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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Apr 28. 2023

달리기 재능 발견한 아이

명랑운동회 스토리

“엄마, 엄마! 이번에 달리기 대표로 뽑혔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학교에서 달리기 대표로 나갈 사람 손들라고 했는데 손들었거든요? 그런데 여자아이들이 나까지 포함해서 11명이 들어가지고, 시합을 했더니 제가 10.52초로 1등을 해서 뽑혔어요.”

“아 진짜? 네가 그렇게 달리기를 잘했었어?”

“저도 몰라요. 애들이 달리기를 좀 못하나 봐요. 헤헤.”


집에 오자마자 아이는 신이 나서 엄마에게 자랑을 늘어놓았다. 며칠 뒤에 있을 명랑운동회에서 반대표 계주선수로 뽑혔다는 말에 아이만큼 내 기분도 뛸 듯이 기뻤다. 평소 달리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고 할 기회도 많지 않았는데, 달리기에서 1등을 했다니 정말 아이가 대단했다.


“운동회 보러 올 거죠?”

“당연히 반대표로 나가는데 꼭 보러 갈게.”

“아빠도 같이 보러 가야겠다.”

“정말요? 앗싸~”

“그렇다고 너무 무리해서 하면 안 돼. 넘어질 수 있으니까 빨리 달리려고 하지 말고 그냥 최선만 다해. 알겠지?”

“네~”     




운동회 당일 아침 9시, 창문을 통해서 운동회 시작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이크로 선생님의 진행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의 대답소리와 함성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미 운동회는 시작했고, 마음이 급했다. 남편은 준비도 끝내지 않고 유유자적이다. 작년에 혼자 아이들 운동회 보러 갔다가 늦게 가는 바람에 자리가 없어서 이리저리 헤맨 기억이 있어 남편을 다그쳤다.


“빨리 가야 해. 늦게 가면 자리 없단 말이야. 작년에도 늦게 가서 몇 시간 동안 서있었더니 엄청 힘들었었어. 그래도 작년엔 운동회를 학년별로 나눠서 했는데, 이번엔 1부 2~3학년, 2부 4~6학년이 하기 때문에 사람들도 많이 올 거란 말이야.”

“괜찮아. 천천히 가도 돼. 정 급하면 먼저 가. 학교 가면 전화할게.”     


느긋한 남편을 뒤로하고 종종걸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사람들은 꽉 차 있었고, 서있을 자리도 마땅치 않았다. 우선 아이부터 찾아야 했다. 운동장안쪽으로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학교 밖으로 다시 나갔다. 아이들이 앉은자리 뒤편에 서서 뒤통수만 보고 아이를 찾기 시작했다. 한 학년에 9반까지 있고 청팀, 백팀으로 나뉜 상태라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며 열심히 찾고 있는데 저 멀리서 남편의 모습이 보인다. 함께 아이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제일 끝쪽에서 맨 앞에 앉아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일부러 눈에 띄라고 위아래 회색 운동복을 입혀 보냈는데, 회색운동복을 입은 아이가 너무 많았다. 그나마 머리를 질끈 묶고 헤어밴드를 해서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음악소리와 마이크소리에 너무 정신이 없고, 아이는 앞을 보고 있었기에 아는 체하기가 힘들었다.

      



아이를 확인하기가 무섭게 아이는 바로 단거리 달리기 시합을 하러 일어났다. 다행히도 아이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고 눈이 마주쳤다. 아이도 엄마를 찾은 모양이다. 손을 흔들며 인사를 신나게 하고, 열심히 하라고 파이팅 모션을 취해주었다. 아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교생의 반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지만 내 아이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에 표정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남편은 동영상을 찍기 위해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가 열심히 뛰는 모습이 보인다. 몇 등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남편이 찍은 동영상을 바로 보내줬다. 확인해 보니 1~2등은 한 것 같다. 경기가 끝나고 자리에 앉은 아이와 눈 맞춤을 하며 잘했다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이를 보며 남편과 잠시 추억에 잠겼다. 우리가 어릴 적 운동회 할 때는 1~3등에게 노트나 연필 같은 학용품을 선물로 주곤 했었는데 요즘은 왜 선물을 안주는 걸까. 학용품 선물 정도는 줘도 되지 않을까? 선물이 걸려있다면 아이들이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직 저학년이라 대부분 아이들은 열심히 했지만 몇몇 아이들은 장난식으로 뛰기도 하고 대충 뛰기도 했다. 모자가 날리거나 신발이 벗겨지는 아이도 여럿 있었다. 안타깝게도 넘어지는 아이도 한두 명 있었다. 운동회 때는 꼭 이런 아이들이 몇 명 있기 마련이다. 보는 친구들은 재미있어 깔깔댔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보니 안쓰러웠다.  

    

그 이후로 다양한 단체게임을 몇 개 더 했다. 운동회 진행선생님은 중간중간 아이들이 재미있도록 노래를 틀어주었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작은 몸을 신나게 흔들어댔다. 보고 있는 내가 신이 날 정도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내 아이는 가무에는 약한 편인듯하다. 친구들이 춤추고 신나 할 때도 그저 앉아만 있었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은 아마 웃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처럼 신나게 춤췄더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어쩌랴. 부모의 성향을 아이도 물려받았을 테다. 엄마아빠가 음주가무에 약하니 아이도 그런 것 아니겠냐는 생각과 동시에, 앉아있는 아이의 심정이 이해되었다. 그래도 다양한 활동에 열심히 참여를 했으니 그것이면 됐다.      


청팀 뒤쫒고 있는 아이 by라미


마지막은 반대표로 뽑힌 2~3학년 아이들의 계주시합을 했다. 청팀, 홍팀으로 나뉜 남녀 아이들이 양쪽 끝에 성별로 줄을 섰다. 우리 아이는 맨 마지막에 줄을 섰다. ‘마지막은 부담이 큰데 왜 마지막일까, 중간에 섰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하는데, 곧바로 계주시합이 시작되었다. 아이가 속한 홍팀이 처음에는 앞서다가 중간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내가 경기를 뛰는 양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나도 모르게 파이팅을 외쳤다. 드디어 여자선수 마지막차례가 되었고, 내 아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열심히 뛴 아이는 결국 청팀과의 간격을 좁혔다. 최종 남자선수에게 아이가 바통을 넘겨주는 순간 거의 비슷한 위치에 있었고, 남자아이는 바통을 받자마자 열심히 달렸다. 청팀아이가 좀 작고 왜소한 편이라 그런지 속도가 나지 않았다. 결국 홍팀남자아이는 상대팀 아이를 큰 격차로 추월하여 골인했다. 운동장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아이가 자리로 돌아가자 친구들은 아이를 안아주며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뒤에서 보니 마음이 뭉클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이가 잘해서 마지막에 뛴 것이 아니고, 제일 마지막 반이라서 그냥 그렇게 순서가 된 거였다.      


진행선생님은 지고 있는 청팀에게 여러 번의 보너스기회를 주었지만, 그때마다 마이너스를 얻는 바람에 결국 홍팀이 이기게 되었다. 그 또한 하나의 재미였지만 홍팀 아이들은 자꾸 기회를 주는 선생님에게 하지 말라고 팔로 엑스표시를 만들어 보다. 아이는 집에 와서도 진행선생님이 너무 불공평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홍팀이 계속 이겼는데 청팀에 자꾸 기회를 줘서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운동회는 경쟁이 아니라 함께 어울리는 활동으로 재미를 더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며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줬다.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한 명랑운동회는 부모와 아이들에게 기쁨을 선사해 주었다. 아직까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많아 좀 아쉽긴 했지만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하교한 뒤에도 담임선생님은 감동을 선사한 아이에게 칭찬을 해달라고 메시지를 따로 보내주셨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계주에서 감동을 느낀 모양이다. 작년 일 년 동안 했던 칭찬을 한데 모아서 할 만큼 칭찬을 듬뿍해주었다. 이번 기회로 인해서 아이가 즐거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에 대한 기쁨과 감사를 느끼며, 모든 활동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자신감을 갖는 기회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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