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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Feb 14. 2023

40대의 첫 시작, 건강검진

건강을 위한 노력(1)

몇 년 만의 건강검진인가. 남편은 수술을 한 전적이 있어 매년 꼬박꼬박 건강검진을 받는다. 1년에 한 번씩 남편 손 꼭 잡고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면 참 좋으련만. 왜 이리 건강검진받기 싫을까.

      

가기 싫은 이유를 생각해 본다. 제일 큰 이유는 아이들 걱정이다. 남편은 보통 1년에 한 번 하는 건강검진을 평일 오전에 받는다. 아이들 학교 가야 하는데 새벽부터 병원에 가려니 마음이 쓰인다. 아침식사나 학교 갈 준비 등 아직 엄마가 챙겨야 할 부분이 있으니 이래저래 걱정이다.


또 건강검진 결과가 두렵다. 혹여나 어디가 안 좋다고 하면 어쩌나 불안하다. 몸이 고장 났다는 것은 앞으로의 인생이 또다시 바뀐다는 의미이므로. 정신없긴 해도 평화로운 일상이 깨진다는 것은 재앙이다.


어쩌면 아직 건강할 것이라는 자만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3년 전에 목과 가슴부위에 작은 혹이 여러 개 발견되었고, 추적 관찰해야 한다는 소견이 있었지만 특별히 어디가 아프거나 문제가 되는 일이 없었다. 아마도 정신없이 3년 동안 아이들 챙기느라 다른 것은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는 게 맞는 이유일테다.




나라에서도 2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하라고 하는데 3년이 되도록 검진을 안 한 게 좀 너무했나 싶어 올해는 건강검진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검진 일주일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아이들에게 해야 할 일을 신신당부했다. 아이들 걱정인지 내 건강상태의 염려인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집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병원으로 향했다. 7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대기번호가 500번 대를 넘어서고 있었다. 눈과 입이 동그랗게 커지며 나도 모르게 ‘헐~’ 소리를 내뱉었다. 이른 아침부터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모여있는 많은 사람들이 무척 새삼스럽다.


탈의실도 웬만한 찜질방 수준의 사이즈였다. 얼떨떨한 표정을 마스크로 감추고 옷을 갈아입었다. 벌거벗은듯한 느낌은 언제나 민망 그 자체다. 안내에 따라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큰 규모에 깜짝 놀랐고, 접수받는 로비의 어수선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차분하고 조용했다. 아마 다들 긴장하였으리라. 


바닥엔 형형색색의 화살표가 위치를 안내해주고 있었다. 검진 순서에 따라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바닥의 색깔을 보며 길을 찾아다녔다. 도착하는 곳마다 핑크색과 푸른색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데 참으로 낯설다. 검진이 끝날 때까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다행이다. 


멀뚱한 모습으로 수면 위내시경을 받으러 다. 마지막인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으로 도착한 그곳은 넓은 공간만큼 빽빽하게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자리가 부족해 앉을자리는커녕 설 자리도 보이지 않는다. 검진을 받으러 온 모든 사람들이 위내시경검사 때문에 집에 가지 못하는 듯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피해 한쪽 기둥에 기대어 서 있는데 이름이 불린다. 간단하게 설명을 듣고 약을 먹는데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콕 찌른다. 깜짝 놀라 쳐다보니 남편이다. 건강검진센터에 입장하자마자 헤어진 남편을 드디어 이곳에서 만났다. 남편은 이미 위내시경을 끝냈다고 한다. 아마도 건강보험혜택을 받고 있는 중증질환자기록이 있어 우선 검사대상자로 선택되었나 보다. 나는 특별 기록이 없는 일반인이므로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앞서 온 사람들부터 내 차례가 올 때까지 대략 시간계산을 해본다. 5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 없었다. 초조한 마음이 앞선다.


저 멀리서 누군가의 이름을 여러 번 부른다. 크게 떠드는 사람도 없는데 복작복작한 분위기에 잘 들리지가 않았다. 설마 하며 쳐다보니 내 이름이었다. 5분 정도밖에 기다리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내 이름을 부르다니. 깜짝 놀라 성급히 종종걸음으로 뛰어갔다.


순식간에 링거 안으로 수면제가 투입되고 정신을 잃었다. 꿈꿀 새도 없이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보니 모든 게 다 끝났다. 남편은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힘든 여정이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편안한 마음으로 병원에서 주는 식권을 들고 식당으로 향했다. 너무 긴장을 많이 했나 보다. 죽조차도 잘 넘어가지 않는다. 대충 허기를 채우고 집으로 향했다.




잊고 있었다. 그때의 험난했던 건강검진 날을. 어김없이 똑같은 일상을 정신없이 보내고 있는데 건강검진결과가 메일로 도착했다.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파일을 열었다. 작은 글씨가 깨알같이 적혀있는 결과지는 50여 장은 돼 보인다. 너무 많아 맨 앞장의 중요한 부분만 살펴본다. 3년 전에 보였던 가슴과 목의 혹도 그대로 있다. 추적관찰을 하라는 소견이다. 빈혈이 심하니 산부인과검진을 다시 받아보라고 한다. 콜레스테롤, 공복혈당, 고혈압 전단계라고 관리를 해야 한다고 한다.


내 나이 이제 마흔. 여기저기 문제가 많다. 건강하다고 자만했던 내가 한심하다. 한동안 스트레스로 생리통이 심하고 생리양도 많다고 생각은 했지만 빈혈까지 온 줄은 몰랐다. 빈혈이라고 하니 그동안 못 느꼈던 어지러움 증이 갑자기 너무 심하게 느껴진다.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마다 세상이 빙빙 돈다. 산부인과는 치과랑 비등비등하게 가기 싫어하는 병원 중에 하나다. 너무 가기 싫어 철분 약을 인터넷으로 구입했다. 빈혈은 약으로 해결해 보기로 한.


고혈압은 한번 생기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하니 이렇게 놔둘 순 없다. 고혈압은 왜 높아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야식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군것질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식사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저 바닐라라테 한잔, 그게 다인데. 일주일에 한 번 가던 빽다방을 약 두 달 동안 거의 매일 방문한 탓일까.


<고혈압의 원인>

고혈압은 교감 신경에 의한 신경성 요인 및 레닌-안지오텐신 기전에 의한 체액성 요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그러나 유전, 흡연, 남성, 노령화는 고혈압의 유발을 촉진하는 요인입니다.
고혈압의 90% 이상은 본태성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나머지 5~10%는 원인이 명확한 이차성 고혈압에 해당합니다. 고혈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본태성 고혈압은 한 가지 원인에 의해 유발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모여서 고혈압을 일으키는데, 이 중에는 유전적인 요인(가족력)이 가장 흔하며, 그 외에 노화, 비만, 짜게 먹는 습관,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이 있습니다. 
고혈압을 유발하는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심혈관 질환의 가족력(유전)
② 흡연
③ 고지혈증
④ 당뇨병
⑤ 60세 이후 노년층
⑥ 성별(남성과 폐경 이후 여성)
⑦ 식사성 요인 : Na, 지방 및 알코올의 과잉 섭취, K, Mg, Ca의 섭취 부족
⑧ 약물 요인 : 경구 피임약, 제산제, 항염제, 식욕억제제

-출처:서울아산병원


남편은 운동을 안 해서 그런 거라고 한다. 하지만 난 지금껏 운동을 꾸준히 해 오지 않았다. 3년 전만에도 이런 결과는 없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걸까. 그저 억울하고 우울하다. 바닐라라테는 끊고 운동을 해보기로 한다.


이제 건강을 챙겨야 할 나이가 되었다. 아이를 키우며 내 건강 챙기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던가. 그래도 이젠 해야 한다. 날도 춥고 나가기도 귀찮은 한겨울이지만 운동을 시작해 보자.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운동은 어렵다. 휴.


당장 집에서 할 운동을 찾아본다. 티브이를 켜니 운동채널이 보인다. 여러 개 따라 해 보지만 비루한 몸뚱이는 한 동작 만에 쓰러진다. 운동도구가 담긴 바구니를 뒤적거려 본다. 줄 없는 줄넘기가 보인다. 방석을 깔고 살짝살짝 뛰며 줄넘기를 돌려본다. 몇십 번 만에 숨이 가빠온다. 쉬었다 하기를 반복, 정신이 혼미해진다. 300번은 돌렸으니 이제 됐다. 하루가 지나고 나니 알이 배긴 종아리는 더 딴딴하다.  걸을 때마다 고통이 따른다. 결국 한번 운동하고 3일 동안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이게 바로 작심삼일(日)인가. 하루 만에 포기했으니 작심일일(日)이겠다.


고혈압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검색해 본다. 남편도 고혈압전단계라고 해서 고혈압측정기를 바로 구입했다. 택배를 받자마자 한번 해본다. 헉, 남편과 나는 140을 찍었다. 이럴 일이 없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급한 마음에 고혈압에 좋은 음식을 찾아본다.


찾았다, 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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