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그냥 하기 싫어서.
어릴때부터 연산 문제만 보면 도망가던 아이가 있었다.
어느 날은 문제집을 다 풀어놓아 채점을 해보니 백점!?
놀랍기도 하고 의아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또 백점이었다.
결국 정답을 베낀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혼내지 않을게.”
차분하게 이야기했더니 그제야 사실을 털어놓았다.
두 번 다시 안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오래가지 않았다.
답안지를 숨겨놓으면 이제는 찍어서 답을 채웠다.
풀이도 식도 없는 빈칸에 답만 덜렁 적혀 있었다.
더는 참을 수 없어 문제집을 찢어버렸고, 아이는 울면서 그걸 다시 붙였다.
그날 이후로 거짓말은 줄어들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사춘기가 되자 아이는 더 심각해졌다.
“양치해라.”
“했어.”
“양치 소리 못 들었는데?”
“했다고 했잖아!”
그리고는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린다.
나는 매일같이 묻는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혹시 ‘매일 두 장의 연산 문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건 아닐까?
이제는 안다.
하기 싫은 건 거짓말을 해서라도 절대 하지 않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억지로 시키는 건 결국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다.
부모는 아이를 믿지 못하고, 아이는 부모에게 불만만 쌓인다.
그래서 나는 다시 아이와 신뢰를 쌓는 중이다.
방법은 단순하다.
하기 싫다고 하면 억지로 시키지 않는다.
“한 문제만 해보자”라며 설득해도 안 한다면 그냥 멈춘다.
쉽지 않다. 불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참고 기다려야 한다.
시험이 다가오면 결국 아이 스스로 하게 된다.
잔소리가 줄고 마음이 편안해지면, 아이도 스스로 책상 앞에 앉는다.
그 양이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그 과정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럴 땐 과감히 칭찬해야 한다.
결과가 아닌 과정, “스스로 했다는 사실”을 칭찬해야 한다.
겉으론 무덤덤해 보여도 아이는 속으로 크게 기뻐한다.
달라진 아이의 표정과 태도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나도 여전히 실수한다.
얼마 전, 사둔 문제집을 풀지 않아 “이 정도는 해야지” 하며 또 강요했다.
결국 아이는 답만 찍어냈다.
다시 깨달았다.
내가 또 아이의 ‘하기 싫은 마음’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이제는 묻기로 했다.
“언제 하고 싶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사춘기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맞춰주는 것뿐이다.
서로 눈치를 본다는 건 결국 서로에게 맞춰가는 일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아이에게 수준에 맞는 공부를 시켜야 한다.
하기 싫은 이유는 단순히 “귀찮아서”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어려워서”일 때가 많다.
저학년 때는 옆에서 함께 읽고 질문해 주며 지루하지 않게 도와주는 게 답이었다.
하지만 고학년이 되면 옆에 있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한다.
그럴 땐 방법을 바꿔야 한다.
결국 부모가 할 일은 잔소리하지 않고 옆에서 기다려주는 것.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움직였을 때,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칭찬해 주는 것.
오늘도 다짐한다.
싫어하는 걸 억지로 시키지 말자.
아이와의 신뢰가 회복될 때, 다시 제대로 첫 단추를 꿸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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