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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Feb 28. 2023

처음 느껴본 반려동물과의 교감

경기도 여주 '주주팜' 여행스토리

‘카톡!’ 알림이 온다. 친한 지인에게서 사진 몇 장이 왔다. 그녀의 아이들이 동물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동물카페를 추천해 준다.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앵무새와 교감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 보인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집 근처 동물카페를 검색했다. 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주주팜’이라는 동물체험장이 있다. 후기도 나쁘지 않다. 다음 주 월요일이면 둘째 생일이므로 겸사 주말여행을 하기로 한다. 10시에 오픈이라 아침부터 서둘렀다. 오전에 일찍 가서 보고 오겠다는 심산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그곳 주변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여기가 맞나 갸우뚱거리며 두리번거리는데 저 멀리 앞에 있던 강아지가 우리 차를 보고 사뿐사뿐 걸어온다. 표지판을 보고 주차를 하는데 어느새 우리 곁으로 온 강아지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앞서 걷던 강아지는 한 번씩 뒤를 돌아보며 길을 안내해 주는데 참으로 영특하다.

 

강아지와 함께 간 건물 앞에는 새끼강아지 4마리가 울타리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었다. 귀엽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안으로 들어서니 여러 마리의 강아지가 더 보인다. 미리 구입한 입장권을 확인하고 주의사항을 듣고 난 뒤 당근먹이를 들고 밖으로 향했다. 저 멀리 염소, 돼지, 양, 토끼들이 보인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뛰어간다. 오른쪽에 있는 염소에게 먹이를 주고 있으니 왼쪽에 있는 염소가 ‘음~매~~’하며 우리를 부른다. 부르는 소리가 꽤나 정확한 발음이라 너무 웃겼다.


아직 동물들에게 먹이를 다 주지 않았는데 벌써 손에 있던 먹이가 다 없어졌다. 아이들은 더 달라고 아우성이다. 내손에 있던 먹이를 쥐어주었다. 공기가 꽤나 쌀쌀한 아침인데도 아이들은 추운지도 모르고 신이 나서 동물들에게 먹이를 준다. 오전이라 그런지 동물들이 아직 아침식사 전인가 보다. 엄청나게 먹어 해치운다. 배고프다고 계속 울어댄다. 보통 다른 곳은 먹이체험을 하려면 먹이를 사야 하는데 여기는 먹이가 무료이고 무한리필이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두 차례나 먹이를 리필하여 동물에게 먹이를 주었다.



다른 한편에는 족히 15마리는 되어 보이는 강아지들이 큰 울타리 안에 있었다. 입구 앞에 있는 안내 설명서를 보니 아이들은 어른과 입장해도 된다고 한다. 강아지가 사람들을 많이 좋아하니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재미있게도 현상수배사진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사람몸집만 한 강아지부터 작디작은 강아지가 종류별로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니 강아지들도 좋아서 따라다니고 쓰담쓰담해 주니 배를 까고 들어 눕는다. 이렇게 애교 많은 강아지들을 그냥 지나칠 리가 있을까. 아이들은 너무 귀엽다며 그 자리를 떠날 생각이 없다.


이미 봄 향기를 맡은 2월 말인데도 오전공기가 너무 싸늘하다. 마스크에 가려진 코도 시리고, 손도 차갑다. 감기 걸릴 것 같은 마음에 이따가 다시 오자며 아이들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교감체험을 하겠다고 하니 우리를 2층으로 안내해 주었다. 2층에는 햄스터, 기니피그, 닭, 앵무새등 그리 넓진 않지만 오밀조밀하게 동물들이 모여 있었고, 한 마리씩 설명을 해주며 손으로 만져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 조심스럽게 교감체험을 하며 연신 귀엽다는 말을 한다.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코스는 고양이 방이었다. 겉옷을 벗고 손 소독을 한 뒤에 고양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스무 마리 정도의 고양이가 캣타워와 바닥에서 우리를 반겨주었다. 이렇게 많은 고양이를 한꺼번에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조금 두려웠지만 이 와중에 눈이 아픈 고양이가 눈에 띄니 마음이 저려온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고양이들이 소리도 없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흠칫 놀랐지만 아이들 앞이라 태연한 척하였다.


의자에 앉아 있으면 고양이가 온다는 말에 아이들은 후다닥 의자에 앉았다. 아이가 앉자마자 치타 같은 얼룩무늬 고양이가 첫째 아이 무릎에 파고든다. 조심성이 많은 아이는 천천히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었다. 고양이는 이내 눈을 스르륵 감고 한쪽 앞발을 아이의 배에 올린 채 편하게 엎드려있다. 처음 본 사람 품에 편하게 앉아 있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둘째 아이의 품에도 고양이 한 마리가 파고들더니 갑자기 꾹꾹이를 한다. 아이는 시원하다며 좋아한다. 여기에 있는 고양이들도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남편은 고양이 방에 있으니 목이 간지럽다며 얼마 있다가 나가버렸다. 나도 남편을 따라 나갔다. 엄마아빠가 다 나가자 아이들도 하는 수없이 밖으로 나오며 계속 있고 싶다고 아쉬워한다. 고양이방에서 나오니 밖에 있던 강아지들이 따라오며 까맣고 동그란 눈으로 쳐다본다. 아이들은 그새 심취해서 강아지들을 쓰다듬어주며 귀엽다는 말을 연신 내뱉는다.


몸이 힘들다고 신호를 보내기에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다. 하는 수없이 집에 가야 한다고 하니 아이들은 아쉬움을 계속 토로하며 내일도 또 오자고 신이 나서 얘기한다. 한참을 고양이와 강아지에 대해서 떠들다가 피곤했는지 이내 잠이 든 아이들을 보니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한 번도 동물을 키워본 적 없는 나는 동물에 대한 애정이 없는 줄로만 알았다. 아이들과 함께 온 이곳의 동물들을 한 번씩 쓰다듬어준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보드라운 털의 느낌과 까맣고 동그란 인형 같은 두 눈이 자꾸 생각난다. 나도 아이들처럼 연신 귀엽다는 말만 하고 있다. 고양이는 남편의 알레르기 때문에 키우지 못할 것 같지만 강아지는 언젠가 한 번은 꼭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왠지 같이 살면 행복할 것 같다. 이래서 동물들을 키우나 싶다. 교감이 이렇게 중요한 것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가족과 함께하면서도 불현듯 혼자인 것 같이 느껴질 때가 가끔 있다. 같은 언어로 대화를 하고 있지만 각자의 이야기만 한다. 자꾸 동문서답하는 상황이 답답하다. 아마도 내 마음처럼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라 그런 게 아닐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일 테지. 그러나 교감하는 동물들은 안다. 말로 대화하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옆에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지고 행복해진다. 같은 언어로 대화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말이 아닌 마음으로 상대방을 바라봐서 그런 건 아닐까. 그래서 요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삭막하고 답답한 삶에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서 마음의 안정을 얻고 상처를 치유받고 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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