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씨한 Feb 19. 2023

아이의 말(1)

금쪽같은 너의 말

'금쪽같은 내 새끼'

아이의 얼굴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까지 여지없이 공개되는 프로그램. 아이가 말 잘 듣고 예쁘게 행동하는 모습이 아닌 어찌 보면 기이하고 보기에 불편한 모습까지 여실히 보여주게 되는 콘텐츠. 그곳에 문을 두드리는 부모님들의 용기를 진심으로 높이 산다. 오은영 박사님의 도움이 분명 필요한 순간이 있지만 문을 두드릴 용기가 나에겐 없다. 오은영 박사님은 신기하리만큼 아이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금쪽처방'을 내린다. 박사님의 처방대로 실행에 옮기다 보면 아이들은 마법처럼 조금씩 변해가고 안정을 찾아간다. 선천적으로 아이가 예민하게 태어났거나 정신적인 치료를 요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모의 잘못된 육아방식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다. 엄마 아빠도 몰라주는 자신들의 마음을 책 읽듯 읽어주는 오박사님은 아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우리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화면 속의 그녀는 아이들 마음에 들어왔다 나간 것처럼 아이입장이 되어 그 마음을 술술술 읽은 뒤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조언한다. 이런 모습에 아이들이 어찌 팬이 되지 않고 배길까? 엄마가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고 나면 평소보다 이성적이고 차분한 상태가 유지됨을 요놈들이 파악했다. 엄마가 유튜브 금지를 외칠 때 우리 아이들은 '금쪽같은 내 새끼'라도 보게 해 달라며 리모컨을 만진다. 어떻게 해서든지 소파에서 일어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다. 아이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유독 눈이 가는 곳이 있다.




자신과 아이들이 담긴 화면을 오박사님 옆에서 함께 보는 부모들의 '얼굴표정'이다. 화면에 담긴 아이들의 모습과 본인의 모습을 보며 울기도 하고 민망해하기도 하며 박사님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걸 알지만 결국은 본래의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간혹 평소와 다른 부모모습이 감지되면 아이들은 귀신같이 알고 카메라 때문에 이러는 거지?라고 일침을 가한다. 제대로 된 금쪽처방을 받기 위해서는 실상파악이 중요하니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이를 위한 길임을 지혜로운 부모라면 알 것이다. 그래서인지 부모들이 감정이 격해져 아이들에게 윽박을 지르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할 때, 끊임없는 잔소리를 늘어놓을 때 나도 모르게 숨이 막힐 때가 있다. 그 모습에서 나를 볼 때가 있다. 그래서 반성하고 함께 울고 공감하지만 사실 그 효과가 오래가지 못한다. 하지만 요즘 나를 변화시키는 건 내 '아이의 말'이다. 이 녀석은 보통 예상한 반응과 정반대의 장면을 내게 보일 때가 왕왕 있다.


그날 결국 터지고 말았다. 오박사 님의 말을 되새기며 참고 참다가도 한 번씩 풍선 터지듯 내 안의 화가 우리 집안의 공기를 가득 채운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워킹맘의 조급함, 불안의 씨앗이 퇴근 후 아이의 숙제를 봐줄 때면 화마로 바뀔 때가 생긴다.


"금쪽아, 엄마도 이렇게 윽박지르기 싫어! 왜 왜 왜 몇 번을 이야기해야 결국엔 소리를 질러야 엄마말을 듣는 거야? 귀가 안 들리니? 엄마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우울증인가. 왜 이러지. 번아웃인가. 한숨을 푹 내쉰 엄마 무릎위로 9살 아이가 다가와 날 꼭 끌어안아준다. 엄마 잘못했어요. 앞으로는 말 잘 들을게요라고 말하겠지 예상했다. 하지만 아이의 초점은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아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엄마, 엄마 좋은 엄마 될 수 있어. 엄마 이제 41살이고 요즘 백세시대인데 아직 60년이나 남았어. 엄마 노력하면 좋은 엄마 될 수 있다고! "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작가의 이전글 [2화] 쌍자궁 엄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