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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Mar 24. 2023

소중한 새 생명, 치어 40마리

슬기로운 물생활 2

열대어가 우리 집에 온 지 열흘이 지났다. 암컷구피가 엄청나게 먹어댄다. 며칠 지나니 배가 좀 나온 거 같다. 살찐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또 며칠 지나니 혼자서 가만히 있는 시간이 늘었다. 검색을 해보니 임신한 것 같다. 남편은 브리샤르디 한 마리가 좀 예민하고 소라에 자주 들어간다고 한다. 이것도 알을 낳으면 보이는 징조라고 한다. 우리는 평소보다 더 유심이 열대어들을 지켜봤다.


알풀구피 암컷이 이상하다. 꼬리지느러미가 딱 붙어서 뾰족해졌다. 온 가족들이 왜 저러는지 걱정되는 마음에 검색을 하기 시작한다. 아들이 제일 먼저 찾아냈다. 바늘꼬리병에 걸린 것 같다고 한다.


바늘꼬리병은 넓고 예쁘게 부채꼴 모양의 구피 꼬리지느러미가 점점 각이 좁아지고 나중에는 결국 뾰족한 송곳 모양으로 접히며 결국 죽게 되는 질병입니다. 바늘꼬리병은 치사율이 굉장히 높고 완치가 굉장히 힘든 질병 중에 하나입니다. 바늘꼬리병에 걸린 구피는 유영 능력을 점점 잃고 몸이 같이 말라가며 색이 흐려지게 됩니다.
출처: https://younggod.tistory.com/


남편은 걱정된 마음에 일사불란하게 이것저것 검색하고 알아보았다. 집에서 차로 30분 되는 거리에 치료약을 파는 약국이 있다고 한다. 주말에 약을 사러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우선 급한 마음에 효과가 조금 있다는 소금욕을 시켜주었다. 임신까지 하고 있어서 새끼까지 더 걱정이 되었다.


다음날 아침, 생각지도 못하게 구피가 새끼를 낳았다. 작디작은 생명체가 아픈 어미몸속에서 건강하게 나왔다. 아직은 너무 작아 새끼가 병에 걸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와중에 태어난 새끼구피들이 참 대견했다. 태어난 새끼구피는 모두 열두 마리였고, 한 마리는 결국 태어나서 꼬리가 붙은 채로 죽어버렸다.


기생충에 의한 병일 수도 있어서 급하게 약을 사와 구피를 치료하기 위해 격리 약욕을 시켜줬다. 조금은 효과가 있는 걸 확인했지만, 아직 한두 번밖에 하지 않아서 아직도 격리 중이다. 먹이반응도 그다지 좋지 않아 걱정이 크다.


다음날 어항들을 관찰하는데 브리샤르디 어항에도 작은 뭔가가 보인다. 새끼다. 소라 안에 알을 부화시켰나 보다. 자세히 살펴본다. 열 마리, 스무 마리, 서른 마리? 자꾸 꼼지락거려서 정확히 셀 수는 없었지만, 족히 서른 마리는 되어 보인다. 이렇게 많은 새끼는 처음이다. 너무 많아 징그러울 정도다. 방금 태어난 것인지 헤엄도 못 치고 이리저리 꿈틀대기만 한다.



어제는 구피 새끼가 태어나고 오늘은 브리샤르디 새끼가 태어났다. 연속 이틀 새끼가 40마리가량 태어났다. 진짜 신기했다. 우리 집에 좋은 일이 있으려고 그러는 걸까. 희망차다. 새끼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길. 내가 아이들을 낳았을 때 친정엄마의 마음이 이랬을까. 잔뜩 있는 새끼들을 보니, 브리샤르디에게 먹이를 평소보다 두배로 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산모가 건강해야 새끼도 건강할 거라는 마음에서겠지. 어미브리샤도 기특하고 꿈틀대는 새끼브리샤도 기특하다. 뭔가 신기하고 뭉클한 마음이 든다.


남편은 오늘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새끼들을 먹일 치어밥을 사기 위해서다. 이미 쉬림프를 주문했다고 한다. 열대어먹이의 두 배이상 주고 샀다. 비싸다. 하지만 새끼들이 건강하게 크려면 이 정도는 먹여야 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 이틀 만에 온 쉬림프를 치어들에게 조금씩 넣어주었다. 먼지같이 작은 쉬림프를 먹으려고 헤엄치며 다니는 치어들은 보니 너무 귀엽고 앙증맞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어항 앞을 떠나지 않고 치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을 한다. 결국 나도 남편처럼 물생활에 빠져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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