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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심하게 반짝 이련다

반짝이고싶은 50대,평범함의 용기

by 이혜원

합격 통보를 받았던 그 순간, 내 심장은 어쩌면 평생 느껴본 적 없었던 설렘과 벅참으로 가득 차올랐다. 내가 내 인생의 한 꼭짓점을 드디어 찍었구나—속으로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외쳤다. 처음으로 나 자신이 극진하게 자랑스러웠다. 내 이름으로 된 글이 세상에 올라가고, 작은 불씨가 되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는 것. 그 순간이 내게 얼마나 큰 행복과 희열을 안겨줬는지, 어쩌면 다른 이들은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브런치스토리에 몇 편의 글이 올라갔고, 나는 나름 뿌듯하면서도 기대감에 붉어진 얼굴로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하나하나 읽어내려갔다.


하지만 요즘 나는 왠지 모르게 점점 더 위축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세상에는 정말 뛰어난 작가들이 너무 많다. 글을 잘 쓰는 건 이제 기본이고, 그 이상의 지식, 통찰, 실제 경험까지 겸비하신 분들이 차고 넘친다. 그들의 시는 유려하고, 에세이는 삶을 통째로 안아주는 따뜻함이 스며들어 있다. 여러 분야의 다양한 관점을 개발하여 나누는 글들 앞에서, 나는 문득 내 자신이 너무 하잘것없는 것만 같다. 그들 앞에선 마치 바닷가 자갈들을 사이사이로 빠져나온 아주 작은 모래알 하나처럼 느껴진다.


사실 나는 평범 그 자체로 살아왔다. 남들이 볼 때는 그마저도 못 미치는 평범함. 50대, 보육교사 15년, 그리고 은퇴 두 달 차. 거창한 스토리도, 화려한 커리어도 없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한 자락만큼은 누구보다 단단하게 지키려 애써왔다. 마음만은 곱게, 남에게 상처 주지 않게, 양심에 티끌 하나 없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환경이 아파하는 소리에 아파했고, 자연의 변화에 마음이 조그맣게 무너졌다. 여행을 좋아하고, 사람 마음을 들여다보는 걸 좋아했다. 평화를 소망하고, 감성을 훨씬 더 깊이 느끼며 사는, 여린 소녀 같은 구석도 있었다.


나는 작고 평범하고, 겁도 많고 수줍음도 많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릴 때마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을까?’ 아니면 ‘이 글은 너무 부족해서 읽히지 않을까?’ 수도 없이 망설였다. 나보다 훨씬 멋진 작가님들의 글이 자꾸만 나를 작게 만든다. 그들은 어떤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기에 저토록 굵고 단단한 문장들을 써내는 걸까. 나란 존재는 그저 흐릿하게 스쳐지나가는 점, 아주 작은 모래알일 뿐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그래도 그 모래알이 가끔은 별빛에 반짝이고 싶다는 욕심도 가진다. 누군가의 발길에 차여 아무도 모르게 묻히기도 하지만, 가끔은 햇살이나 달빛이 스며들 때 아주 잠깐, 그 작은 면적만큼은 반짝인다는 생각. 그게 살아가는 희망이고, 글을 쓰는 이유다.


내 글재주는 서툴고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쓴 ‘나’의 이야기, 그 한 조각만은 누군가의 마음에 부드럽게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믿는다. 그리고 글을 쓸 때마다 여전히 부끄럽고, 망설임에 멈춰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은 모래알에게도 누군가의 작은 시선, 아주 작은 기대, 그리고 작지만 따스한 응원이 있다면, 언젠가 나도 온전히 반짝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브런치스토리에 남은 수많은 글들, 뛰어난 작가님들이 주는 위엄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지만, 그런 내 모습도 내가 꼭 안아줘야 함을 조금은 배운다. 부끄러운 내 글이 나를 작아지게 하지만, 동시에 나를 숨 쉬게 하는 유일한 방편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여전히 작은 모래알이지만, 그래도 언젠가 반짝이고 싶은—그 자그마한 바람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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