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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 있는 아줌마 Nov 25. 2022

그냥 그러한 하루의 시작

출근하고 커피를 마시며 생각을 정리해본다.

아침 출근길에 여유있게 산 빵을 한 입 무는데 내가 생각지도 못한 식감과 맛이 느껴져

당황스러웠다.

겉보기엔 에그토스트처럼 보였고 겉에 베이컨까지 둘러져 있어서 옳다구나 고른 것이였다.

입안에서 이상함을 감지하고 빵 속을 들여다보니 생각지도 않은 피클이 무수하게 잘게 잘린채

계란과 뒤섞여 있었다.

계란은 반숙인지 계란찜인지 모르겠는 비주얼에 푹신푹신 부드러운 맛이 아닌

커스터드 크림 느낌이 났다.

계란 맛도 별로고 그 안에 빼꼼히 섞인 피클 맛은 더 별로다.

빵과 곁들인 커피도 마찬가지였다.

인스턴트 핸드드립 커피세트를 하나 빼서 내 컵에 필터가 장착된 일회용 컵을 얹고

그 안에 커피가루를 붓는다.

이어서 물을 끓여 붓는다.

여러 번 물 붓는 것 조차 귀찮아 한번에 많은 물을 부으니

필터를 차마 거쳐 지나가지 못하고 커피를 머금지도 못했으며 커피가루는 그 위에 붕붕 떠다녔다.


아침의 시작부터 그랬다.

돌고도는 감기로 인해 나와 아이들은 잠을 푹 자지 못했고,

꽤 이른 시간에 서로의 킁킁 코막힘과 켁켁기침 소리와 함께 개운하지 못한 채로 얼떨결에 일어났다.

피곤한 둘째 아이는 엄마~~엄마~~를 부르며 징징거리기 시작했고,

내가 물려준건지 후천적으로 내 모습을 보고 배운건지 시간에 예민한 첫째 아이는 빨리 준비하라고

성화이며 마음이 다급해진 나는  정신을 부여잡았지만, 이내 화장하고 있는 내 옆까지 쫓아와

피곤함과 짜증을 누워서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둘째를 보니 스멀스멀 안에서 용트림처럼

악소리가 나오려고 했다.

그 때 첫째아이가 "엄마~ 나 빨리 머리 묶어줘야지~ 뭐해~~"라는 그 한마디가까지 가세해서

내 화의 불꽃이 장전되었다.

이때 만큼은 아이들이 나를 궁지로 몰아넣어 인내심 테스트를 하는것 같아 얄미웠다.

엄마를 화나게 만드는 방법을 기가 막히게 선택해놓고,  끝끝내 화를 내면 그때는 아이들이 뒤돌아서

기가 죽어 있는 모양새를 하는 것이 어이없었다.

이러한 인과관계에 나또한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늘 이러한 패턴이 지겨울만도 한데 또 그때마다 새롭게

화가 난다.

오늘 아침은 시간이 여유로웠기에  두아이를 다 데려다주고 느긋하게 출근할 마음이었는데

기분이 조각났다.

수능과 관련없는 초등아이는 학교에  빨리 가고 싶어서 안달이고, 엄마랑 같이 유치원가는 것이

좋긴하지만 몸은 피곤해서 준비하기 귀찮은 아이는 드러누워 "엄마가 옷입혀줘~ 아~ 엄마~나 피곤해~"

 찡찡거린다.

어느 것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빠른 선택을 내려 해결점을 못 찾은 나는 결국 아이들과 같은 짜증으로

이 현상을 무마했다.

나의 일방적인 일장연설의 시작으로 두 아이의 말소리는 그쳤다.

그러고나서 괜스레 두 아이 모두 학교와 유치원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빤히 지켜보다 나혼자

감정이입을 하고 자책한다.


운전하는 동안 너무 큰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지는 것이 버거워서 넬 노래를 들었다가

오히려 그 잔잔함과 헛헛함에 눈물이 또르르 하려는 걸 아줌마가 주책이다라며 감정선을 지키려고...

노력했으나  정신줄을 부여잡기 어려웠다.

오히려 잡다한  감정이 더해져서 혼란스러웠다.

아이들에게 쉰소리를 했다는 자책감, 어른스러운 모습은 아니었다는 수치심, 왜 늘 똑같은 일이

반복인지 허탈함,

나를 도와주는 이는 없다는 우울감, 아우 증말 내 마음,나도 모르겠다...

오만 감정이 섞여서 탁해지니 짜증이 밀려왔다.

왜 늘 모든 감정이 섞이면 하나 하나의 감정으로 분류되지 않고, 흐리터분해지고 결국에는

상하는지 모르겠다.

정리되지 않은 막연함과 무질서함이 불안감을 일으키기 때문인 것인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

드는 무수한 감정을 하나하나 분류하려고 하니 그 또한 일로 느껴져서 덮어두었는데

고스란히 남아 출근 후에도 냉랭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딸깍하고 감정의 스위치를 끄고 싶다.

하루하루 역할 소비에 감정까지 느끼고 가다듬으려고 하니 신물 나려고 한다.

감정단어들이 다양한데 최근 부정적인 것들을 많이 사용한 것 같다.


부자연스럽지만 긍정적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한 언어를 이미지화한 치유가 필요하다.

고요한,

편안한,

평온한,

느긋한,

여유로운,

아늑한,

온화한,

든든한,

포근한,

평화로운,

정다운,

친절한,

화사한,

감미로운,

부드러운,

싱그러운,

상큼한,

흐뭇한,

뿌듯한,

흡족한,

상쾌한,

생동감 있는,

후련한,

홀가분한,

통쾌한,

활기찬,

당당한,

힘찬,

황홀한,

신바람이 나는,


나는 ㄱ ㅏ ㄲ ㅡ ㅁ 눈물을 흘리기도 ㅎ ㅏ 지 ㅁ ㅏㄴ

긍정보다 부정이 클 때도 있지만,

그래도 안에는 긍정의 힘이 여전히 큰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내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감정을 선택하는 것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멘.

오늘은 '여유로운'을 선택하여 점심먹고 노래를 들으며 산책을 할 것이고,

아이를 데릴러 가는 길에 근처의 옷가게를 들러 ' 화사한' 색감의 옷을 골라볼 것이고,

퇴근길에는 소찬휘의 티얼스를 크게 틀고 '후련하게' 따라 부르며 운전할 것이다.

아침에는 미간에 주름이 패였지만 아직은 부들부들한 내 피부에 '당당함'을 느끼며

낯짝을 들어올릴것이다.

아침에는 필요이상으로 아이들을 꾸짖었지만  그건 이유가 있었던 것이며

오후가 되서 아이들을 마주할 때

나는 '온화한'엄마일 것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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