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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Mar 02. 2023

공부는 '그냥' 하는 거야.

고달프다. 6학년을 한 달 앞둔 이 시점. 해야 할 것은 많고, 해주고 싶은 것도 많은데 시간은 없고 아이는 따라와 주지 않는다. 어릴 때는 당기는 만큼 따라왔다면 지금은 아무리 당겨도 잘 당겨지지 않는다. 온 힘을 다해 세게 한번 당기면 어쩔 수 없이 따라왔다가 금세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건 뭐 스프링도 아니고 자꾸 제자리를 찾아서 돌아가니 답답할 뿐이다. 성장이 안 보인다. 계단식으로 성장한다고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왜 내 아이는 계속 제자리인 것처럼 보이는 걸까. 아마도 눈에 띄지 않게, 조심스럽게, 자그마하게, 그렇게 성장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공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공부란 무엇인가. 공부는 왜 해야 하는 것인가? 공부의 사전적 의미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을 뜻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배우고 익혀야 마땅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아무 생각이 없다. 그저 해맑다. 그런 아이들에게 우린 공부를 왜 가르치는가. 학교에서 전교권 성적 받으려고? 인서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대기업에 입사하려고?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려고? 공부의 궁극적인 가치는 무엇일까.


엄마는 무엇보다 아이의 행복을 바란다. 행복의 밑바탕에는 결국 돈이 연결되어 있다. 인생의 전부가 돈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힘들고 덜 행복한 것은 사실이다. 편하게 돈을 벌려면 좋은 학교 나와야 하고, 좋은 학교 다니려면 공부를 잘해야 한다. 결국 이것이 우리나라 '입시'이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학창 시절에 열심히 공부했던 아이들이 커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 부모는 이사실을 알기에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 욕심을 부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딴짓하는 아이를 앞에 두고 잔소리를 한다.

“이런 식으로 하려면 공부 다 때려치우고 한겨울에 바들바들 떨면서 쓰레기나 주워! 하긴 네가  컸을 땐 이미 로봇이 다 청소하고 다녀서 넌 할 일도 없겠다! 공부 열심히 해서 추워도 따뜻한 곳에서 편하게 돈 벌고, 그 돈으로 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여유롭게 살라고 그러는 거잖아. 왜 이리 말을 못 알아들어?”     


이렇게 서론이 시작된다. 그 뒤로 ‘이래야 돈 많이 벌고, 저래야 좋은 학교 가고.’ 등등의 잔소리는 한 시간 내내 끊이지 않는다. 말하고 나면 내 목만 아프다. 아이가 과연 내 의중을 이해했을까 싶다. 아마도 ‘소귀에 경 읽기’겠지. 시끄러운 공사소리로 들려 엄마 몰래 귀를 틀어막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말이 길어질 때면 눈빛이 이미 다른 세상으로 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난 답답한 마음을 이렇게나마 표현을 해야겠다. 자꾸 말하다 보면 자연스레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혹시 이게 ‘가스라이팅’인가?     




아이가 어릴 땐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똑똑하기까지 하다. 초보엄마 중에 내 아이가 '천재'라고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러나 보통의 아이는 커갈수록 본색을 여실히 드러낸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하며 그 똑똑한 아이는 어디 갔나 싶다.


아이가 어릴 때는 뒤에서 밀어주니 앞으로 잘 나갔다. 12월생인 첫째는 6살에 한글을 떼고 7살에는 한자급수시험도 봤다. 이사 오면서 구입한 거실책장에 있는 12질의 전집을 몇 번이고 읽어댔다. 엄마욕심에 똑똑해지라고 더 밀어붙였다. 1학년 때 7급 한자시험을 보라고 억지로 시켰더니, 시험 당일 아침 머리가 아프다며 결국 시험장에 가질 못했다. 얼마나 하기 싫었으면 머리가 아팠을까. 이제와 생각해 보니 조금 미안하다. 3학년 때에는 수학심화문제를 풀면 좋다고 하길래 곧바로 최상위수학을 사서 풀렸다. 매번 모르겠다고 징징대는 아이를 혼내고 다독여가며 4학년까지 밀고 갔지만 결국 아이는 나가떨어졌다. 아이의 입에서 수학이 싫다고 할 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아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유튜브를 열심히 보며 공부해서 아이에게 적용시켜 나갔지만 아이의 공부정서는 조금씩 나빠지고 있었다. 엄마표 공부를 지금껏 해온 지금, 결론은 하나다. 욕심을 버리고 내려놓기를 하는 것. 걱정스러운 마음과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열심히 서포트(support)를 해주는 것 같지만 결국 이것 또한 엄마의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오은영 박사는 "공부는 대뇌를 발달시키는 과정 중 하나다. 지식보다는 상식을 많이 배우면서 정보를 받아 이해하고 해석, 처리하는 과정이 인지 기능을 발달시키는 중요한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식보다는 상식이 먼저다. 아주 전문적인 지식은 학자들의 영역이다. 모든 아이들이 1등급 받을 필요는 없는데 우리가 자꾸 그 기준을 두는 것"이라며 "공부는 '잘'을 빼고 그냥 공부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공부를 하면서 자기 신뢰감, 자기 효능감을 얻어야 한다. 공부는 자기 학년에 전 과목을 골고루 하는 게 맞다"라며 "특정 과목만 공부하거나 지나친 선행 학습은 좋지 않다. 빨리, 많이 가르치는 게 잘 가르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출처 : 키즈맘뉴스


공부는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해야 한다. 이유 불문하고 학생이니까 공부해야 하고,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배워야 한다. 습관처럼 공부해야 한다.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지 않는가. 그래서 오늘도 가르친다. 아이의 수준과 아이의 생각을 밑바탕에 두고 공부를 시킨다. 아이가 공부를 왜 해야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학생의 도리이며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 덧붙여 엄마 또한 공부 중이라고 얘기해 줄 테다.   


       

‘학여불급, 유공실지’
인생은 끝이 있지만 배움에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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