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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스란 Jan 30. 2024

야호~ 방학이다

방학은 아이들만 기다리는 게 아니죠

방학,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낱말이다.

뜨거운 태양과 푸른 바다, 하얀 눈이 떠오르는 즐거움과 신남의 결정체, 방학.

늘어지게 늦잠자도 좋고 하루에 한 두 끼만 먹어도 배고프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매년 두 번씩 찾아오는 방학을 보낸 지 어언 38년째다.

나이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고 학생으로 16년, 교사로서 22년이니 도합 38년이다.

징그러울 정도로 많은 시간이자 흘려보낸 것이 아까운 시간이다.


보통 여름 방학은 4주, 겨울 방학은 7주 정도 되니 매년 두 달 반을 방학으로 보내는 셈이다.

주 5일제에 국가지정 공휴일은 모두 챙겨 쉴 수 있고 퇴근은 대부분 5시 전에 한다. 워라밸을 꿈꾸는 사람에겐 정말 꿈의 직장이 따로 없다. 부러움과 시기심이 올라온다 해도 할 수 없다. 난 방학이 있는 삶을 선택했고 나름 노력해서 이뤘다.


비록 20여 년의 경력을 쌓아 받는 연봉이 고작 대기업 3년 차 연봉이고, 연금은 안 내고 안 받느니만 못한 처지에 놓였지만 이보다 못한 경우는 수없이 많으니 넘어간다.

다만 연봉을 그저 열두 달 비슷하게 나눠서 받는 것인데 방학 때도 월급을 받는다고 하니 조금 억울할 뿐이다.

연가는 모두 방학에만 써야 하기에 길게 쉴 수 있으나 항상 극성수기 여행을 다야하니 만족도나 가성비가 뚝 떨어진다.


약간의 투덜거림에 겸손을 뺀 이유는 교직의 어려움에 대해 어떤 하소연이나 넋두리를 해도 결국 돌아오는 건

"넌 그래도 방학이 있잖아."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린 방학이 있기 때문에 긴 시간 버틸 수 있었다.


2023년에서야 교직의 어려움이 뉴스에서까지 공론화되었지만 항상 우리에 있어 왔던 일이다.

누가 봐도 가장 안정적인 직장인데 '오늘도 무사히'를 되뇌며 하루를 보내는 교사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교직이 천직이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한 나조차도 방학을 무지 기다린다.

방학하기 직전 생활기록부 작성이라는 고지를 지나 얻은 시원함이고, 11월 말부터 면역력 저하로 병원 여기저기를 다녀야 닿을 수 있는 휴식기다.


솔직히 말하자면

방학은 결혼하기 전까지, 정확하게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만 달콤하다.

아이를 낳은 교사는 학기 중엔 교사로, 방학 중엔 엄마로 보낸다는 웃지 못할 사실.


자녀가 방학이라 행복하신가? 그렇다면 아주 길게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들의 눈빛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방학한 지 3주 차에 들어서자 초등학생 학부모인 친구들의 곡소리가 들린다.

"겨울 방학은 왜 이렇게 긴 거야."

우리는 그런 아이들 20~30명을 매일 본다.


만일 개학이 오기만을 기다린다면 교사들이 몸과 마음을 충전할 시간 동안만 참아주시길.

어차피 봄과 함께 개학은 오고야 만다.


대문과 마지막 그림 출처: 상담어플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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