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좋다면 나도 좋다
축구사랑하는 아들은 아침에 축구화에 축구공이 기본 장착이다. 교복은 있지만 교복은 잘 안 입는다. 체육관에 들어가려면 꼭 체육복을 입어야 하기에 매일 학교 체육복을 입는다. 딸을 키우다가 아들을 키워서 그런지 다른 재미가 있다. 아침에 비가 오면 하늘이 무너진다. 이유는 점심 먹고 밖에서 축구를 못하기 때문에 너무 슬프단다.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7시 반까지 등교를 한다. 모닝 액티비티를 하기 위해서다. 아침에 20분이라도 뛰어놀고 싶어서 일찍 등교를 한다. 개학을 하자마자 모닝 액티비티 시작을 손꼽아 기다렸다. 아침 내내 애지중지 껴안고 가는 축구공을 드디어 개시할 수 있다.
우리 동네 앞에는 어마어마한 공원이 있다. 우리 집 거실에서 보이는 큰 공원은 중국 사람들이 캠핑도 하고 주말을 즐기는 명소이기도 하다. 바로 앞에 호텔도 있고 우리 지역에서 가장 큰 백화점도 있기에 사람들이 항상 많이 놀러 온다. 이곳에는 농구장, 스케이트보드장, 그리고 축구장이 있다. 그중에 요즘 핫플레이스 축구장이 리모델링을 했다.
처음 왔을 때는 잔디가 아니고 무슨 플라스틱이 다 녹아서 축구를 하면 온몸이 먼지 투성이 되었다. 하지만 뜨거운 여름에 공사를 시작하더니 재개장을 했다.
축구사랑은 나라 사랑이라고 남자아이들은 금요일 하교 후에 이곳으로 모인다. 암묵적으로 아이들이 여기서 축구 교실을 여는 것이다. 한국 같았으면 일찍 끝나는 날 축구교실 학원을 갔을 텐데 아이들이 얼마나 축구를 하고 싶었으면 자기들끼리 여기서 모이기로 했나 보다. 여기서 모이는 모임은 몇 년은 된 거 같다. G3부터 G10정도 아이들까지 모인다. 둘째도 이곳 모임을 나가기 시작했다. 금요일엔 나도 바빠진다. 저녁을 미리 준비해 놓고 큰 아이랑 신랑이 먹을 수 있게 해 놓고 둘째랑 하교 후 이곳으로 간다. 아직 혼자 찻길도 못 건너는 둘째 인지라 엄마랑 같이 간다.
대부분 중국, 대만, 한국 아이들로 삼삼오오 모이는데 축구 실력이 제법이다. 보고 있으면 제법 흥미롭다. 영어를 쓰다가 중국어를 쓰다가 한국말까지 나오고 아이들은 신나게 축구를 한다. 엄마들도 나오는데 중국 대만 엄마 한 무리 한국 엄마들 한 무리 자리를 잡는다.
둘째가 축구를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코로나 때문에 입학식도 못하고 코 찔찔이로 초등학교 들어갔고 마스크 쓰고 바깥 활동을 하지 못해서 노는 방법을 몰랐다. 중국에 와서도 일 년 정도는 얌전히 놀고 농구공을 가지고 다녔었다. 하지만 역시 남자아이들은 축구를 하고 몸으로 놀아야 친해지는 것 같다. 형들이랑 서슴없이 노는 둘째를 보니 살짝 안심이다. 축구 사랑은 나랑 사랑과 같다고 외치는 둘째랑 이번주에도 축구를 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