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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던 그 남자 이렇게 멋졌던가

퇴고를 하는 수 밖에

by orosi

정돈할 줄 모른다.

친절이라고는 오로지 교실 아이들에게만 유효한.


매우 한정된 범위에서만 따뜻한 말투와 몸짓, 표정을 제공하는 셈이다.


툭툭 내뱉고야마는, 다듬을 줄 모르는 말가짐만큼

문투도 그렇다. 누군가 나의 초고를 읽는다면

사포라도 집어들고 군데군데 각진 문장들을

다듬어 주고 싶을 거다.


주로 '거칠다'라는 피드백을 받는 터라,

어디라도 좀 내 놓을 글을 써야 하는 순간이 오면

방법은 하나다.


잠시 후에 보고,

식 후 다시 보고...

며칠 후 또 보는 식이다.



"학"한 것을 "습"도 할 줄 알기 위한 방도라면

친숙해지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게 교실 아이들에게

내가 힘을 실어 강조하는 몇 안 되는 교육관이다.

학을 한 번 할 때마다, 습을 세 번은 하라는 게 에빙하우스(망각곡선에 저항하기:)를 반드시 이겨 먹으라는 담임교사의 단순하고도 귀찮을 법한 조언이다.


글쓰기라고 다를 게 있나.

아니지, 조금 다른 게 있긴 하다.

습에 해당하는 퇴고를 거듭해야 한다는 점은 공부와 닮았다. 다만, 친숙해지지 말고 부디 낯설자!(낯설자는 표현도 분명 엉터리라 예상하면서도 무턱대고 제안형 문장을 툭 뱉어 강조하고 싶을 때 종종 문법을 개무시하는 게 나의 문투기도하다. 이런 면에서 난 아직 작가라는 직함을 어디라도 내세우자면 도무지 면이 서질 않는다)


(다시)

낯설게 바라보자. 나의 글을.


남의 것을 보듯. 그걸 보는 일이 밥벌이 하는 내 직업인 마냥 고개마저 살짝 씩 각도를 달리해가며 글을 보는거다.


어제는 슬쩍 지나쳤던 문장이

오늘따라 어째 거슬릴 수도,

도저히 지우지 않을 수 없다면 ?

그게 빛이고, 나아질 글에 대한 예고다.


더럽게 솔직하고 도대체 유연함이란 없는 문체가 염려된다면 ~~

퇴고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다.


지겹게 보고 너무 지겨워 사랑이 식을 즈음. 그 때

헤어지는 걸로!(일단 참자!)


그렇게 보고, 또 보다 급기야 헤어진 연인과

먼 훗날 재회하는 날이 온다면..

그 지겹던 놈을 마주했을 때 의외로 다시 설렐 지 모른다♡

(어머, 저 시키... 좀 멋진데?)

남몰래 심쿵;;


그런 문장들을 만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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