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법을 모르는 여름
한국은 입추가 지나면서 더위가 한풀 꺾였다고들 한다. 좋겠다. 일본은 아직이다. 아마 9월까지 이어질 거다. 일본의 여름은 꺾이는 법을 모른다. 그냥 어느순간 나타났다가 어느순간 사라진다. 신기루와 연기에 가까운, 다만 그렇다기엔 너무 긴 계절이다.
나의 글은 여름에 취약하다.
글을 쓰려면 글의 영감에 모든 신경이 쏠려 있어야 하고, 끊임없이 생각 해야 한다. 생각 한 글을 머릿속에 고여둘 뿐이 아닌 털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글을 투박하게 털어내고 다듬고 다듬어서야 누군가에게 보여줄 만한 글이 완성 된다.
글을 털어내기 위해선 몸을 움직여야 한다. 몸을 움직여야 몸에 글이 돈다. 피가 돌듯이. 컴퓨터를 켜고 휴대폰을 켜고, 각을 잡고 글을 털어내야 한다. 글 다듬기에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다. 글만이 아니라 모든 것의 다듬는 작업은 최고의 집중력을 요한다. 집중을 한다는 건 뇌를 아주 많이 쓴다는 의미이고.
여름엔 머리가 녹고 몸이 녹는다.
그러니까 글을 털어내기도 너무 힘들고, 집중은 커녕 글을 위해 글자를 떠올리는 것도 아주 힘들다. 몸이 녹아 바닥에 질질 흘러 치덕거린다. 글은 무슨, 일상 생활도 힘들다.
한낮에는 에어컨을 켜도 방이 덥다. 재밌는 글을 짜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태풍이 지나가면 가을이 올까.
바람이 불면 흘러내린 머리와 몸은 뭉쳐질만큼 식을까. 글을 쓰고싶다는 마음은 있는데 도대체 몸과 머리가 움직이질 않는다. 생각이 머리에 고이기만 하고 제대로 형태를 갖추지 못하니 쉽게 피로해진다. 얼른 날이 서늘해졌음 한다.
이상 글을 자주 올리지 못하게 된 핑계였다.
푹푹 찌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글을 짓는 분들께 존경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