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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스란 Apr 02. 2023

당신은 아이를 믿으십니까?

'믿는 엄마 되는 아이'

그렇게 믿었다.


스터디 카페 28일권이 기간 완료되었다.

학원을 4년째 안 다니는 중3 아들이 학년 초에 스카를 가겠다고 했다.

꼭 공부가 아니어도 되니 뭐라도 배우고 싶으면 말하라 했더니 처음엔 피아노, 미술학원을 얘기하다가 학원을 알아보기로 한 날 스터디카페로 향하게 되었다.

나름 계획이 있어 보였다. 인강도 시작하겠다길래 신청하고 교재도 바로 주문했다.

첫 주 숨소리까지 들릴 듯 한 적막함을 견디고 나름 루틴을 짜서 열심히 했다길래 정말 수고했다며 격려를 해줬다.

그리고 그 주 주말 제한되어 있던 폰 시간과 게임시간을 풀어줬다.


아이는 수업이 끝나고 2시간 스카에 있다가 나온다.

나의 퇴근 시간에 맞춰 같이 차를 타고 집에 다.

집에 와서는 완전히 노터치다.

중3이자 아들 성적으로는 공부량이 2시간으론 턱없이 부족한 걸 알지만 놔두었다.

내향적인 탓에 수업시간에 딴짓을 잘 못하는 아이, 운동을 좋아해 한파에도 축구를 1시간은 해야 하는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오래 앉혀두기가 싫었다.




난 직장에서 내 에너지를 쏟아붓고 온다. 그 이후에도 생활이 있고 어쩌면 더 중요한 가족과의 삶, 특히 엄마로서의 역할이 남은 걸 알면서도 말이다. 가끔 미련한 짓인 걸 느끼지만 꿈을 이룬 사람의 특권이자 무감 같은 것이다.


이런 내게 누가 집에서 열심히 뭘 하라고 하면 싫을 것 같았다.

그럼 난 언제 쉬어?

내가 싫기에 시키지 않는 황금률을 따랐다.


순전히 내 입장에서 난 엄마의 믿음으로 컸다. 그게 좋았다.

엄마의 의지 반, 상황 반 때문일 것이다.

엄마의 기대와 욕심처럼 자라진 못 했지만 그래도 늘 격려를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일까 엄마와 '싸웠다'는 친구들의 말이 이해가 안 되었다. 혼나면 혼난 거지, 엄마랑 어떻게 싸우나 했다.

오죽하면 내가 크면 엄마 같은 엄마가 되겠다고 했을까.

난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그 믿음과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자랐다.




그런데 나는 우리 엄마가 아니었고 아들은 내가 아니었다.

아들의 기만을 크게 몇 번, 자잘하게 겪었음에도 다시 믿고 또 믿고를 반복한다.

믿으면 되긴 하는 게 맞아?

도대체 얼마나 믿어줘야 하는 거야?


스카 기간 만료인 오늘 수고한 아들에게 격려와 축하파티라도 해줄까 했다.

인강 진도율을 보기 전까진 말이다.

13%,  매일 한 강씩 들었다고 했는데 첫 주까지만 완강이다.

온갖 상상이 펼쳐지지만 물어봐야 한다.

나의 실망을 보여주기에 앞서 나름의 변을 할 기회를 줘야한다.


흥분하지 않는다.

아이도 나름 애썼다.

자식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나도 계획한 대로만 살지 않는다.

끝까지 사랑한다고 말해줘야 한다.



아이를 믿는다는 건

수행의 다른 이름 같다.


그래도 격려파티는 해줘야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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