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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안 Oct 14. 2024

수영의 이유

오수완 30일차


자기계발을 목적으로 모인 오픈채팅방에 수영인증 글이 올라왔다.

아이도 키우고 일도 하는데 등산도 다니고 새벽 수영까지 인증하는 그녀는 그야말로 슈퍼of슈퍼우먼이 틀림없다. 수영이 그리 재밌단다. 엄지척 공감 표시를 누르면서도 수영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운동이라 생각했다. 아니, 생각해본적도 없을만큼 남 일 이었다. 코로나 이전엔 줌바, 이후엔 마스크 쓰고 필라테스, 후엔 헬스장 g.x를 기웃거리며 했다 관뒀다하며 운동의 끈을 놓지 않았을 때에도 수영은 전혀 관심사가 아니었다. 심지어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실내수영센터를 두고도 아이만 보낼뿐 내가 갈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던 나에게 그녀가 그리재밌다는 수영의 문턱은 막연히 높기만 했다.




 "새 수영복, 수모 산 기념! 오늘도 즐수~! "


라는 경쾌한 글과 함께 올라온 영롱한 수영복과 귀염깜찍한 수모를 보기 전까지는.


귀여운 수모 쓴다고 귀여워지는 건 아니지만ㅎㅎ



 단 한번도 누군가의 수영복에 눈길이 간 적 없었는데  유난히 예쁜 수영복이 눈에 들어온 날이었다.  머리에 쓰는 쫄쫄이 같다 생각했던 수모가  귀여워보이는 또 뭐지? 순식간에  예쁜 수영복과 귀여운 수모가 입고싶고 갖고싶었다. 나도 예쁜 뒷태에 수영복이 잘 어울리는 몸매가 되고싶었다. 높기만하던 수영장 문턱이 발 아래로 내려오는 순간이다.



수영을 하기로 마음먹자 수영하는 사람들이 특별해보이기 시작했고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되어 오수완!을 외치는 수영 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1레일 물에 발조차 담그지도 않았지만 수영장 매너, 수영장 꿀템, 자유형 호흡 쉽게 하는 법 등등 수영으로 시작된 유튜브 알고리즘은 시작도 안한 수영이 분명 재밌을 거라는 확신을 주며 나를 수영의 세계로 인도했다.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도 가입하니 오수완이란 말만 겨우 알던 내가 수친(수영친구), 저스다(젓다의 경상도 사투리), 새수(새벽수영), 원정수영 등의 용어도 알게되었다. 수영인들의 세계는 무궁무진했고 흥미진진했다.



 주2회 수영강습을 다니다 그만두고싶다고 울면서 발걸음을 떼는 아이를 다그칠 힘도 떨어졌을 때 아이가 못채운 횟수만큼 바톤을, 아니 킥판을 양도로 건네받고 첫 강습을 기다렸다. 






"수영이 왜 하고 싶어?" 남편이 물었다.


-"수영은 기술이잖아. 물이 두렵지 않고 물 속에서 나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기술. 그 기능을 가진 사람이 되고싶어. 그리고 세상에 예쁜 수영복이 많더라고ㅋㅋ"


  더 그럴듯한 이유로 포장하고 철부지 같은 진짜 이유를 살짝 뒷받침해본다. 고급반에 가면  화려한 수영복을 요일마다 바꿔입으며 수영해보리란 검은 속내까지 말할 필요는 없으니까. 생각은 그리해도 초보는 뭐니뭐니해도 무난해야지라며 첫 강습용 수영복으로 검은색 아레나 수영복을 고른 나란 수린이.


지금은 시작이 반이다 외치며 초심자를 대변하는 수린이지만 언젠가 수영장 고인물이 되서 자연스럽게 말할 날을 꿈꾼다.



"지금 저스러 갑니다."




사진- 네이버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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