럽다고 하는 것이었다.

나 역시 아이가 초등학생이라 옆 학교를 다니고 있고 8시반이면 재운다고 했다. 그러면서 넌지시 물어보았다.


"방금전에도 시끄러웠나요?"


"아니요, 지금은 시끄럽지가 않았는데요."


그녀의 대답에 나는 실소가 터져나왔다.


"방금 아저씨가 매트위에서 뛰셨는데 소리가 안들렸다고요?"


내 말에, 아주머니는 아차싶은 얼굴로


"소리가 둥그스럽게 나기는 했어요."


라고 말을 하는것이었다.

말을 듣고 있던 관리소 아저씨는 아래층아주머니에게 나 대신 이야기를 해주셨다.


"여기가 오래된 아파트라서요. 소음이 꼭 위에서 나라는 법은 없어요. 옆집소리가 나기도 하고 아랫집 소리가 나기도 해요. 어디서 나는지 도저히 알수가 없어요. 시끄럽다고 해서 찾아가면 윗집이 빈집인 경우도 있고 그래요. 어느정도 감안은 하셔야해요."


잠자코 듣고있던 아주머니는 네 하고 조용히 대답만 하셨다.


1월에 출산한다는 그녀는 배가 홀쭉했다. 만삭에도 배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기도 해서 그냥 잠자코 있었다. 1월이 되면 알게 될 부분인데 왜 그런 거짓말까지 했을까.


"그리고, 자가인건 무슨 큰 의미가 있나요. 다짜고짜 오셔서 자가라고 하시면 저는 뭐라고 해야 하나요?"


또 나는 물어보았다.


"아, 그건 오해마세요. 신랑이 너무 욱해서 그런거에요. 아이가 학교를 가야해서 온건데 우리가 이사갈 계획이 없다고 말한게 그렇게 말했나 봐요."


그래 참 욱하시지


"그리고 문을 그렇게 세게 두들기면 너무 무섭지 않을까요? 그쪽도 저도 낮에 혼자 집에 있는데 낯선 아저씨가 문을 세게 두들기면 저는 너무 공포스럽던데 말이죠."


"아, 그것도 신랑이 성격이 너무 욱해서 그랬나봐요."


그래, 욱 하시더라 욱...아주 욱해서 칼맞을까 무서운건 나였다.

듣던 관리소 아저씨는 조용히 마무리를 짓고 싶어 하셨다.


"그럼 이야기 잘 마무리 된것 같으니 무슨일 있으면 올라가지 마시고 관리실에 말씀해 주세요."


그렇게 인사를 하고 나는 집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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