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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가객 Dec 29. 2023

거울 속 거울

명배우 이선균님을 떠나보내며

                  

빌딩 앞 장식용 거울기둥 아래

새가 누워있다

새의 영역 따위 관심 없는,

무심한 거울에 박힌

문명의 눈이 햇살을 반사한다

불개미 행렬에 사라진 산책로들

길이었지만 더이상 길이 아닌 경계,

그 많던 길을 감쪽같이 밀어버린

자동차 전용 도로를

사람들은 여전히 길이라고 부른다

문명의 디자인에서

사람의 영역따위는 없다

기계와 엔진과 미디어 소음이

주역이 되어버린 시대

거울 속 거울이 있을 뿐이다

길은 道

어딘가로 향해가는 방법론인데

길은 없어지고 논리만 남았다

번개가 휘두르고 지나가는 살처럼

번쩍이는 거울도시

눈을 뜰 수 없다

빛을 가르다 추락한 새는

더이상 새가 아니

거울도시를 탈출하는 사람들

자유를 위해 몸을 버리는 존재들

주검 위에 주검이 쌓여간다 해도

추락한 새처럼 사소한 사건들은

보도되지 않은 채 잊혀진다

빌딩 앞 보도

옛적 솔거의 소나무처럼 새를 속인 풍경이 뻔뻔스럽다          






* 대한민국의 영화와 드라마를 세계에 알리며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소망을 주었던 예술인 이선균 배우를 떠나보낸다. 이제 그 따스한 웃음을 만날 수 없다. 더는 깊은 울림으로 감성을 연주하던 명배우의 음성을 들을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위대한 배우를 잃었다는 사실 뿐이다. 남은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불온전한 인간은 누구라도 악인의 의도된 올가미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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