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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우 Feb 23. 2023

의대 가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고작 그게 꿈이니

다소 충격적인 기사를 여러분도 접해보셨을 겁니다.


서울대를 합격했는데도 등록을 포기하고 지방 의대에 지원하거나 잘 다니던 명문대를 그만두고 치대, 한의대 또는 수의대를 가기 위해 재수를 하는 상황에 대한 소식들 말이죠.


(네이버 모 블로그 캡처)

서울대 경영학과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문과계열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곳인데 이번에 두 자릿수 인원을 사상 최초로 예비합격자로 충원했다고 합니다.


의약학 계열에 가지 못하면 어차피 인생에 희망은 없다는 뭔가 좀 극단적인 관념이 아이들 머릿속에 가득 찬 것 같습니다.  



수업을 하다가 틈만 주면 놓칠세라 치고 들어와 질문들을 해댑니다.   (사실, 아이들은 쉬고 싶은 거죠.) 

 


“선생님, 의대 가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의대는 왜 가려고 하는데?” 



바로 답을 해주지 않고 이리 되물으면 십중팔구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돈 많이 벌고 안정적이잖아요!



집안에 의사가 서너 명은 있다 보니 어깨너머로 들어오고 직접 보아온 그들의 삶이 그리 좋아 보이지만은 않았었는데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봐서 그런 것인지 혹은 포장이 잘 된 내용들만 접해서인지 이것도 일종의 편견이라고 해야 할까요. 



"네 삶의 목적이 돈이면 사업을 해야 되고, 안정적인 거면 공무원도 있는데...

사실 요즘 세상에 안정적인 직업이 존재할까는 모르겠다.  그나마 안정적이긴 하다만." 



아이들에게 너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자니 꼰대력 발휘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일까 두렵기도 하고 해마다, 달마다 바뀌어 가는 아이들을 상대로 이런 얘기들을 지치도록 했던 저로서는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네요. 


예전 글에서 언급했던 레지던트 과정의 제 조카가 했던 다른 말이 기억납니다. 


공부는 나처럼 재능이 없는 애들이 하는 거야, 삼촌.  
자기 재능을 발견하고 그걸 노력해서 키우는 친구들을 보면 정말 부럽더라고.

모든 아이들이 천재적 재능을 타고났을 수는 없겠지만 아마도 조카는 인내하며 지식을 알아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났는데 본인은 모르고 있나 봅니다. 


사람마다 다 다르고 타고난 재능의 종류나 크기가 또한 모두 차이가 있을 텐데 그저 사회적으로 인식된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한 "수단"으로서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고 있는 현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바뀐 것은 없네요. 


고3 학생들의 자소서를 첨삭지도할 때마다 항상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대학 이 학과를 목표로 지난 학창 시절을 이렇게 열심히 보냈습니다."라고 쓰면 망한다고요. 


어떤 사람의 목표가 고작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들어가는 것에 있다면 너무 슬픈 일이 아닐까요? 이 말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폄하하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아직 어리고 어린 한 학생의 목표가 적어도 "작은 우주와 같이 신비로운 인간의 몸에 대해 너무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탐구하고 싶은 욕망이 넘치고 그 비밀 중 작은 하나라도 발견하려 열심히 연구해서 우리가 처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일조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라는 정도는 나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꼭 이렇게 거창한 목표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대학 자체가 목표가 아닌, 대학과정을 든든한 토대로 삼아 자신이 태어나 살아갈 긴 인생에서 좀 더 

스스로가 고민하고 가치를 부여한 일에 집중하고 매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며 은근히 의대를 가라고 부추기기보다는, 


너의 가능성은 무한하며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사고하고
원하는 것을 해보거라. 

외부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의 내면을 잘 살펴서 진정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말해주었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면에서 불행하게도 제가 못해본 후회막심한 일 중에 하나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뒤늦게나마 그걸 알아보려 이런저런 책도 더 많이 읽고 글도 써보고 하는 중이니까요. 


온전히 그런 것들을 방해 없이 생각할 수 있는 시기가 그렇게 지나가버린 것에 대한 후회와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 그나마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가끔씩 그런 말들을 해주면서 해소가 되나 봅니다. 



선택에 따라 대학진학을 하지 않고 다른 길을 선택한다 하여도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그 속의 사회와 문화를 경험하고 지식에 대한 경험의 폭과 깊이를 어떻게 넓힐 수 있는지를 효율적으로 배우기 위해 대학생활의 중요함이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은 강조하고 싶네요.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학생들과 만나게 되면 그런 말을 듣고 눈을 반짝이며 스스로 실행에 옮길 그 단 한 명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을 겁니다. 



아마도.... 그런 이야기꾼이 되는 것이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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