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지긋지긋한 초과근무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봄이 성큼 다가온 게 느껴지는 3월의 첫날,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 앞 스타벅스를 찾았다.
고장 나 버린 노트북 대신 글벗에게서 선물 받은 무선키보드(색깔이며 디자인이 너무 상큼하다 ㅎㅎ)를 꺼내놓고 일단 그란데 사이즈 아메리카노부터 한 모금 마셔본다.
크... 딱 좋다!
톨사이즈를 시키면 어딘가 심심하고 벤티 사이즈는 너무 과하다. 내게는 딱 이 그란데 사이즈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그야말로 취향저격이다.
갑작스럽게 단행된 인사로 인해 1월부터 직원이 한 명 줄었고 업무분장을 새로 하게 되었다.
새로 맡게 된 업무는 처음 하는 것들이 많았고 2월은 회계가 마감되는 기간이기 때문에 미친 듯이 바쁘고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신규 때도 이렇게까지 안 해 본 초과근무를 밥 먹듯이 하게 되었다.
과로로 인해 몸이 아팠고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도 아팠다.
무엇보다 방학이라 혼자 집에 있는 아들을 제대로 보살펴 줄 수 없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그나마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세끼 밥을 차려놓고 가는 것뿐이었다.
아무리 힘들어 죽을 것 같아도 아이의 밥만큼은 어떻게든 신경 써서 차려주고 갔다.
그렇게 고통스럽게 1월과 2월을 버텨냈다.
출근하기 힘들 만큼 몸이 아픈 날도 많았지만 대체 근로자가 와서 해낼 수 있는 업무 난도가 아니라 그냥 참고 또 참았다.
달력의 날짜를 하루하루 세어가며 그저 3월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리고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그날이 마침내 온 것이다. ㅜ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쑤시고 미열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주어지니 쉬고 싶다기보다는 글이 너무 쓰고 싶었다.
그렇게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소설 쓰기를 포기하지 않았더니 두 번째 소설도 베스트리그에 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글 쓸 시간이 너무 없다 보니 이 소설은 그냥 완결만 내자는 심정으로 써나가고 있던 차였다.
그러다 명절연휴에 주어진 시간 동안 묵묵히 글을 올렸더니 독자들에게서 반응이 왔다.
실시간 랭킹 1위, 연령별 인기작 10대, 20대, 40대에 차례로 오르고 전체 랭킹도 껑충 뛰더니 마침내 베스트리그에 오르게 되었다.
진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 너무너무 기뻤다.
거기다 처음으로 출간제의도 받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신생 출판사의 흩컨 같긴 했지만 비록 흩컨이라도 아무에게나 제안하지는 않기에 감사했다.
힘든 시간을 버텼던 내게 주어진 소중한 선물 같았다.
아직은 아마추어 단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무언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가 생겼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시작했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재미있다 느끼고 내 글을 기다린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동안은 취미 수준으로만 글을 써왔는데 본격적으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으로 온갖 이야기들이 둥둥 떠다녔다.
써보고 싶은 소재가 많은데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를 갖춰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닌 독자들이 읽고 싶은 글에 포커스를 맞춰보고 싶었다.
일단 두 권의 책을 열심히 독파하고 난 뒤 그다음에는 순문학책도 엄청 읽을 계획이다.
웹소설 작가들 중에 필력이 좋은 분들은 순문학책도 많이 읽고 그쪽 방면의 공모전에서 수상도 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그동안은 내가 읽고 싶은 글들만 읽었는데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도 열심히 읽어 볼 생각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쓸 생각을 하니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나는 아무래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보다.
일 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봄.
나는 지금부터 봄꽃보다 더 향긋하고 봄바람보다 더 마음을 일렁이게 만드는 소설을 쓸 생각이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가슴이 셀레고 잔잔한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그런 글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글을 쓴다.
타닥타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