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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 있는 아줌마 Nov 25. 2022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들 때

남편이 밉다.

아이들이 말을 안들을 때 밉다.

같이 일하는 누군가가 나랑 너무 안맞아서 날 힘들게 하니 밉다.

가족이건 타인이건 누군가를 미워하게 되면 마음이 가쁘다.


나름의 이유는 있다.

내 옆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내 마음은 몰라주고,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니까

아이들은 그러려니 하지만 때때로 일하고 피곤한 엄마한테 해도해도 너무하니까

같이 일하는 아줌마는 감정조절을 잘 못하고 급해서 부딪치면 좋은 기운을 주지 않으니까

맞다. 내가 느끼는 나의 주관이다.


이럴 때면 "어휴,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왜저러는 거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여기서 그러는 나는 얼마나 도덕적인가에 대한 판단은 접어두고,

이런 나의 마음에 대한 깨달음을 적고 싶다.


<내 마음에는 낯선 사람이 산다> 라는 책에서 발견하고

확실히 정리하게 되었다.

상담심리를 공부하면서 여러 심리학자와  무수한 이론들에 대해서 접했지만

칸칸이 정리되어 있지 않고, 섞여져 놔뒹굴어 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 책을 읽으니

문맥이 깔끔하여 이해가 잘 되었고 쉽게 읽혀지니 재밌었다.


요즘 MZ들이 좋아하는 MBTI 성격유형검사의 바탕이 되는 이론이 융의 이론이다.

융의 이론에서 '그림자'라는 원형(마음을 구성하는 구조물)의 종류인 개념이 나오는데

내가 너무 싫어해서 무의식으로 집어넣어 버린 나의 열등한 모습이다.

내 주변에서 특별히 접하거나 교류한 적이 없는데 꼴보기 싫은 사람이 있다면

그 이유는 바로 나의 그림자가 투사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즉, 그 사람에게서 숨기고 싶은 나의 모습을 발견해서 미운 것이다.

또다른 원형의 종류인 '아니마/아니무스'라는 개념도 있는데

아니마는 여성성이고 아니무스는 남성성으로 사람에게는 자신의 성별과 다른 특성,

이성성이 존재한다.

아무런 이유없이 싫은 느낌이 있는 이성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억압된 이성성을

상대방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의존적인 여성을 싫어하는 남성의 아니마는 의존하고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내가 싫어하는 동료의 모습과 내가 닮아 있는 것이고,

정말 싫어하는 배우자의 모습이 곧 나의 모습이라는 뜻이다.


띠용.

난 순식간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싫어하는 동료에게서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급한 성미, 감정조절이 안되는 성숙하지 못한 모습, 말이 너무 빠른 것 등이다.

또한 내가 싫어하는 남편의 모습에게서 실은 내가 추구하고자 했던 모습을 발견했다.

남편은 일적으로 사회적으로 많이 바쁘다.

자기 분야에서 다른이에게 인정받고, 늘 주변에 사람들로 둘려싸여 있고, 찾는 이도 많다.

그렇기에 가정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나는 일방적으로

남편에게 가정은 신경쓰지 않고 본인 일만 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러한 남편의 사회적 활동 모습이 부럽고 내가 생각하는 이상향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없거나 잘 모르는 면을 보면 '궁금'해 하지 미워하지는 않는다.

스스로는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을 수 있으나 그렇게 싫어하는 모습이 자신에게도 있고,

또 잘 알고 있기에 상대가 미치도록 싫다는 것이다.

인정하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 마주보고 화해해야 자신이 변하고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헙, 싫어하는 사람과 마주보기도 싫은데 ,

대화하고  화해까지하라구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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