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실 나는 진지충이다. 진지충에게 없는 것이 유머감각이다. 그것이 강연을 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모르는 분들과 처음 라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유머는 필수요소다. 세련된 유머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이지 부럽다. 유머를 다룬 책이나 아이스브레이크 책을 읽어도 내가 적용할만한 것이 없다. 유머란 재담꾼의 능력과도 같아서 어느 정도의 끼가 있으면 저절로 연출된다. 하지만 진지하게 접근하면 망쳐버리고 마는 것이다.
10월의 마지막 주에 D대학에서 평생교육원 CEO과정 특강으로 인문학 강의를 진행할 때였다. 규모에 따라 경중이 있겠지만 경영자란 결정하고 책임진다는 면에서 같은 운명을 공유한 존재다.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엔 스트레스 관리가 절실한 분들이다. 그래서 너무 무겁거나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가을이 주는 풍부한 감성 안에서 힐링이 되길 바랐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명시와 명문장을 해석하면서 문학적 감성에 접속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참여한 분들이 직접 시를 낭송하고 가사를 음미하며 함께 노래도 불렀다.
코로나로 한창 신음하던 시기에 찾아 읽은 시집 중에 일본의 장수 노인 시바타 도요의 ‘약해지지 마’ 라는 시를 소개했다. 시인으로 활동하는 아들의 권유로 아흔이 되어 글을 쓰기 시작한 시바타 도요는 머리맡에 종이와 연필을 두고 생각나면 메모를 했다고 한다. 일상의 갈피에서 길어올린 삶의 진면목을 진술한 98세 노인의 시에는 존재를 향한 아름다운 사랑과 따스한 위로가 담겨 있다. 장례식에 사용하라고 마련해 두었던 돈을 시집 출판비용으로 썼다는 시인의 대표시 ‘약해지지 마’는 이미 널리 알려져 어려움에 빠진 많은 사람들을 위로한 것으로 안다. 다음은 시 전문이다.
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 시 「약해지지 마」 전문 -
강의 초반, 위의 시를 낭송해주실 분을 찾았더니 여성 CEO 한 분이 손을 들었다. 낭송자가 제목을 읽고 잠시 틈을 두었다가 작자의 이름을 읽었다. 그런데 긴장을 하였는지 시옷 발음이 된소리로 들렸다. 모두 웃었다. 웃음을 진정하고 다시 분위기를 잡은 그 분은 천천히 시를 낭송했다. 목소리가 안정되고 감성과 몰입도가 좋아서 모두 집중해서 들었다. 아마도 시 낭송을 배우신 적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낭송에 귀기울이며 행간을 따라가던 내 눈에큰 실수가 발견되었다. 낭송의 실수가 아니었다. 그 분은 강의안에 적힌 대로 읽었을 뿐이었다. 하필 시의 마지막 부분에, 가장 중요한 행에 결정적 오타가 있었다. 때문에 4연의 마지막 행은 멋진 시에서 웃긴 시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이 있어 좋았어
세상에,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실수였다. ‘살아 있어 좋았어’를 ‘살이 있어 좋았어’라고 옮겨 쓰다니! 낭송이 끝나자 시를 낭송한 분에게 큰 박수가 터졌다. 박수 소리가 끝날 때까지의 5초간의 시간이 그토록 길게 느껴지긴 처음이었다. 나는 즉시 오타를 정정했다. 먼저 고인이 되신 시바타 도요 시인에게 오타로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고, 심각한 오타로 이 아름다운 시의 감상을 망쳐 죄송하다고 수강자 분들께도 용서를 구했다.
순간 폭소가 터졌다. ‘살아 있어 좋았어’가 ‘살이 있어 좋았다’는 말로 둔갑한 것은 내가 생각해도 웃겼다. 미쳐 말릴 수도 없는 사이에 좌중 전체가 발작적인 웃음의 도가니에 빠져버렸다. 얼마나 웃었는지 쉬이 진정할 수 없었고, 너무 웃어서 몇 분은 눈물을 찍어내면서도 멈추지 못했다. 처음의 실수보다 더 당황스러웠다. 상황을 종료하려고 물었다.
“사실 제가 여러분께 어떻게 웃음을 드릴까 고민하다 유머감각이 없어서 포기하고 왔는데, 용서의 웃음이라고 해석해도 될까요?”
“완전 성공하셨어요!”
“이렇게 웃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났어요.”
다행히 넓은 아량으로 실수를 용납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외우고 다니는 시인데, 눈 감고도 타자를 칠 수 있는데,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후부터 분위기는 매우 친숙하고 편안해졌다. 덕분에 100세 노인이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 안에서 훈훈해진 것이다. 시의 감상 끝에 각자 생활 속에서 어떻게 스트레스 관리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방법들을 공유했고, 많은 분이 자진해서 낭송에 참여했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온 다음날 교육원 실장님이 낭송하신 분들의 동영상을 보내주셔서 다시 감상했다. 실수 덕분에 웃었고 실수를 용납하면서 관대해진 덕분에 더 따끈한 여운과 추억을 만든 시간이었다.
가을과 인문학이 뭔 상관이람!
유독 가을엔 인문학 콘서트 유형의 제목을 붙인 행사가 열린다.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에 대한 탐구는 인간의 사상과 삶을 포함한다. 학문적으로 체계를 세워 연구한다고는 하지만 결코 단순하게 정의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인 까닭에 인문학의 텍스트는 철학과 사상의 이론적 방향을 제시하거나 이미 인류에게 일어난 역사적 사건과 결과들을 기록한다.
그 중에서도 문학은 인간의 내면과 인간의 삶에 대한 본격적인 천착이기에 인간의 영혼과 정신과 신체와 사회적 관계를 포함한 존재의 여정을 연구하고 기록한다. 장르에 따라 표현의 형식은 달라도 중심은 인간이다. 인생사의 수많은 곡절에 대해 소설이 '왜냐하면'을 보여주는 장르라면 시는 '이것 봐'를 노래한다. 이유를 설득시키려면 설명이 필요하지만 결론을 형상화하는데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문학의 장르 중 시는 그래서 짧지만 예술적 완성도로 볼 때 정수라고 할 만하다. 시에 곡조를 붙여 연주자들이 협연을 펼쳐 무대에 올린 노래는 그만큼 보급률이 높고 영향력도 크다. 그래서 노래가 된 시는 많은 이들의 애창곡이 되고 국민가요가 되기도 한다.
가수 이동원씨 활약으로 곡조를 얻은 정지용 시인의 향수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시를 찾아내고 작곡가를 찾아다니며 곡을 붙여 음반을 제작하고 시노래를 불렀던 이동원씨는 진정한 음유시인이었다. 너무 일찍 작고하여 안타깝다. 하지만, 그가 남긴 아름다운 시 노래가 매우 특별한 유산으로 남겨져 있어서 그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고, 리메이크되기도 한다.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시와 노래는 인류의 문화양식이다. 고대에도 곡조에 시를 얹어 불렀고 현대에 와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더 많은 시노래가 탄생하고 있다.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국악을 들여다보면 민요, 시조창, 판소리 등 문학적 양식이 예술적 표현으로 우리 민족에게 전승되어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우리의 것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너무 적은 것은 아닐까 아쉽다. 그런 의미에서 경계에서 활동하는 가수와 작가들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나는 종종 사람들이 시를 쓰고 읽고 외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만큼 한 번 읽고 잊어버리기엔 아까운 보물들이 시집 안에 활자로 묻혀있기 때문이다. 시집이 시가 사는 집이 아니라 시의 무덤이 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노래가 된 시들을 특별히 좋아한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이동원씨의 노래로 들으면서 생각했다. 명시가 노래가 되었을 때의 반가움을.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가곡을 부르면 음과 가사 한 소절에도 감성과 상상계가 열리지 않던가.
그래서 나는 여행을 떠날 때 차와 함께 시집을 가지고 간다. 때론 급하게 읽어야 할 책들도 있어 여행 짐에서 무엇을 뺄까 고민한다. 하지만, 시집을 챙기지 않고 여행을 떠난 적은 없다.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에도 시집이 들어있다. 좋은 시집을 사면 야금야금 아껴 읽는다.
시를 읽는다는 건 타자의 심안에 접속하는 일이며 시인의 세계관에 감전되는 일이다. 일단 시에 사로잡히면 형상화된 시의 세계 안에서 시인의 정서에 감응하게 되는데, 때론 전율하고 때론 뜨거워지며 때론 아득한 그리움에 '떨림'을 경험하기도 한다. 현실의 혼잡에서 다른 차원의 세계로 순간이동하여 알지 못하던 세계를 깊이 이해하기도 한다.
한 편의 시를 읽는다는 건, 거울에 내 생애를 비추는 것과 같다. 이 조명과 반추는 때로는 회피해왔던 나를 직면하게 하며 곧 강렬한 내적 변화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럴 때 나는 그 시를 읽기 전과는 다른 존재가 된다. 그래서 복잡할 때나 길을 잃었을 때, 새로운 무언가를 모색할 때면 시를 읽는다.
시를 읽을 여유가 없는 현대인에게 정서적으로 시의 감성에 접속하게 되는 계절이 있다면 가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엽서처럼 발아래 떨어진 낙엽의 고운 빛깔을 인식하고, 푸른 하늘 아래 짙어진 빛그늘을 대할 때면 잊고 살았던 정서에 스크래치가 생기고 잠시나마 눈을 들어 서정적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럴 때 문득 생과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진짜 인생의 목적인 사랑과 우정과 꿈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을은 모든 사람의 마음에서 시적 심상을 불러내고 그리움을 키운다. 그래서 가을이 인문학적 감성을 충전하기에 좋은 시기인 것이다. 그 감성에 접속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시노래를 듣는 것이다.
스마트 폰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접속만 하면 좋은 시와 노래를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일상에서 짝꿍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할 때가 많다. 그 때마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된 자동차 스피커로 짝꿍 취향의 노래를 듣는다. 나는 주로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짝꿍은 가사가 좋은 시 노래를 좋아한다. 가스펠송도 듣고 가곡이나 팝페라도 듣는다. 짝꿍이 가장 즐겨 듣는 노래는 가사가 좋은 시노래들이다. 덕분에 노래가 된 시들을 음미할 기회를 얻는다.
성대가 약한 나와는 달리 짝꿍은 성량이 풍부하고 노래하는 것도 좋아해서 청중이라곤 나 하나밖에 없는 차 안에서 독무대 투어 콘서트를 벌인다. 일상이 버거울 때도 긴장을 툭 털고 웃게 되는 그 시간이 내게는 참 소중하다. 생득한 유머감각으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짝꿍은 천진한 아이처럼 맑은 마음을 드러내는가 하면 때론 짓궂은 장난을 걸기도 한다.
진지충인 내가 절대로 갖지 못할 짝꿍의 유머감각 덕분에 같이 보내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던 시간을 넘어 가장 편안한 반려자가 되었음을 느낀다. 이렇게 잡음을 끄고 동행하기까지 서로를 참아내느라 고생이 많았다.
오설록 블렌디드티
그 동안 쓴 차 이야기 20편을 엮어<차 한 잔에 이야기 한줌> 이라는 제목으로 브런치북을 발행했다. 제목이 말해주듯 차 한잔에 내 생의 이야기 한줌씩 들어있다. 내가 스스로를 생활차인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도 일상생활에서 차를 마시는 시간을 따로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D대학에서 강의하던 그 날도 ‘시노래 힐링’을 수강하신 분들과 차를 나눴다.
내가 준비해서 가져간 차들은 오설록 블렌디드티와 허브티들이었다. 가장 인기가 좋았던 건 홍차에 동백꽃과 열대과일을 블렌딩 해서 만든 오설록 티였다. 가향차의 그윽한 향기는 가을밤의 운치와 분위기를 한층 밀도 있게 만들어 주었다. 역시 차는 혼자 마셔도 좋거니와, 함께 마셔도 좋다.
오설록은 제주도를 여행하는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지다. 나 역시 매년 한 두번은 들른다. 한국에서 녹차 산지를 방문하면 대부분 우전, 작설, 발효차 정도의 스트레이트 차를 구입하는데, 지난 해 명절에 동서가 오설록 블렌디드티를 선물해준 덕분에 환상적인 맛을 볼 수 있었다.
제주도에 100만평의 차밭을 경영하는 오설록은 국내 녹차 산업을 견인하여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세계차시장에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오설록에서 생산되는 차는 외국인 구매자들에게 소비되는 양이 많다. 그래서 나는 오설록의 티 제품들과 포장 및 마케팅에 애정이 깊다.
해마다 오설록 한정 수제품인 일로향을 구해 마셨다. 오설록을 대표하는 일로향은 1999년 국제명차품평대회에서 국제영예상을 수상했고, 2008년에는 일본 세계녹차콘테스트 금상을, 2009년 미국 '월드 티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을 할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한국 녹차의 덖음 방식을 차별화된 특품차로 알리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는 온도가 높고 비가 많이 내려 녹차를 재배하기에 좋다. 배수가 좋고 유기질 함량이 높은 토양도 역시 차 재배지로서 알맞은 조건이다. 이러한 지리적 특징으로 인해 제주도는 중국 저장성, 일본 시즈오카현과 함께 세계 3대 녹차 재배지로 꼽힌다.
수요가 많으면 값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일로향도 그동안 값이 올랐다. 그래서 화개지역의 야생녹차를 만난 후로는 일부러 구입하지 않았는데, 이제 오설록 블렌디드티에 맛을 들여 하나하나 맛을 보고 있다. 오설록 블렌디드티는 향과 맛도 좋지만 이름이 참 아름답다.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것은 4종류의 스페셜 블렌디드티다. 제주 동백꽃향과 열대과일의 달콤한 풍미를 담은 ‘동백이 피는 곶자왈’, 부드럽고 우아한 화이트 플로랄 향에 신선한 사과를 블랜딩한 ‘달꽃이 바라보는 바당’, 제주 귤꽃향의 싱그러움에 감귤의 상큼함을 더한 ‘귤꽃향을 품은 우잣담’, 제주 왕벚꽃향의 화사함에 달콤새콤한 과실향이 어우러진 ‘벚꽃 향 가득한 올레’까지. 지금은 떨어졌지만 다른 블렌디드 티들도 기억난다. 어느 것을 선택해도 맛이 빠지지 않을 만큼 사랑스럽고 특별하다. 홍차나 발효차에 다른 허브식물의 잎과 꽃과 과일을 블렌딩한 차들이다.
한국의 차생산지는 이전에 차를 따던 분들이 연로해지면서 일꾼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하지만 대량생산을 하는 기업적인 다농에서는 나름대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체험프로그램과 마케팅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생활차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다. 간과 신장, 장기에 독이 되는 술을 너무도 사랑해서 ‘낯술’이라던가 ‘치맥’이라던가, ‘김치전에 막걸리’ 같은 조합으로 한국의 술 문화가 해외에서도 유명한 모양이다. 하지만 몸에도 좋고 관계에도 좋고 분위기도 건전한 차는 상대적으로 외면당한 세월이 길었다. 차는 몰입도를 높이고 혼탁한 정신을 각성시키며 건강한 체질로 회복시키는 보약이다. 더 많은 이들이 차의 매력에 빠지면 좋겠다.
오늘도 넉넉하고 온화한 달 항아리를 감상하면서 향기로운 차를 우린다. 오설록의 귤꽃향을 품은 우잣담이다. 조생귤이 맛이 들어갈 즈음이라 한겨울에 마시던 귤탕이 생각나던 참이다. 6월에 하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서귀포 남원의 귤밭 사이를 걸어다니며 몽롱해지도록 귤꽃향에 취했던 기억이 난다. 그 화사하고 감미로운 향을 귤이 익어가는 계절에 다시 만나니 마음이 말할 수 없이 감미롭다.
다관도 필요 없이 머그컵에 오설록 블렌디드티백을 하나 넣고 냉온수기 온도인 90도의 물을 붓는다. (블렌디드티를 마실 때 물의 온도는 허브가 아닌 차의 발효도가 결정한다. 발효도가 높을수록 물을 뜨겁게 한다. 홍차 100도, 녹차 80도 정도면 적절하다.) 티백을 20회 정도 가볍게 흔들어 우린 후 티백을 홀더에 꺼내 놓는다. 온도가 식기 전에 향을 음미하면서 차를 마신다. 티백은 필요할 때 재탕하여 마신다. 홍차는 3~4회 우릴 수 있다. 손잡이가 달린 유리다관이나 물식힘그릇(숙우)을 이용하면 티백 홀더를 사용하지 않고 용이하게 여러 번 티백을 우릴 수 있어 편리하다.
티백을 담가놓은 채 마시면 차 성분이 과다침출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차의 농도가 높아서 맛이 떫어진다.모든 것에 균형이 필요하듯 차의 맛도 효능도 균형이 중요하다.
맛있는 차를 마시려면 좋은 차와 적절한 온도의 물과 침출하는 시간이 맞아야 한다.
차를 마신 후에는 반드시 물을 마신다.
차와 함께 수분이 공급되지만 차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차의 탁월한 이뇨작용으로 인하여 공급한 것 보다 많은 수분이 빠져나간다. 차는 차 고유의 영양소를 공급하는 음료이며, 차의 좋은 효능이 몸에 흡수되기 위해서도 물을 마셔야 한다. 때로 과하게 침출된 차를 마시고 물을 먹지 않으면 차에 취할 수 있다.
수분이 부족하면 어지럼증이나 목마름, 심한 입마름이나 역겨움을 느낄 수 있다. 물을 마시면 즉시 해결이 되지만, 그런 증상을 느끼기 전에 충분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녹즙이든 과일 야채 주스든 소화되고 흡수되는 데 물이 필요하다. 식이섬유를 섭취할 때 수분이 부족하면 오히려 변비가 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러므로 커피나 차를 마실 때도 기억하면 좋겠다.
찻잔을 들고 긴 여행 끝에 내 손에 담긴 차의 내력을 생각한다. 차의 수색이 귤빛을 품은 듯 곱다. 굴꽃향을 품은 우잣담, 이름도 향기도 매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