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너겟과 애플파이
엄마와 나에게 주말이란 맛있는 걸 먹으러 가는 날이라는 개념이 있다.
”맛있는 거“는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가끔은 값비싼 일식집을 가지만 가끔은 맥도널드를 먹으러 간다.
엄마가 가장 애정하는 맥도널드의 음식은 맥너겟,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애플파이다.
막 나온 맥너겟을 배어물면 바삭한 튀김옷을 비집고 짭조름한 육즙이 흘러나온다.
나라마다 맥도널도의 가격, 메뉴, 시스템 등이 모두 다르지만 멕시코에서는 소스를 아낌없이 준다는 특징이 있다.
맥너겟과 함께 받은 허니 머스터드 소스에 너겟을 푹 찍어서 한 입 먹으면 소스 없이 먹는 것과는 다른 맛이다.
달달하고 자극적인 소스가 살코기를 감싸며 입 안을 맴돈다.
허니 머스터드와 맥너겟, 내가 제일 좋아하는 조합이다.
왠지 모르게 너겟은 새콤한 캐챱같은 소스보다는 달달한 소스와 더욱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슬슬 느끼해질 때면 애플파이를 먹을 차례다.
한국에서는 단종되었다고 들었지만 다행히 멕시코에는 아직 판매하는 내 최애 메뉴다.
애플파이는 주문 즉시 파이를 따뜻하게 유지시켜 주는 철제 통에서 꺼내준다.
“Pie de manzana” 즉, ”애플파이“라고 적혀있는 두꺼운 종이를 열면 애플파이가 보인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바삭한 애플파이는 구웠다기보단 튀긴 느낌이 더 강하다.
속에 든 사과 잼이 용암처럼 뜨거워서 조심하며 먹어야 한다.
와작-
한 입 배어물면 담백하고 은은하게 짭짤한 맛이 있는 파이지 사이로 뜨겁고 달달한 잼이 나온다.
오랜 시간 잼 속에 들어있던 사과 조각들은 한두 번만 씹으면 녹아 없어지고 입 안에는 사과의 단 맛과 시나몬의 향만이 여운을 남긴다.
애플파이는 천천히 먹어야 한다.
한 번에 먹어버리면 단 맛 때문에 파이지의 식감과 잼의 향이 가려지기 때문에 한입 한입 조심스럽게 먹는다.
애플파이가 지겨워지면 감자튀김을 한 입 먹어주면 된다.
흔히 말하는 “단짠단짠”조합으로 감자튀김의 짠맛 덕분에 다시 애플파이의 단 맛이 그리워진다.
다음 주에는 맥도널드에 가야 되겠다.
안 간지 너무 오래된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