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정리하면 기분이 좋거든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따각따각, 손톱을 깎는다.
짧고 뭉툭해서 예쁘지 않은 손톱이지만 신중하게 모양을 다듬는다. 오일을 듬뿍 발라 잠시 불렸다가 푸셔로 데드스킨을 밀고 니퍼로 과감하게 떼어낸다. 네일숍만큼 섬세하게 다듬진 못하지만 대충이라도 정리하면 정리한 티가 나는 손 끝.
외출 전 손톱을 깎고 손톱 주변을 정리하는 건 나의 오랜 습관 중 하나이다.
특히 오랜만에 동창을 만난다던가 지인의 결혼식에 갈 때는 손톱정리를 잊지 않는다. 출발 전 단 15분이라도 시간을 내어 손톱을 다듬는다. 미온수에 손을 씻고 영양감 있는 핸드크림을 바른다. 손톱과 손에 매끈한 윤기를 내고 나갈 준비를 마친다.
집을 나서기 전, 일종의 전투태세를 갖추는 의식 같은 거랄까.
나에 대한 예우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가. 손끝이 깨끗하고 개운하면 내가 나를 존중하는 느낌이 든다. 지금 이 글을 쓸 때도 타이핑하는 손을 씻고 핸드크림을 바르고 손끝의 유분만 살짝 닦아내고 노트북을 열었다.
글이 개떡같이 써져서 백스페이스를 타다다닥 눌러야 할 때도 손톱이 정리된 날은 백스페이스를 누르는 소리마저 경쾌하다.
이뿐이랴, 가끔 손글씨를 쓸 때도 손끝이 맘에 들면 악필인 내 글씨도 용서가 되니 이쯤 되면 손톱정리는 긍정적 나비효과까지 불러일으킨다.
네일아트받고 기분전환했어요.
커뮤니티에서 텀블러나 유리병을 잡고 네일아트를 받고 자랑하는 글들을 종종 본다. 손끝이 맘에 들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만국 여자들의 공통점인 거 같다.
텀블러에 커피를 내려 마실 때, 운전을 할 때, 아이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줄 때, 소소한 일상에 우리의 눈길이 머무는 곳이 바로 손 끝이기에. 깔끔하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손 끝은 기분을 전환해 주는 힘이 있다.
오랜만에 친구 딸에게 선물할 목도리를 뜨개질하려고 새 실을 꺼냈다. 바늘과 실을 쥔 손끝이 반짝반짝 깨끗하니 마음에 든다.
기분 좋은 시작이다.
예쁜 목도리가 만들어질 거 같다. 손 끝에 사랑이 같이 전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